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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랩

코로나시대, 대한민국 워킹맘들의 수다

엄마말 안들으면 ‘피가 코로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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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방학이 길어지면서 워킹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 중엔 "한번 말하면 바로 움직인다"도 있다. 초딩 필체의 이 생활규칙은 "위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나'올 것이다"로 끝난다. 육아와 커리어 두 토끼를 쫓는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이든 집이든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등장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다녔던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워킹맘들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헬스케어 전문 PR 회사 피알봄. 이 회사의 네 워킹맘은 자녀 수만 열한 명이다. 둘째를 낳으러 출산휴가에 들어간 팀장 자녀까지 더하면 이 회사는 자녀 수가 총 13명인 애국 집단이다. 업무 강도 높고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 홍보 회사에서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지 않는 어벤저스급 워킹맘들이 시전하는 일과 육아에 대한 '신의 한 수'.

PR 회사는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자신만의 필살기가 있다면?

김수연 상무

김수연 상무(이하 김수연): 아이가 아직 어려 “규칙을 통한 좋은 습관”을 세우는데 많은 신경을 썼어요. 업무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과 사건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육아만큼은 규칙 안에서 최대한 변수를 배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 3세까지의 아이는 규칙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도 하죠. 그래서 이러한 노력이 워킹맘으로서의 제 생활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거라 믿었습니다. 아이에게 맞춘 식사, 수면, 활동과 관련된 습관과 규칙을 큰 틀에서 세워두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저와 함께 주양육자 역할을 하는 남편과 친정 어머니 모두 노력했어요. 


김은영 팀장(이하 김은영): 저는 ‘주변에 도움 구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워킹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게 ‘아쉬운 소리’거든요. 심지어 남편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기 싫다고 말하는 워킹맘들을 많이 봤어요.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일이든 육아든 힘든 날에는 잠시 틈을 내서 대표님, 상무님, 다른 팀장님께 SOS를 친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군가 되어준 부모님과 동료,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하죠. 

육아 맘들이 회사에 많아서 좋은 점도 있나요?

박민경 팀장(이하 박민경): 전체 직원 수 대비 워킹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진 않아요. 하지만 미혼, 남자 직원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이 엄마인 직원을 대하는 모습이 훨씬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카리스마가 결국 막내 직원에게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이런 회사 문화는 대표님이 살아오신 길과 철학의 산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연: 살아있는 “공감”과 “조언”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이가 없을 땐 동료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다고 하면 사실 뭔지 모르고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너무나 절절하게 와닿거든요. 아이가 커가면서 마주하는 고민들에 대한 조언도 구할 수 있다는 건 참 든든합니다.

피알봄에 일하는 엄마들이 많은 비밀은?

전은정 대표(이하 전은정): 저희 회사는 출퇴근 유연 근무제와 육아 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도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특별한 제도는 아니고요. 단지 제가 워킹맘 선배로서 먼저 걸어온 길이기 때문에 육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를 대할 때 이해의 폭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능력이 출중한 후배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게 안타까워 회사 차원에서 좀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업무와 연관되다 보니까 한계는 있죠.

요즘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서 더 어려우실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박민경 팀장

박민경: 당장 오늘 아침의 에피소드가 떠올라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코로나 때문에 아직 학교에 못가는 첫째 아들이 전화해서 “할머니랑 있기 싫어. 엄마랑 있고 싶어” 하면서 우는 거에요. 나 없이 흘러갈 아이의 하루를 상상하면 가슴이 늘 사무쳐요. 사실 제가 있다고 특별할 것도 없는데… (웃음)


요즘 제게 힘이 되는 아동문학가 편해문 선생님의 말씀이 있어요. “아이가 “심심해! 심심하다!” 호소할 때가 바로 아이의 놀이가 시작(Playstart)되는 순간이다”. 아이들 안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시국에서도, 그걸 넘어설 힘이 있다는 뜻이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의 그 힘을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김수연: 본의 아니게 재택 근무를 하면서, 재택 근무에 대한 환상은 깨져버렸죠(웃음). 고객과 통화 중에, 혹은 텔레 컨퍼런스 중에 “악당이 나타났다!!” 상황이 연출된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육아와 일을 한 공간에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더라고요. 반면, 제가 모르던 주중의 일상을 아이와, 평소 아이를 봐 주시는 친정 어머니과 함께 보내면서 불쑥 성장한 아이와 불현듯 나이 드신 어머니를 느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홍보 일하는 엄마’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전은정 대표

전은정: 요즘은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아이들이 파워포인트(PPT)로 준비해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 일이 PPT를 만들고 말하는 것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 게 단점이죠. 저희 회사 초창기에 일이 많아서 대부분 늦게 귀가했어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알림장에 선생님께 편지를 썼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얼마 전에 회사를 차리셨는데, 요즘 일이 많아서 어제 늦게 오시는 바람에 엄마 사인을 못받았습니다”라고. 많이 미안했죠.


