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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찌라

인간관계는 자연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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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썸과 애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3단어로 정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저렇게 3단계로 착착 진행되서 사귀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요. 대부분은 '도대체 우린 뭘까?' 라고 고민하게 되는 수백가지 상황과 관계의 모호함속에서 허우적댔을 거예요. 


비단 사랑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적당히 친한 친구나 지인의 관계도 그러하더라구요. 나는 절친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아닌 경우나, 그는 나를 좋아하는데 내가 좀 꺼려지는 경우, 지인도 사업파트너도, 친구도, 타인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관계도 있어요. 

언어는 자연수와 같아요. 수직선위에 띄엄띄엄 띄워진 하나의 점이죠. 우리는 대부분의 언어를 근사값으로 말하곤 해요. 파트너, 썸, 애인, 친구, 절친, 타인, 웬수, 상놈 등등. 그 사이의 복잡한 감정과 느낌들을 잘라낸 채 특정한 단어로 규정하죠.


게다가 사람은 언어에 꽤 많은 지배를 받아요.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이 다시 귀로 들어와 두뇌에서 강화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말을 하기 전까진 내 상태가 어떤지 잘 몰라요. 짜증난다라고 말하는 순간 짜증나는구나...하고 확정짓는 거예요. 관계도 그러해요. 우리의 상태가 뭔진 모르겠는데, 단어로 규정되는 순간 그렇구나..하고 인식하는 거예요. 우리 절친이지? 우리 그 정도 사이 아니잖아? 우리 꽤나 친해요. 우린 동업자예요. 우린 사귀는 사이예요. 등등.. 


두 사람이 그 단어에 동의하는 순간 그 관계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자연수(=관계)에서 엇나가는 미묘한 유리수들이 조금씩 각을 벌리기 시작하죠. 그것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멀어지게 만들기도 해요.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팀원들이 있었어요. 저 포함 4명이 '팀원' 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거예요. 하지만 그게 팀원이었겠어요? 대표와 직원이었죠. 팀원이라는 단어엔 여러 의미가 포함되요. 동등함, 기회, 협력, 성장, 갈망, 갈등 등등 말이예요. 하지만, 단어와는 달리 서로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쩜몇(.n)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지배욕구가 둘 사이에 흐르기도 했고

누군가는 친분이 더 강하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타인보다 더 먼 어색함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팀원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만큼의 기대와 욕구가 있었죠. 결국 그 기대는 서롤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등을 돌리게 만들었죠.

단어로 규정된 관계를 그대로 인식하면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기가 힘들어요.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사이라면 우린 상대방에게서 친구로서의 무언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상대방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단어'로 바라보는 거죠.


모든 관계는 애매한 유리수에 위치해있어요. 늘 흘러가고 있고 매 순간 변화해요.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서로를 바라볼 땐 규정된 단어가 아닌 상대방 자체와 나의 감정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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