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콘택트하라, 아파트가 디자인에 빠진 이유

조회수 2020. 6. 23. 0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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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브랜드를 입고 고급화를 선언하다

2000년대는 우리 아파트 역사에 처음으로 브랜드가 들어온 시대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천편일률적으로 건설사 이름을 달던 아파트들이 ‘e-편한세상’,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아파트의 고급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각각의 브랜드에는 자사만의 독특한 작명이 포함됐습니다. 그 의미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데요. ‘e-편한세상’의 ‘e’는 ‘electronic(전자)’이 아닌 ‘experience(경험)’이란 것, 래미안은 미래(來)적이고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곳이라는 것, 자이(Xi)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라는 것이죠.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은 브랜드도 있습니다. 데시앙(DESIAN)은 ‘Design(디자인)’에 프랑스 접미어 ‘An’을 붙여 ‘디자인하는 사람’이란 독특한 조어를 만들었습니다.

패러다임은 늘 바뀐다

아파트가 브랜드화하면서 광고 방향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래미안은 광고에 입주민이라면 공감할 다양하고 친근한 스토리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자이는 영화 같은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에코 아파트’ 또는 ‘환경 보호’ 같은 친환경 메시지를 던지는 건설사도 많아졌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디자인과 독창적 가치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태영건설의 데시앙이 대표적입니다. 데시앙은 아파트 광고 중에서는 이색적으로 아파트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영상에 차용, 몬드리안의 나무 작품 변천사를 통해 ‘디자인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다’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죠.


이는 데시앙이 추구하는 본질이기도 한데요. 이 광고는 올해 초 국내 최고 권위의 디지털 미디어 시상식인 ‘2019 앤어워드’ 건설부문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왜 디자인인가?

그런데 왜 요즘 브랜드들은 기능보다 심미적·예술적 요소를 더 강조하는 걸까요? 이전까지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디자인이란 ‘기능’ 다음으로 치부되는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고, 사람들은 더 나은 인테리어와 심미성에 주목했습니다.


더구나 인터넷을 놀이터 삼아 자라난 n세대들은 집안에서 전 세계 건축과 디자인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우리 건축과 제품은 성냥갑 수준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들 신세대의 미적 수준을 맞추기 위해 건설사들은 차별화된 설계와 시설의 고급화 등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실제 해외에서 유학한 몇몇 2~3세대 경영인들은 디자인 분야가 미래 산업이라 판단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국제화, 초 고급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능과 기술만 우선해선 더 이상 제품이 팔리지 않는 때가 도래한 탓에 조연에 불과했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체리 몰딩을 넘어 무지갯빛 아파트가 나오기까지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에 디자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내 아파트가 디자인을 입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말 상계 주공아파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대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조성룡 건축가가 참여한 상계 주공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L자, Y자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으며, 복층형 구조나 공중 휴식처(지금은 없어짐) 등 혁신적인 설계 방식으로 유명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는 아파트에 본격적으로 개성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대입니다. 이때 경기도 김포시 수기마을 힐스테이트에는 외벽에 무지갯빛을 넣었고, 서울 용산구 동부센트레빌은 국내 최초로 커튼월 방식의 설계를 시도했습니다.


흰색 벽지에 체리 색 몰딩으로 치장하던 1990년대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당시 판상형만 고집한 탓에 서울 강남권 지도를 본 어느 서구 도시계획가가 “서울 한강 변의 군사기지 규모는 정말 대단하다”며 핀잔 아닌 핀잔까지 듣던 시대였으니까요.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하다

처음에는 머뭇거렸던 건설사들이 변화를 택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건설사들과 세계적 디자이너가 협업으로 자사의 아파트 설계나 인테리어의 수준을 올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포스코건설은 미사강변 더샵 리버포레에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부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손길을 얹었고, GS건설은 서교 자이 웨스트밸리에 일본 롯폰기힐스를 설계한 저디파트너십을 참여시킨 바 있습니다. 신세계건설은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빌리브 파비오 더 까사를 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파비오 노벰브레와의 협업으로 탄생시킬 예정이라 합니다.

아파트의 미래,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에 달렸다

이제는 건설사 중에 해외 건축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디자인 상징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평면 디자인은 물론, 자사만의 브랜드 컬러와 특화 아이템 등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 역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이를테면 데시앙은 버건디, e편한세상은 오렌지, 자이는 피코크 블루와 금색, 래미안은 녹색과 회색을 건축 내·외관에 표출함으로써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데시앙의 경우, 서구의 디자인 회사나 건축사처럼 디자인 철학을 전면에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데시앙, 디자인 회사가 되다’ TV 캠페인을 통해 디자인의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태영건설과 데시앙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을 알리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유용성과 편의성, 예술성을 겸비한 브랜드 아파트로서의 이미지 구축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주거 본질에 충실한 아파트로 디자인 진화해야

태영건설의 이런 디자인 변화는 본질에 충실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기존 건설사들이 특화된 디자인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외관 변화만을 주로 강조했다면, 그에 비해 태영건설은 삶의 만족도를 극대화 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재정립하는 등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태영건설은 6월 19일 분양한 경상남도 양산시 ‘사송 더샵 데시앙 2차’를 비롯해 하반기 분양예정 단지와 광주광역시 남구 덕림 지역주택 아파트 수주에 참여하는 등 데시앙을 앞세워 주택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렇듯 건설사들의 디자인 변화는 밋밋했던 우리 주거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하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국내 아파트 브랜드들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미국의 IDEA까지 세계 3대 디자인상에서 수상 소식이 들려오는 등 점차 그 실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 아파트에서도 세계 건축가가 극찬할 아파트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멀지 않은 미래에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철학을 기반으로 주거 본질을 완벽하게 구현한 아파트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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