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등단해서 십 년 만에 창작집을 엮은 괴짜작가

조회수 2023. 1. 11. 10: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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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춘길 인터뷰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에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춘길입니다. 이번에 등단 이후 발표했던 작품을 모아서 [형사K의 미필적 고의]라는 소설집을 출간했습니다.

등단도 늦고 창작집도 늦은 편인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요.

20대에 소설을 습작했습니다. 그러다 이십 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이제 소설을 조금 알겠다 싶어지는 시점이 오더군요. 막상 그 지점에 도착하니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롤모델인 선배 작가의 궁핍한 생활이 도드라지더라고요. 저는 이십 대를 사회운동하면서 가난하게 살았거든요. 서른 넘어서까지 궁핍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절필하고 치열하게 경제활동을 했습니다.30대의 대부분은 경제활동에 전념했습니다. 사업도 했는데, 꽃처럼 피었다가 꽃처럼 졌죠. 그래도 다시 시작할 패기가 있는 나이라 금방 경제적으로 안정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안정이 생기니까 공허해지더군요.40대를 앞두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운이 좋아서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십 년째 게으르고 불성실한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 남들보다 한발씩 늦게 피네요. (웃음)

공허해서 작가가 되었다는 말인가요. 조금 풀어서 말씀해주세요.

풀어내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되는데요.(웃음)'내 삶이 이렇게 돈만 벌다 끝나게 되나. 이런 게 내가 생각했던 삶인가.' 등의 생각이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주면 흔히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죠. 진부한 표현으로 존재론적 회의랄까요. 그런데 글 쓰는 일 외에는 다른 걸로 대체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죠.의외로 저와 같은 공허를 느낀 분들이 많습니다. 저처럼 글을 쓰거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 분들에게 제 이야기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작품 활동 중에 에피소드 한 도막

물론 글 쓰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하루는 즐겁고 하루는 힘들거든요.글이 써지지 않는 새벽에 가능한 먼 곳까지 운전해서 고데 경력 40년인 아주머니께 머리를 맡긴 적이 있죠. 그게 난생 처음 삭발한 경험입니다. 삭발 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한 꺼풀 벗겨낸 듯 시원합니다. 나 자신에게 당근도 주고 채찍도 휘둘러야 합니다. 머리 빡빡 밀어버린 게 한편으로는 당근이고 한편으로는 채찍이었죠.

작가의 머리를 밀어준 40년 경력의 미용사님과 기념촬영. 글이 안 써지던 어느 새벽 작가는 가능한 멀리까지 달려서 평생 처음으로 삭발했다.

작품 활동과 일상생활은 어떠신지요.

전업 작가가 아니라 평일에는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에서 주로 도산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글은 주로 주말에 쓰죠. 소설 소재를 법무법인에서 일하면서 얻기도 하는데, 이번 소설집에 실린 [관리인]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도산한 병원에 관한 미스터리물입니다. 읽어보신 분들이 재미있다고 하네요(웃음).

제목이 추리소설이 연상시키는데 작품집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곱 편이 실린 작품집인데, 추리소설과 같은 기법으로 쓰인 작품이 몇몇 있습니다.일곱 편의 작품 중 표제작인 형사K의 미필적 고의는 도난차에 관한 당신의 진술로 시작됩니다. 진술을 듣는 사람은 수사관이지만 독자일수도 있습니다. 차를 잃어버려 억울한 당신은 진술은 뜻밖의 방향으로 향하는데, 의외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사실은 묻혀서 보이지 않는 일들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부조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읽게 된다면 그 점을 감안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천사에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고 방현석 작가가 쓰셨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후속작이 기대된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 같습니다. 사실 저는 결론이 빤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려있는 결론이랄까요. 이야기가 끝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읽어보시면 알겁니다(하하).

글을 쓰고 싶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

꿈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의 이야기에서 글을 시작하세요. 요즘은 에세이 같은 형식의 글도 많이 읽히고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기관이나 기업체의 공모전도 많고요.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인생이잖아요. 누구나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까, 누구나 작가가 될 소질이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써보세요.여러분이 쓰게 될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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