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 블루칩 한남뉴타운.. 조합은 시큰둥, 건설사는 진땀

조회수 2019. 6. 1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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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한남3구역, 부동산은 ‘심드렁’, 건설사만 ‘분주’

"거래는 없고 건설사 직원이랑 기자들만 찾아와요."


지난 3일 찾은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3구역) 현장 분위기는 열띤 언론 보도 분위기와 다르게 한산했습니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장문로길 일대 공인중개사 A씨는 “재개발 인가 전후로 보광동 일대에 공인중개소 사무실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재개발 지정 이후에는 부동산들이 바빠지는데, 여기(3구역)는 한가해요. 지역(보광동 일대) 특징이 임대가 많다 보니 건물 주인들도 급하게 팔 이유도 없고, 대출이 막혀서인지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집 주인들도 무리해서 팔기 보다 입주권을 원해요. 가끔 나오는 물건도 무허가 건물인 ‘뚜껑 매물’ 이에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느긋한 집주인들과는 다르게 건설사들의 다급한 마음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찾은 공인중개소 마다 건설사에서 배포한 시행사 선정을 위한 홍보 전단이나 각 건설사 브랜드가 적힌 각티슈 등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건설사들의 열띤 홍보전은 버스정거장 등에 붙어있는 광고 전달물 등 재개발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광로 일대에서 6년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사장 B씨는 “재개발 인가 훨씬 이전부터 건설사 직원들이 매일 방문해요. 이 자리에서 사무실 개업한 이후 한 해도 거른 적이 없어요”라고 귀띔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매일 6~7개 건설사가 방문하고 있어요. 거래가 없어 마음이 심란한데 손님보다 건설사 직원이랑 기자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라고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실제 각 건설사 홍보물에는 3구역에 아파트가 들어설 모습의 조감도와 구체적인 개발 계획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각 건설사마다 책정된 홍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귓띔하는데요.


보광동 일대 통장을 맡고 있다는 주민 C씨는 “건설사에서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해서 입김을 넣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건설사들은 홍보비용으로 수억원을 쓴다는 말도 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앞에는 한강, 뒤에는 남산… “한남동 부촌 만들어 드릴께요”

뉴타운 개발을 추진 중인 한남3구역 추정 공사비용은 1조5천억원에 달해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3구역 수주가 앞으로 진행 예정인 2, 4, 5구역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건설사들의 열기는 더해가고 있는 것이죠.


‘부촌’ 이미지 역시 건설사들에게 매력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남동에는 ‘유엔빌리지’ 내 고급 단독 주택가와 고급 빌라들이 자리잡고 있고, 또 최근 1년간(2018.4~2019.5) 서울 지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 Top100건 중 65건의 거래를 차지한 ‘한남더힐’ (600세대, 2011년 입주)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최근 서울 지역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외인아파트 부지에 ‘나인원한남’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한남동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강북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에, 그것도 한강변에 브랜드를 내걸고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라며 ”서울시의 정비 사업 규제로 당분간 재개발 수주가 어려울 것 같아 한남동 일대는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눈독 들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은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은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대림)’, ’디에이치(현대건설), ‘써밋(대우건설)’ 등 프리미엄을 강조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D씨는 “한남동 고급 이미지는 하루 이틀 내에 생긴 게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완료 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동네가 기대돼요. 건설사가 탐낼만한 이유는 충분히 많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합원 ‘고급’ vs 서울시 ‘서민아파트’

“서울 신축 아파트 건폐율이 20% 내외인데, 한남3구역은 건폐율이 42.08%에요. 다른 서울 신축아파트들 건폐율이 20% 내외인데, 왜 한남동만 이런지 모르겠어요. 조합원들은 시간이 더 걸려도 원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길 원하고 있어요.” (한남동 공인중개사 E씨)


“공공건축가들은 자연·역사·사람의 풍경을 남기고자 기존의 길을 최대한 보존하고, 도시조직을 재현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일례로 한남3구역의 능선길인 우사단로는 기존 옛길의 선형과 가로 풍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계획돼 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날 예정입니다.”(서울시)


2003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한남3구역 사업은 16년만에 재개발 승인됐지만, 그 속내는 복잡합니다.


서울시는 7명의 공공건축가를 두고 한남3구역 재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서울시는 ▲구릉지 지형을 살린 설계(테라스형 설계) ▲남산경관 훼손 최소화를 위한 조망 확보(고도제한 90m, 최고 층수 22층) ▲소평 평수 위주 설계(52%가 59㎡ 이하 소형주택) 등을 강조해 한남동이 재개발지로 ‘지역의 명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서울의 부촌’을 꿈꾸는 조합원들과 온도차가 있는 것이죠. 서울시의 계획은 건설사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분쪼개기’ 등으로 조합원이 3900여 세대나 되고, 높은 이주비와 고층 제한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용산시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건폐율을 근거로 조합원들을 상대로 지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한남동 지역 재개발 사업은 건설사들에게 모두 탐나는 노른자위 사업이지만, 역경의 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10년 뒤 한남동.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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