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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형제가 ‘발리에서 벌인 일’

'컵밥발리' 강훈 대표 X '바루 서프스쿨' 김윤호 대표 인터뷰
프리즘 랩 작성일자2018.08.10. | 3,983 읽음

‘삶을 바꾸고 싶다면 사는 곳, 하는 일, 만나는 사람을 바꿔라’는 말이 있다. 이민의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국을 떠나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섬 ‘발리’에서 ‘서핑’과 ‘컵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국인 형제가 있다. 이들에게 동남아시아 휴양지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컵밥발리’를 운영하고 있는 강훈·임지혜 부부(좌), ‘바루 서프스쿨’의 김윤호(중간)·정효정(가장 우측)과 딸 김지아

어떻게 발리로 이주해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셨나요?

(김윤호)

10대 시절부터 스케이트 보드로 시작해 스노보드, 웨이크보드까지 쭉 보드를 탔어요. 서핑은 90년대 후반 국내에서 처음 접했지만, 2005년 발리에서 제대로 경험해보고 매료됐어요.

‘서핑은 이런 파도에서 해야 진짜구나. 어떻게 하면 이 파도에서 더 오래 서핑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이 서핑스쿨이었어요. 2009년에 오픈해서 올해로 딱 10년 됐네요.


(강훈)

2010년에 발리로 신혼여행 왔다가 형이 운영하는 서핑스쿨에서 서핑을 처음 해보고 저와 와이프 모두 서핑에 반했어요. 4년 후에 와이프가 진지하게 서핑을 하기 위해 먼저 발리로 넘어왔고요. 저는 한국에서 사업 아이템을 준비해 2015년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 바루 서프스쿨 김윤호 대표, 발리 꾸따비치

해외에서 사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김윤호)

오픈 초반에 손님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어요. 2009년은 발리에서도 서핑스쿨 비즈니스가 이른 편이었거든요. 초반 2년은 돈은 정말 한 푼도 못 벌었고 매일 서핑만 원 없이 했어요. 와이프가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함께 버텨준 게 큰 힘이 됐어요. 그렇게 한 두 해 버티면서 서핑 인구가 늘고, 수강생도 늘고, 입 소문도 퍼지고, 서핑스쿨도 더 좋은 목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자리를 잡았어요.

▲ ‘바루 서프스쿨’, 발리 꾸따비치

(강훈)

저는 사촌 형 덕분에 모든 면에서 좀 더 수월했어요. 다만 저는 개업 전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까지가 힘들었어요. 고심 끝에 어린 시절부터 가장 즐겨 먹었고, 나름 저 스스로 조리에 자신이 있었던 분식 메뉴들로 결정했는데요. 결정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 캐주얼 한식당 ‘컵밥발리’ 강훈·임지혜 부부와 직원들, 발리 꾸따비치

‘한국음식’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강훈)

저희 식당 모토가 '주머니가 가벼운 백패커, 서퍼들을 위한 한식당'이에요. 주 메뉴는 한국식 덮밥과 분식이고요. 다행히 백패커, 서퍼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많이 나고 K-Pop 팬들인 현지인 단골들도 많이 생겼어요.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한국 음식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적절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컵밥'이란 단어가 외국인 손님들 입장에서 기억하기 쉬운 덕도 본 것 같고요.

▲ ‘컵밥발리’의 대표 메뉴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윤호)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정말 좋아하는 분야인 만큼 확신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서핑 인구가 형성되면 마니아 층은 더 좋은 파도가 있는 해외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아쉽게도 한국 바다에는 초급자 수준의 파도만 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예상대로 중상급 수준의 파도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발리를 찾기 시작했죠. 발리에서 자리를 잡은 덕분에 송정, 양양에 2,3호점을 오픈할 수 있었고요.


또 하나는 인력에 대한 투자인데요. 서핑은 강사의 실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해요. 제가 가능한 모든 레슨에 직접 참여해 인솔하고 지도하고요. 한국인 스텝들이 예약 접수부터 공항 픽업, 응대, 안전교육, 지도, 응급상황 대처까지 서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요. 서핑실력이 출중한 현지인 강사들은 강습을 전담하고요. 품이 많이 드는 시스템인데 사실 이게 기본이거든요.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이곳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많이 난 것 같아요.


▲ 바루 서프스쿨의 데이트립(Day Trip) 강습에 참여한 수강생들

(강훈)

음식 비즈니스는 결국 맛이죠. 한국인은 물론 어느 나라 사람들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과 간, 향을 내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음식 맛은 늘 손님 반응을 보면서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식당 내·외부 인테리어로 공간을 차별화하는데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한국 업체를 선정해 자재도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 인테리어를 했어요.

