못난이 농산물, 이 사람 손에서 작품이 된다

조회수 2018. 12. 22.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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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농산물', 한식 홍보 앞장서는 김수정 셰프

지난달 12일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식당 ‘꽃 밥에 피다’에선 특별한 팝업 레스토랑이 열렸습니다. 여긴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2년 연속 선정된 이름난 식당인데요. 


딱 하루, 이른바 ‘B급 농산물’로만 꾸민 상차림을 선보인 거죠. 생김새가 반듯하진 않지만 건강한 방식으로 키운 싱싱한 온갖 식재료로 만든 메뉴들이 식탁에 올랐습니다.

출처: 꽃 밥에 피다
(지난달 12일 B급 농산물 팝업 레스토랑에서 선보였던 목살 스테이크.)

이날 팝업 레스토랑 주방에선 김수정, 윤은희 셰프가 요리를 차려냈어요. 


에디터는 지난달 말 김수정 셰프를 만나 건강한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분은 지난 2016년에 요리 경연 TV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4’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김수정 셰프 제공
(김수정 셰프)

┃ B급 알리기

“예쁘진 않지만 자연농법으로 키워 건강한 식재료를 알리고 가치소비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해요.” 김 셰프는 자신의 일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못생겼단 이유로 상품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농산물도, 맛과 영양은 부족함이 없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합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요.

현재 가장 공들이는 활동은 금산, 무주, 영동군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일입니다. 김 셰프는 이들 지자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어요. 특히 못난이 채소와 과일을 활용합니다.

출처: 한식진흥원

지난 8월엔 ‘3도3군 귀염둥이 농산물 박람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소개했습니다. 참고로 ’귀염둥이 농산물‘은 못생긴 농작물을 뜻하는 다른 말이에요.


“금산 특산물은 단연 인삼인데 요리로 활용하는 건 약해요. 시장에 가면 이집 저집 죄다 인삼튀김만 파는 게 현실이니까요. ‘맛은 있는데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지역 농산물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제 일입니다.”

출처: 123rf

┃ ‘밭 마트’

김수정 셰프는 자기 식당을 차린 오너 셰프는 아니지만 130㎡(약 40평)짜리 밭을 꾸리고 있습니다. 명이나물, 파, 마늘, 배추, 부추, 고구마 등을 친환경 방식으로 키워내죠. 여기서 거둔 농산물 일부는 직접 먹고, 쿠킹 클래스에서 활용한다고 해요. 넉넉한 건 이웃들과 나누고요.


“밭을 두고 저는 ‘밭 마트’라고 말해요.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다 키우니까 진짜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셰프이자 요리 연구가로서 다양한 식재료의 특징이나 가치를 공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출처: 김수정 셰프 인스타그램
(김수정 셰프가 지난달 22일 연 팝업 레스토랑. '팜 투 테이블'을 콘셉트로, 전국 곳곳의 유기농 식재료로 음식을 차려냈다.)

그는 주방에서 ‘버리지 않기’는 습관을 철저히 실천합니다. 버리지 않는 팁 2가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더덕은 식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껍질을 까서 활용하곤 하는데 깎은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읍니다. 다른 채소의 껍질이나 끄트머리와 함께 육수로 끓이면 좋아요. 파프리카나 가지는 안 쓰고 방치하다가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데 그걸 겉이 검게 타도록 바짝 구워요. 그리고 겉만 벗겨서 믹서에 갈아내면 아주 맛있는 퓨레가 됩니다.”

출처: 김수정 셰프 제공

┃한식, 스토리텔링

김수정 셰프는 어린 시절 ‘체조 요정’을 꿈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줄곧 운동을 했죠. 하지만 뜻밖의 부상을 당하며, 스무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요.


그는 “사실 공부에 흥미는 없었어요 운동만 하다가 공부를 하려니 어땠겠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 가르쳤어요. 나름 열심히 했고 인정도 받았지만 내가 직접 키우고 만들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부족하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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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에게 요리가 눈에 들었죠. 식재료를 키우고, 음식을 만들며, 남과 교류한다. 김 셰프에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조건이었어요. 조리사 자격증을 따면서 한식 요리에 입문한 배경입니다.


지금은 한식진흥원을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쿠킹 클래스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질 않고 음식에 얽힌 배경, 문화를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가령 김치가 주제라면 ‘과거 조선의 왕들은 빨간 김치를 잘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곁들여주는 거죠. 하나의 스토리로 전달해야 외국인들의 기억 속에 한식이 오래 남거든요.”


[리얼푸드=박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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