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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랩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돼요.”

100m 접영 한국 신기록 세웠던 수영 강사 류기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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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원동에 있는 영희스포츠센터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수영을 가르치고 있는 류기연(26)씨의 별명은 ‘인어 강사’이다. 신장 172㎝의 늘씬한 미녀인데다 한때 접영 한국 신기록을 보유했던 ‘레알’ 스위머(real swimmer)인 까닭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돼 고3년까지 만 5년 동안 국가대표 후보로 활약한 류씨는 17세 때인 2009년 전국체전에서 접영 100m에서 59초84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초등 2년 때 처음 물에 들어간 이후 6년 만의 쾌거였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서 3년 동안 소속 선수로 활약했던 그녀는 고교 동기들보다 2년 늦게 수능을 준비, 이화여대 체육과학과에 진학했고 현재 일반인에게 수영을 가르치면서 향후 진로를 모색 중이다.

지금 4~6세 유아들을 가르치고 있는 수영 선생님인데 정작 본인은 8세 때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집이 충남 천안인데, 초등 2년 때 부모님이 수영장 정기권을 끊어 주었지요. 그때는 키가 또래들과 비슷했는데, 재능이 있었는지 수영을 곧잘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수영하는 모습을 본 체육 선생님이 저 때문에 학교에 수영반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수영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어릴 때는 물에서의 움직임 자체가 좋았어요. 친구들과 물장난 치며 노는 게 너무 즐거웠고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수영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즐거웠던 거 같아요.

중학생이 국가 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요? 경쟁이 치열할 텐데요.

수영 국가 대표는 자유형-배영-평영-접영 등 분야와 50m, 100m, 200m 등 거리별로 따로 선발하는데 매년 20명 이내로 선발합니다. 상비군은 지역별로 2명씩 50명 이내이고요. 저는 충남 대표 2명 자격으로 상비군이 됐던 거죠. 언니들이 많았지요. 6개월에 한 번씩 탈락과 신규 선발 과정을 거칩니다. 5년 내내 상비군에 소속됐었으니 열심히 했었던 거지요.

하루 운동량이 어느 정도 되나요?

수영 국가대표는 태릉에서 훈련하지만 상비군은 올림픽공원 수영장이나 한국체육대학에서 훈련을 합니다. 하루 2차례, 새벽 운동과 오후 운동으로 나뉘는데 한 번에 2~3시간가량 쉬지 않고 합니다. 하루 8,000m가 기본이지요. 저는 한창 때는 1만m씩 소화했습니다. 50m 레인을 100번 왕복하는 거지요. 막판엔 물속인데도 입에서 단내가 납니다.

중고교 때 학업을 전폐하다시피 했겠네요?

전혀 아닙니다. 중학교 때야 방과 후에 수영을 한 것이고, 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일반고인 온양여고를 다녔습니다. 집이 있는 천안에서 유학을 한 셈이기에 기숙사 생활을 했지요. 상비군 훈련 시즌은 주로 방학 때였기 때문에 학교생활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 예체능 시키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게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만.

실제 그래요. 서울에서 상비군 훈련을 받는 동안엔 방을 얻어 자취생활을 해야 했는데, 항상 방을 급하게 구해야 돼서 당시에도 월세 100만원 정도 들었어요. 수영 개인 코치를 받는 데에도 매달 평균 100만원 넘게 들어갔고요.

야구나 축구 선수들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실업팀에 들어갔네요.

몸값이 좋을 때 그 대우를 받고 싶었습니다. 국가대표 상비군 소속일 때 싱가포르에서 열린 ‘청소년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했었거든요. 개인 접영 100미터 은메달 따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지요, 덕분에 대전체육회 소속 수영 팀에 들어갔는데 1년차인데도 조건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배구나 농구가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수영 실업팀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전국체전에서 해당 시-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 광역지자체에서 스포츠 종목별로 운영하고 있어요. 배드민턴이라든지 레슬링, 핸드볼 팀 같은 거 말이죠.

실업팀 선수에서 갑자기 대학생으로 변신한 이유가 있나요?

실업팀 1년 차 때 전국단위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했지요. 그래서 연봉이 상당부분 하향조정되었는데, 당시에는 나름 충격을 받았지요. 이전에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수영을 했는데, 이제는 소속팀의 기록을 위해 운동을 해야 했고, 기록이 저조면 가차 없이 연봉에 반영되는 데에 큰 부담을 느꼈지요. 

직업 수영선수로서의 장래도 불안정하게 느껴졌을 것이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심지어 부모님도 몰랐으니까요. 다행이 성적이 잘 나와 이화여대에 진학한 뒤에서야 알렸지요.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게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려하면 ‘정신 상태가 해이하다’는 소리를 듣거든요. 그래서 대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수영을 그만두는 명분이 있어야 했기에 좋은 대학을 가야했습니다. 대학 1학년 때는 울산시청 소속 선수도 겸했었는데, 학교 성적이 욕심만큼 나오지 않아 2학년 되면서 그만뒀습니다.

10년 이상 이어온 수영선수 생활을 그만두면서 아쉬움도 많았겠습니다.

울산시청 시절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중국에 전지훈련까지 하면서 정말 열심히 운동했는데 전국체전에서 0.01초 차이로 4위를 했지요. 메달을 땄으면 좋았을 텐데…. 운동을 그만 둔 2학년부터는 정말 원 없이 대학생활을 즐겼습니다. 그동안 못 논 것까지 실컷 놀았고, 장학금도 4년 내내 받았으니까요. 선수생활은 그만뒀어도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해서 학비와 생활비는 모두 제 손으로 해결했습니다.

졸업 이후 일반 스포츠센터에서 계속 일했는지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 재활 훈련에 관심이 많고, 미국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할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고요.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을 따 놓은 덕분에 삼성물산 강남지점 사내헬스장에서 PT 강사로 3개월 일하기도 했지요.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가르치면 제 경력 덕분에 페이가 좋습니다.

수영 강사로서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데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성인의 경우, 일반 직장인처럼 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직업적 고충이 있다면?

하루 종일 소리를 질러야 해서 목이 항상 아프지요. 성대 결절도 잦고.

스포츠 강사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직업적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무엇보다 전문성을 키우고 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커리큘럼 꾸릴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성인들을 가르치겠다는 건지…. 시대착오적인 강습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무식해서는 안 됩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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