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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전국 공시지가 1위 아파트 지하에는 '핵 벙커'가 있다

조회수 2020. 12. 22. 16: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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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대저택에 숨겨진 비밀은?

미국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상류층인 박사장의 대저택이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이 집은 등장부터 인상적이었죠. 높은 담벼락, 아름다운 정원, 넒은 통유리창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은 집주인도 모르는 비밀 공간, 지하 방공호입니다. 


오늘은 상류층 대저택에만 존재하던 지하 방공호를 국내 공통주택에 최초로 도입해 화제를 모은, 지금도 여전히 ‘은밀한 요새’로 불리는 트라움하우스 이야기입니다.

지하 벙커를 품은 트라움하우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트라움하우스는 1, 2, 3, 5차로 구성됐습니다.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1차는 1992년 준공됐으며, 이후 서리풀공원 바로 옆에 2차가 1996년, 3차와 5차는 각각 2002년과 2003년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중 3차와 5차의 지하에는 핵전쟁에도 끄떡 없는 방공호가 있습니다. 주택에 방공호를 설치한 분양 단지는 트라움하우스가 처음이었습니다. 최대 200명이 2개월 가량 버틸 수 있게 설계된 이곳은 두꺼운 방화문이 겹겹이 있으며, 벽 두께만 최고 80cm에 이른다고 합니다.

2019년 모 언론에서 소개된 기사 내용을 보면, 트라움하우스 3차 지하 3층에는 약 84㎡ 규모의 방공호가 마련돼 있습니다. 총 3개 동으로 이뤄진 트라움하우스 5차에는 각각의 동 지하 4층에 최고 225㎡규모의 넓은 방공호가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방공호 내부에는 간이 침대와 간이 화장실, 냉장고, 조리시설까지 구비돼 있으며, 공기정화시설과 전기공급 장치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 통로도 있다고 합니다.

15년째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기록

방공호를 갖춘 트라움하우스는 가격면에서도 대한민국 1등입니다. 트라움하우스 5차의 경우, 2005년 이후 15년째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용면적 273㎡의 공시가격은 69억9,200만원에 이릅니다. 초고가 아파트로 잘 알려진 ‘한남더힐’이나 ‘아이파크 삼성’, ‘아크로리버파크’ 등 보다 훨씬 높습니다.


국내 최고 공시가격인만큼 시세 역시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확정이 아닌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트라움하우스 5차가 2003년 준공된 이후, 지금까지 딱 7건만 매매거래 됐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해 12월로,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 273.75㎡가 7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금융 위기 때인 2008년에는 전용 273.6㎡가 120억7,550만원에 거래된 이력도 있습니다.  


5차뿐 아니라 1, 2, 3차도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으며, 거래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준공한지 20년이 넘은 1차는 지금껏 총 8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2차는 14건, 3차는 7건의 거래만 이뤄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실거래가를 보면 1차는 20억, 2차는 25억, 3차는 52억원입니다. 


이처럼 거래량이 적고 초고가로 시세가 형성된 이유는 ‘국내 상위 0.1%들의 주택’으로 불리는 만큼 거래 역시 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뤄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초고가 주택임에도 인지도 낮은 까닭

그래서인지 트라움하우스는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좀 낮습니다. 트라움하우스의 시행사인 대신주택도 분양 당시 ‘비공개 마케팅’ 내지 ‘비밀 마케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부분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상반됩니다.


언론 취재도 꺼려하며, 외부인 출입과 내부 촬영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위 0.1%의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만큼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트라움하우스는 외관부터가 다릅니다. 높은 담으로 둘러 쌓여 안을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인근 서리풀공원의 무성한 나무에 가려져 시야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보안시스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트라움하우스 2,3,5차는 입구가 하나뿐이라 모든 출입자가 실시간으로 파악됩니다. 주택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사각지대를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내부도 상당히 신경을 썼습니다. 각 세대마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입주민에게만 주어지는 보안카드가 필요하고요. 한 층에 1가구(한 가구) 내지 2가구(두가구 로 읽어 주세요)가 사는 구조여서 사생활 보호에 특화돼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보리 대리석이 깔려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각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평형으로 구성됐습니다. 트라움하우스 1,2,3,5차는 총 72가구에 불과하지만, 16개의 평형으로 구성됐습니다. 5차의 경우 18가구(열여덟가구)지만, 평형 수만 9개에 달합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내부 구조는 다릅니다. 잘 나가는 평형 중 하나인 전용 273㎡의 평면도를 보면, 6개의 침실과 3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다목적실과 펜트리룸이 있고 발코니가 많은 게 특징입니다. 또다른 전용 273㎡의 경우 5개의 침실에 화장실은 무려 4개입니다. 주방은 보조 주방 포함 2개입니다. 

트라움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누구?

트라움하우스는 아무나 매입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곳을 소유하려면 소속 회사, 직책, 지적 수준도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매물로 나온 집을 구경하려면, 통장 잔고까지 확인해야한다는 소문까지 떠돌았습니다. 돈으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로 트라움하우스는 재벌가나 대기업 임원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 강덕수 STX회장 등이 거주했거나 현재 거주 중이죠. 여타 초호화 주택 단지와 달리, 연예인이 살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연예인이 살고 있긴 합니다. 바로 ‘더 본 코리아’ 대표이자, 방송인인 백종원과 그의 아내 소유진입니다. 이 부부는 2017년 4월 트라움하우스 2차 전용 267㎡를 공동명의로 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그 해 총 3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고, 4월에 전용 267㎡가 3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은 백종원이 출연 중인 모 TV프로그램을 통해 잠깐 공개가 됐는데요. 방영 당시 확 트인 천장과 고급스러운 마감재로 한눈에 봐도 초호화 저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트라움하우스는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인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죠. 저 집의 높은 벽만큼이나 상류층으로 가는 진입장벽이 어려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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