해외에서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김윤호)

문화 차이가 가장 힘들죠. 10년 간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경험해보니 문화차이는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과 수용의 영역이더라고요. 현지인 직원들과 함께 합을 맞춰서 일을 해야 하니까요. 동남아에서 사업하면 인건비 싸서 좋겠다고 얘기하겠지만, 서비스 업종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많아요.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해요.


(강훈)

저도 어렴풋이 한국보다 모든 면에서 더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막상 첫 달 운영을 해보니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더라고요. 인도네시아는 한국처럼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아서 물류 비용이 비싼데다, 발리는 세계적인 관광지라 물가가 비싸거든요.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수익이 더 남는다거나 경영이 쉬운 것도 아니고요.


한국에서의 사회생활 경험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었나요?

(김윤호)

과거 보더로 활동했던 모든 경험이 지금 서핑스쿨 운영에 모두 도움이 됐어요. 보드 스포츠의 기본 원리를 잘 알고 있기에 강습 설계가 용이하고 다양한 응용도 가능했고요. 덕분에 중·상급자 레벨로 실력 향상을 원하시는 분들, 선수급 커리어를 쌓고자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강훈)

저는 한국에서 인사·교육 파트에서 일했는데요. 당시 경험이 현지 직원 관리에 있어서 도움은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정말 많이 달라요. 가령 여기선 압박하거나 몰아치는 한국식 리더쉽은 불가능해요. 여긴 직원들도 사장을 선택하는 문화거든요. 고용주가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바로 그만둬요. 그만큼 한국과 다른 거죠.


(김윤호)

제가 늘 동생한테 얘기해요. ‘여기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요. 한국에서의 모든 경험과 가치관 모두를 내려 놓고, 어떤 상황에서도 ‘아,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해야 해요. '아, 여기 사람들은 이렇구나, 나는 그렇지 않지만, 내가 여기서 사업을 하려면 여기 사람들에게 맞춰야겠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요. 여기 사람들의 기준과 기대치에 맞춰야죠.


최근 한국에서 ‘윤식당’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한식당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윤식당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강훈)

윤식당 이후로 저희 가게에 와서 '와, 현실판 윤식당이네요'라고 하시는 손님도 많았어요. 일단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저희가 원하는 이상적인 한식당 모습이라 부럽고 흐뭇했죠. 다만, 저흰 매달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임대료를 내고도 저희 생활비가 남을 정도로 수익을 내야 하는 매출 걱정이 있죠. 방송과 현실은 참 달라요.

‘해외에서 사업 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강훈)

윤식당 보면 외국인들이 치맥 조합에 놀라고, 한국식 라면 맛에도 놀라잖아요. 저희 메뉴가 윤식당 메뉴랑 비슷해요. 캐쥬얼한 한국식 분식이거든요.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분식 맛에 놀라면서 만족스러워 하는데요. 그럴 때 정말 뿌듯하죠.


(김윤호)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발리가 아이에겐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자연에서 맘껏 뛰어 놀 수 있고,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국제학교니 영어습득은 기본이고, 학원 보낼 일도 없고요. 아이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크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또 한편으로는 실력 향상을 원해 저희 서핑스쿨에 오신 분들이 강습 후에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해서 만족해하실 때, 지도한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지도자로서 참 뿌듯해요. 작년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서핑대회에 코치로 다녀왔는데, 태극기 들고 입장할 때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해외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뭘까요?

(김윤호)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해외는 비즈니스 환경이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거든요. ‘여행으로 간 해외’와 ‘비즈니스를 하러 간 해외’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그러니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소 1~2달 정도는 시장조사를 겸해 살아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머리로 생각했던 현지와 실제 현지는 다를 수 있거든요.


(강훈)

한식당 경영자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것, 킬링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저희는 ‘덮밥’ 아이템과 ‘컵밥’ 형식의 조합을 택한 거고요. 일단 킬링 아이템으로 최대한 빨리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현지 고객 반응을 보면서 기민하게 변화를 줘야 해요.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강훈)

운 좋게 빨리 자리를 잡았지만, 매출이 더 늘어야죠. 정말 윤식당처럼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이 더 많이 저희 식당을 찾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조만간 새 메뉴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고요.


(김윤호)

저는 서핑 지도자로서 더 활발히 활동할 계획이에요. 서핑이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어요. 국내에서도 국가대표 급 선수들을 육성할 코칭 인력이 필요하거든요. 한국에 2·3호점과 좀 더 긴밀하게 연계해서 발리에 저희 서핑스쿨을 한국 최고의 서퍼들을 배출하는 서핑계의 엘리트 스쿨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에요. 언젠가 제 손으로 김연아, 박태환, 정현 같은 세계적 수준의 한국인 서핑 선수를 길러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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