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아파트 장단에 춤추는 부동산 시장

조회수 2016. 6. 16. 14:2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부동산 부활 시작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소비심리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긴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올 초까지만 해도
곳곳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 일대의 재건축 시장입니다.
3.3㎡당 4,000만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분양 완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대표 흥행 사례가 ‘신반포자이’와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입니다.
지난 1월 분양한 신반포자이는
평균 37.8대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마감했습니다.
3.3㎡당 평균 4,457만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6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을 정도입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33.6대1의
높은 청약률에 3.3㎡당 평균 3,994만원의
분양가로 전량 판매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이달 초 분양한
래미안 루체하임 역시 3.3㎡당
평균 3,784만원의 분양가로
평균 50대1의 경쟁률을 기록, 완판되며
현재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 중이고요.
장미빛 전망을 예측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또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동산 사이클의
시작과 끝에 재건축 아파트가 있어서입니다.
실제 부동산 상승 국면이던 2000년대 초반
전국 재건축 아파트는 28.83%, 특히 서울은
무려 31.16%가 오르며 전국 집값을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상승-성장-하락’에
이어 2009년 후반부터 2~3년간의
침체 국면이 이어졌는데요.
재건축 아파트 또한 이 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후 끝없이 추락하며 침체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부동산 시장은
2014년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입니다.
이 때가 ‘9·1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시기,
즉 재건축 규제가 풀린 시기입니다.
이에 시장에는 역대 최고 물량이
분양시장에 쏟아졌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재건축 추진 중인
늙은 아파트의 상승세도 거셉니다.
요즈음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한
대장주가 재건축 아파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률은
9.18%로 일반 아파트 상승세(5.66%)의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강한데요.
지난 4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09㎡)는 15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3월 14억7,5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불과 한달 새
7,500만원이 오른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내리자 재건축 정책 완화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남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문제는 상승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수요층의 불안감 고조입니다.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집값 폭락을 예견하는
전망들이 쏟아졌던 상황 속에 내 집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막상 내 집 마련에 나서려고 해도
혹시 상투를 잡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감도 팽배하고요.
하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의 활황으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재건축 아파트의
낮아진 수익성입니다.
2000년대 초반 재건축∙재개발은
투기의 온상으로 불릴만한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는 일반 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재건축∙재개발 분양가
더 저렴하게 책정됐습니다.
부동산114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과 2001년의 서울 분양가를 살펴보니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에 비해
3.3㎡당 200만원 가량 낮았습니다.
2001년 재건축이 주를 이루던
강남권(강남구, 서초구)은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불과 65만원(3.3㎡ 기준)
높았을 뿐이고요.
거액의 뭉칫돈이 재건축 시장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일례로 강남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도곡주공1단지(현 도곡렉슬 아파트)의
추진 단계 중 수익성을 언급했던
당시 언론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1억원 이상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당시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손해 보는 투자가 아니었기에 수요층이 몰렸죠. 지금까지 보유 중이라면 수익률이 300%에 달하네요. 현재 시세(13억5,500~15억7,500만원)가 14억원을 호가하니까요.”(도곡렉슬 인근 L부동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 2011년 이후 서울 재개발∙재건축이
일반 아파트 분양가를 앞지른 이후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지난 2015년 3.3㎡당 4,000만원을
찍은 이후 일반 아파트 분양가와 2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말이죠.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현장에 있은 지 벌써 수십 년인데 요즘은 정말 불안불안합니다. 정점이 아닐까 싶거든요. 달라진 모델하우스 풍경에도 짐작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중노년층 부부가 조용히 둘러보는 풍경이 연출됐죠. 북적거리지도 않았고요. 요즈음은 걸음을 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모델하우스를 찾고 특히 젊은 층이 대충 훑어보고 간다고나 할까요? 단타족이 가세하고 있다는 말이죠. 문제는 단타를 노린 투기세력이 가세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수익이 나야 하는데 과연 이 추세로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 시점까지 계속 이어질지 강한 의구심이 들거든요.”
그 동안의 주택 시장은
중산층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이
더해져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강남 일대는
고소득층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3.3m² 당 가격이 일반 샐러리맨의
연봉이니까요.
가격상승 동력인 중산층이 잠잠한 만큼
최근의 재건축 시장 열기는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로 마감될
공산이 큽니다.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양성적도 이를 방증합니다.
아파트투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분양을 시작한 수도권 및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140곳 중 33%인
47곳이 1순위에서 청약 미달됐습니다.
청약률이 그대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양성적은 더 낮아질 테지요.
“올해 분양시장 키워드가 ‘양극화’로 규정될 만큼 청약 미달 단지 또한 속출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활황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이라 논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M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부동산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하니까요.
실제 지난 2014년 7월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죠.
이후에는 재건축 규제마저 다 걷어내는
‘9·1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국내 경기는 낮은 성장률에
허덕였던 상황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재건축 정책의 빗장이 모두 풀리며
수요를 부추기고 부동산 시장은 술렁이고
있지만 그 이면을 봐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바로 ‘경기 침체’라는 것이요.
부동산이 활성화가 되려면
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전세가에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해도
향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올라서
좀더 넓은 집으로 옮겨도 그 집의 가격
또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외곽에 거주하다 목돈을 모아
서울에 입성해도 마찬가지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주택은 거래가 좀처럼 쉽지 않고
일부 신규 분양시장만 호황입니다.
서울 집값은 다수의 샐러리맨이
더 이상 근접할 수 없는 지경이 됐으니
향후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재 집을 구매하는 많은 수요층은
전세난에 지쳐 좀더 싼 곳을 찾아
외곽으로 등 떠밀려 집을 구입하는 실정이니
자발적인 의지라고 보기 힘들고요.
요동치고 있는 늙은 아파트의 장단에
오히려 서민과 중산층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만의 리그에 휩쓸리지
말아야 할 요즘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