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 쓸 준비가 됐다, 여성영화에!

조회수 2023. 1. 11. 14: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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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 스트리밍앱 선보이는 퍼플레이컴퍼니 조일지 대표

배우 전도연은 지난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자배우들만 캐스팅하니까 그들은 내후년까지 라인업이 되어 있더라. 얼마나 행복할까, 부럽다. 쉬고 싶지 않은데도 쉬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지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한민국 영화 속에서 여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범죄, 액션, 스릴러 등 남성캐릭터 중심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반복적으로 제작되면서 여배우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죠. 여성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276편 중 여성감독이 제작한 것은 총 26편으로 전체의 11.6%에 불과합니다. ‘여성감독의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편견으로 제작투자가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2016년 개봉한 여성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와 <연애담>

남성시각의 획일화된 영화가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여성을 그리는 일을 중단하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남성중심의 서사만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희소식이 있습니다.‘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성 감독의 영화,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스트리밍 앱 ‘퍼플레이(purplay)’가 12월 초 출시됩니다.페미니즘의 상징인 보라색(purple)과 플레이(play)의 합성어로,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일을 하면서 수많은 영화를 봤어요. 여성캐릭터는 대다수 성적 대상화되거나 과도하게 순수한 존재로 그려지기 일쑤잖아요.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영화판에 반기를 들고, 숨어있는 다양한 여성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봄으로써 여성영화인들이 힘을 받고 거기서 더 많은 여성영화가 제작되는 선순환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퍼플레이컴퍼니 조일지 대표

퍼플레이를 만든 퍼플레이컴퍼니의 조일지 대표는 한 영화제에서 5년째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래 영화광이었던 그는 영화제 일을 하면서 영화판의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영화제에 나왔다 사장되는 여성영화들이 늘 안타까웠고, 재능 있는 여성감독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게 답답했습니다. 고심 끝에 영화를 좋아하는 절친들과 “여성영화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판을 벌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퍼플레이는 올 초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2017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에 선정됐습니다. 여성영화를 통한 성평등 가치 확산이라는 사회적 미션과 비즈니스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죠.육성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의 체계적인 멘토링을 받으며 앱을 개발하고, 여성영화를 수급하고, 매월 오프라인 상영회 ‘퍼플데이’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퍼플레이컴퍼니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예비 사회적기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017년 8월 열린 오프라인 상영회 ‘퍼플데이’ 중 감독과의 대화

“여성감독님, 배급사 대표님과 직접 상의하면서 영화를 한편 한편 수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라고요. 그래도 만나는 모든 분들이 응원한다, 고맙다, 잘해보자 하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오프라인 상영회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왔고요. 퍼플레이 앱을 통해 '여성영화가 이런 결이 있고 이런 장르가 있구나, 독립영화부터 다큐·극영화·애니메이션까지 참 많고 재미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실 거예요.”퍼플레이 앱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입니다. 드라마, 스릴러/공포, 다큐, 로맨스/멜로, 퀴어, 액션/모험, SF/판타지, 코미디, 실험/애니의 다양한 장르로 즐길 수 있습니다.#몸, #로맨스, #폭력, #페미니즘 등 관심사에 맞춘 주제별 영화검색도 가능합니다. 무료, 유료가 있으며 포인트 결제 후 영화 건별 차감되는 방식입니다. 수익의 70%는 감독에게 돌아갑니다.

퍼플레이 앱 메인화면(예시)

“서비스 영화가 몇 편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은데, 안 가르쳐드릴 예정입니다(웃음). 다른 영화 앱과 달리 작품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영화 하나하나를 더 많은 분들이 보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순차적으로 ‘야금야금’ 공개할 예정입니다(웃음).”퍼플레이는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홍대 인근에서 ‘퍼플레이 페미극장, 와보라’라는 상영회를 개최합니다. 매달 열리는 ‘퍼플데이’와 차이점이 궁금했습니다.조일지 대표는 “퍼플레이 오픈 행사”라고 운을 뗀 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듯이 원하는 영화를 고르면 오롯이 그 분만을 위해 정성스럽게 영화를 틀어주는 색다른 상영회”라고 설명했습니다.여성감독과의 대화시간, 함께 음식을 먹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퍼플레이 SNS에 올라오는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퍼플레이 페미극장 ‘와보라’ 포스터

퍼플레이는 운영비 마련을 위해 곧 크라우드펀딩 ‘텀블벅’도 열 계획입니다. 지난 6월 퍼플레이를 알리기 위해 이미 한 차례 진행해 목표액의 300%를 달성했습니다.‘나는 여성영화에 돈 쓸 준비가 됐다(I’m Ready to Pay For Feminist Films)’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여성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2030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텀블벅 펀딩 시작 5일 만에 목표액 100%를 돌파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영화에 목말라있구나’를 확실히 느끼고 사업의 추진력을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7년 6월 진행한 텀블벅의 메인 이미지

“텀블벅이 오픈하면 다시 한 번 ‘여성영화에 돈 쓸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퍼플레이는 여성영화를 따로 분류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쉽고 빠르게 여성영화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겠습니다. 앱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 퍼플레이. 국내 여성영화인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그들의 힘찬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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