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온 뮤지션이 귤농사 짓는 이유

조회수 2017. 12. 13. 1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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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무농약 '귤농사' 장인 !

- 화학도(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 출신

- 1998년 ‘미선이’ 1집 데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원에서 생명공학 박사


혹시 누군지 아시겠어요?


출처: 안테나뮤직
최근 루시드폴을 만나 농부가 된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출처: 안테나뮤직
루시드폴이 제주에 내려갈 결심을 했던 것은 2013년이었습니다.

“그 땐 회사가 좀 어려웠어요. (유)희열이 형이 회사에 관여하지도 않을 때였죠.”

얼굴을 노출해야 뮤지션도 음악을 할 수 있었죠. 그것이 지금까지 가요계의 현실입니다.
출처: 안테나뮤직
이듬해 제주 생활과 농부의 삶은 함께 시작됐습니다.

“‘예능은 안 할 거니 농사를 지어야겠다’, 이렇게 된거예요. 무작정이요.”

막상 제주에 가니 ‘무작정’ 마음 먹은 일이 실현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반응은 두 가지.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시니컬’했습니다. 


“네가 무슨 농사냐? 농사는 아무나 짓냐? 장난으로 할 거면 당장 그만둬라.”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은 오히려 좋아하셨어요. ‘작년에 쪽파값도 좋았고, 밭을 빌려 지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농사일은 고됐습니다. “밭농사는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많아요. 저 혼자 빠지고 싶다고 빠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쪽파 농사는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었습니다. “쪽파는 정말 뭐랄까. 농사계의 루시드폴이에요. 가내수공업의 끝판왕이죠. 밑천 없이 할 수 있고 수익도 좋지만, 심는 순간부터 포장까지 모든걸 다 해야 해요.” 

출처: 안테나뮤직
그 무렵 여러 고민이 따라왔다. 기타를 치던 기다란 손에 흙을 묻히자 “손 마디 마디가 부어올랐다”고 해요.

“이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전 기타를 치는 사람인데…아파서 약도 많이 먹었어요. 수위 조절을 해야겠더라고요. 밭농사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보면 돼요. 고민 끝에 감귤만 하게 된 거예요."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 인증을 받은 뒤 2~3년을 더 갱신하면 유기농 신청을 할 수 있어요. 무농약과 유기농의 차이는 화학비료를 1/3을 쓰느냐 아니냐에 있어요. 저흰 어차피 쓰지 않으니까요.”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그는 아내와 둘이 처음부터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제초제는 당연히 뿌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나무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니까요.
출처: giphy.com


“제초제를 뿌려 풀이 죽으면 미생물이 사라져요. 지렁이도 없고요. 지렁이의 분변이나 클로버, 괭이밥 같은 식물은 그 자체로 좋은 거름이고 비료거든요. 풀 뿌리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나무와 필요한 양분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도와요.” 


‘인위적인 제초’ 대신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공생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니까요. 

출처: 안테나 뮤직
비료도 직접 만듭니다. 화학도답게 구조 하나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전공이 조금은 도움이 됐어요.” 현미식초에 패화석(굴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토양개량제)을 녹여 칼슘 액비(액체 상태의 비료)를 만들고, 바실러스균이 많은 청국장과 유용미생물(EM)도 비료로 씁니다. 칼슘 액비는 루시드폴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출처: 안테나뮤직
다만 농부의 마음을 섣불리 추측하진 않습니다.

“농부의 마음이 어떤 건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베란다에서 상추 하나, 고추 몇 개를 키우는 사람부터 몇 만평 농사를 짓는 사람까지 모두가 농부라고 생각해요. 생명을 가꾸는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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