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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찌라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꼭 읽어보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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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만 하면 ‘퇴사해라’, ‘퇴사해도 괜찮아’, ‘퇴사해버리자!’ 이런 뉘앙스의 글이 많더라구요.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고 문화가 변해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회사문화는 확실히 문제가 많기도 하고요. 퇴사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큰삼촌이나 당숙님이 옳다, 그르다 간섭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지요. 

보통의 퇴사 절차는 이렇습니다. 사직서를 내고 한 달 정도는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요. 그와 거의 동시에 스카이스캐너에서 비행기표를 끊죠. 마음은 뜨고, 여행 서적을 찾거나 블로그를 뒤지며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해요. 그리고 퇴사를 하는 날 모두에게 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나옵니다. 


다음 날 오전 6시 반이 되면 눈이 떠져요. 자동반사죠. 하지만 이내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이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가고 싶었던 예쁜 익선동 카페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모두가 일하는 시간에 홀로 커피와 당근 케이크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자유를 쟁취한 승리자의 기분이죠. 

이래저래 여행을 준비하고 캐리어를 챙기고 곧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합니다. 흥미진진한 유럽 여행이 펼쳐지죠. 인스타에 끊임없는 크로아상 사진과 개선문, 외국 친구들과 혀를 내밀고 찍은 사진 내지는 선글라스 컷들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어느새 귀국이 다가오고 있죠.

 

귀국을 앞두고 2, 3일 전쯤 되면 ‘현타’가 오기 시작합니다. 뭔가 마음이 불안하고 두근대죠.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맞아요, 이게 포인트예요.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우리는 대부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퇴사’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퇴사는 선택항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퇴사 후의 ‘다른 어떤 것’이 선택항이죠. 그것을 위한 과정에 퇴사가 있는 겁니다. 


일단 퇴사를 저지르고 다른 것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선택에는 늘 기대와 계획 이상의 변수가 있습니다. 퇴사의 변수는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게 된다’라 는 것과 ‘마음처럼 다른 것을 빨리 찾기 힘들다’라는 것이죠. 


미래를 계획하고 다이어리에 쓰기 시작하지만, 그것은 활자일 뿐입니다. 꿈꾸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빠져나가는 통장 잔고는 명확하게 보이죠. 어느 정도의 심리적 지지선까지는 여유와 멋짐으로 넘길 수 있지만, 마지노선을 넘게 되면 핸드폰 해지 위약금처럼 지금까지 받았던 해방감에 대한 대가까지 모두 불안감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불안감은 순식간에 모든 계획과 결심을 무너뜨리기도 해요. 힘이 굉장하거든요. 조급함도 친구로 데려오는데 이 녀석은 긍정적인 마인드보다 훨씬 동기부여력이 강합니다. 마음이 급해지면 가장 효율적인 선택부터 하게 돼요. ‘일단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생활을 안정시키자!’ 라는 결론을 내는거죠. 


하지만 막상 사람인과 잡코리아를 뒤지다 보면 아무 데나 들어가긴 또 싫거든요. 그래서 고르고 고민하다 보면 또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납니다. 수시 채용이든 공채든 ‘일정’이란게 있습니다. 서류합격과 1차 면접 , 2차면접까지 다 보려면 한 달이 훅 지나가요. 떨어질 때마다 한달이 날아가죠. 한 달이 날아간다는 건 그만큼의 고정지출비가 계속 마이너스를 향하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결국 이런 시간의 끝은 퇴사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본인을 몰고 갈 수도 있어요. 

퇴사 전엔 할부를 끊지 마세요. 여행 티켓도 할부로 끊는 게 아니에요. 모든 고정 지출비를 줄여야 하고, 재빠르게 다른 수익원을 빨리 창출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현금은 빠르게 들어오지 않아요. 편의점 알바도 일단 시작 후 한달이 지나고 월급이 들어오니까요. 최대한 현금이 빠르게 생성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놔야 해요. 생수라도 사서 팔든가, 과외를 잡든가 말이죠. 


현재를 견딜 바닥이 있어야 지금을 밟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법이죠. 빨려 들어가는 모래같이 부실한 바닥이라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유럽 여행은, ‘다른 어떤 것’이 확정된 후 다녀와도 늦지 않아요. 


덧붙이자면, 유럽에는 ‘다른 어떤 것’이 없습니다. 



이 글은 팩폭 오지는 에세이, 『기분 벗고 주무시죠』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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