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놀 줄 모른다? 채식버거 가게가 이태원에 간 이유..

조회수 2018. 2. 2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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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채식버거 먹어봄.

햄버거 좋아하시나요? 


(저도 참으로 즐겨 먹습니다~)

출처: 123RF
두툼한 패티, 신선한 채소들.

한 입 베어물면 금세 한 개는 뚝딱 ! 게다가 환상의 짝꿍 '감자튀김'까지.

(아침부터 햄버거 넘나 먹고 싶고요 ㅠ.ㅠ)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어떤 부분이신가요?

1. 빵
2. 패티
3. 양상추
4. 토마토
5. 양파
6. 소스

사실 제 경우엔 '패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햄버거를 처음 먹던 그 날을 기억합니다. 물론 맛있었습니다만, 어느날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맛본 육즙 풍부한 패티와는 비교도 안 되더라고요. ㅠ0ㅠ

그런데 요즘 식물성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가 인기라죠? 미국에서요. 임파서블 버거, 비욘드 버거도 있고요. 맥도날드에서도 채식버거가 나왔어요.

심지어 육즙까지 재현했다니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말이죠. '패티'를 햄버거의 첫 번째 요소로 꼽는 저로선 의구심이 드는 겁니다. 정말 고기 맛이 날까 싶은 거예요. 호기심 폭발 ! 

그래서 한 번 가봤습니다. 


요즘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이 곳 ! 

서울 이태원, '수제버거 천국'인 이 곳.

제일기획 뒷골목으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출처: 리얼푸드
이런 골목이 있었나 싶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등장합니다.

두둥 !!
출처: 리얼푸드
바로 허거스입니다.

‘허거스’(Huggers)는 동물권단체 '케어'(care)에서 운영하는 채식버거 가게입니다. ‘허그해주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상호를 정했다고 합니다.
각종 핫플레이스가 즐비한 이 곳에 채식버거 가게가 있다는 것이 의외인데요. '허거스'가 이태원에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사실 채식주의자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채식 식당을 하는 분들은 모두 신념은 확고한데 트렌드는 잘 모르고, 건강과 생명권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잘 가지 않는 곳도 많다라고요. 요즘엔 재밌는 식당들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동안엔 한식 위주의 식당이 많았고요. 그래서 일반인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허거스가 이태원에 자리를 잡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 박소연 케어 대표
출처: 리얼푸드
좀 더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자 한 거죠.

박소연 대표는 “채식주의자는 건전하게 채식만 고집하다 보니 재미없고 ‘심심하다’, ‘놀 줄 모른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거창하고 좋은 인테리어를 가진 식당은 아니지만 저희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허거스 탐방을 해볼까요?

출처: 리얼푸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바로 길고양이 나비.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편안히 앉아있습니다. 어찌나 순둥순둥하던지요.

나비는 사실 동네 사람이 기르다 이사를 가면서 길고양이가
됐는데요. 허거스 인근에 살고 계신 동네 주민들 모두가 챙겨주는 고양이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나비는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간다"며 "특히 우리를 잘 따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나비에게 시선을 뺏기기 전 메뉴 공부.

허거스엔 무려 10여개의 버거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바질 페스토 아보카도 버거'와 '더블 치즈 버거'가 인기라고 합니다.
출처: 리얼푸드
저는 바질 페스토 아보카도 버거와 감자튀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버거 하나의 가격은 1만원~1만1000원입니다. 일반 수제버거 전문점과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아! 허거스는 수익의 10%는 동물권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조금 기다리면 바로 등장 !

생애 첫 채식버거입니다. (감자튀김 양 ㄷㄷㄷ. 진짜 많이 줘요 !)

겉보기엔 채식버거인지 그냥 버거인지 잘 구분이 안 가시죠?
출처: 리얼푸드
허거스 버거를 어떻게 만드는지 박소연 대표에게 들어봤습니다.

박 대표는 “고기와 같은 맛과 식감을 내는게 정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미, 버섯, 견과류와 병아리콩 등 다양한 식재료로 패티를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맛과 식감을 찾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초창기 버거 하나였던 메뉴는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두부, 아보카도, 콩불고기에 허거스에서 직접 만든 수제 소스로 다양한 메뉴를 완성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식물성 치즈도 유난히 눈에 띄죠?

이 치즈는 식물성 치즈 전문업체의 제품인데요. 코코넛오일, 올리브, 천연성분 순수 당근 착즙액으로 만들었어요. 글루텐 프리, 유당불내증에 좋은 락토스 프리 식품입니다 !
출처: 리얼푸드
드디어 시식 !

채식버거는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했는데요. 햄버거 패티같은 응집력은 없지만, 워낙 다양한 곡물과 콩류가 들어가다 보니 고소하게 씹는맛이 일품입니다. 바질 페스토 아보카도 버거의 경우 워낙 이국적인 육류 기반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 맛 덕분에 채식버거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정신없이 먹다 보니 금세 다 먹었는데요. 이 버거는 포만감이 엄청나더라고요. 칠리소스에 찍어먹는 갓 튀긴 감자튀김도 정말 맛있습니다 !
출처: 리얼푸드
허거스에서 파는 비건 쿠기와 케이크도 인기입니다. 우유나 달걀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요. 100% NON-GMO(비유전자조작식품)입니다.

박 대표는 “두유의 경우에도 동물성인 비타민D3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해당 성분이 없는 두유를 쓰고 있어다"며 "주원료는 밀가루이고, 식물성 크림과 비정제 설탕을 넣는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리얼푸드
제가 허거스에 간 건 일요일 오후 3시였는데요. 도착했을 때만 해도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40분간 앉아 있는 동안 가게 안이 금세 꽉 차버렸습니다.

(호오 ~ 핫플레이스 !)

혹시 가보실 분들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허거스는 일주일에 딱 세 번, 금토일만 문을 엽니다. 참고하세요 !

리얼푸드=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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