김수연: 장점은 빠른 이슈 대응 능력이죠(웃음). 제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육아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도 자원 분배(Resource allocation),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PR 업무 성격상, 뉴스가 발생하는 언제라도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밤에도 항상 5분 대기조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홍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24hours 7days 항상 긴장 속에 있어야 하니까요.


박민경: 홍보는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글, 말, 비언어적 표현까지 아우르는 소통. 그래서 홍보하는 엄마를 둔 우리 아이들도 소통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습득해 나가는 것 같아요. 반면 단점도 같은데서 비롯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저와 협상을 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제가 반론 대응(Objection handling)을 너무 잘 하니까 숨막혀 할 때가 있어요.(웃음)


일과 육아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요?

전은정: 일과 육아 둘 중에서 쉬운 건 없죠. 어려운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육아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아이가 더 잘 자라도록 서포터 역할만 해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은 제가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끌고 결정할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민경: 저도 일과 육아 중 더 어려운 일을 가리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일이 힘들 때는 가족이 위로가 되고, 가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땐 일이 해방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둘다 힘들 때는… 죽어나죠.(웃음)

저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열렬히 나의 삶을 살고, 정말 열렬히 나의 가족을 사랑하자’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키자고 다짐했습니다. 이전에는 제 삶에 대해서도, 자녀 양육도 참 많은 기준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기준을 다 지키려다간 못 살겠더라고요. 일에서도 육아에서도 어려움은 시시각각 찾아옵니다. 그럴 때면 저 두 가지 원칙으로 회귀합니다. ‘너는 진짜 무엇이 하고 싶으냐?’ 자문해요. 그리고 그저 아이들을 꼭 안으면서 사랑한다고 얘기해요.


김수연: 저는 어느 쪽이 더 어렵지도, 두 가지를 함께 해 더 어렵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일과 육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잘해내야만 하는 것이잖아요. 둘 다 적당히 하려고 워킹맘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잘한다”는 것의 기준인데, 그걸 찾는 것이 현명한 워킹맘 되기의 시작이겠죠. 워킹맘이 된 순간부터 그래왔고, 현재도 매 순간 제가 인정하는 그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아이와 제가 함께 성장하고 있고요.

출산 후에 경력 단절 경험도 있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취업 후 업무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은영

김은영: 경력 단절을 경험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이 더 커진 것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에 몰두하는 동안 시야가 넓어진 것이 크게 달라진 점인 것 같아요. 결혼 전에 직장을 다닐 때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어요. 첫 아이 임신과 함께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그만뒀는데, 막상 쉬어보니 일이 너무 하고 싶더라구요. 제가 아이 넷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를 잘 하시는 분들 제일 존경합니다.(웃음)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취업을 하면서 내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의 강점을 알아봐 주는 회사와 동료에게 감사하게 됐습니다. 팀장으로서 팀원을 대할 때, 예전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도 육아의 경험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출산 전후로 일에 대한 마음 가짐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박민경: 출산과 육아로 일을 쉬다가 다시 회사로 복귀를 고민하는 시점에 대표님을 찾아 뵀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일, 육아 둘 다 80점씩 맞으려고 하면 못한다. 둘 다 40점씩 맞을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공백기를 가진 후 일에 복귀할 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뒤쳐지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었어요. 당연히 복귀해서 실무 감각을 익히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출산과 육아로 성장한 저 자신을 목격했습니다. 보다 넒게 보는 시야, 큰 의사 결정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마음가짐, 어려운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가는 법 등… 그래서 전 요즘 이야기 합니다. “나의 가장 큰 경력은 바로 출산과 육아”라구요.

경력이 풍부하신데 오래 홍보 일을 하면서 얻은 직업병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전은정: PR업계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이런 농담 가끔 하는데, 집안일을 마치 일 하듯이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 돌잔치 준비할 때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타임라인에 맞춰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다든가, 부모님의 칠순잔치 초청장 문구를 쓰고 디자인을 한다던가. 그럴 때 직업병이구나 생각하죠.


박민경: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인데요. 협동조합이다 보니 부모들이 돌아가며 운영진을 맡고 있어요. 올해는 제가 조합 이사장인데, 얼마전 코로나 상황에 대해 어린이집 이사회를 열고 미팅 내용을 정리해 그 다음날 아침에 부모님들께 공유 드렸더니 한 아빠가 “강경화 장관 발표문인줄 알았다”고 우스개소리를 하시더라고요. 진정한 직업병이구나 느꼈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푸는지 노하우가 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은정: 저는 회사와 집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를 완벽하게 나누기는 어려우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면 두 가지를 잠시 잊으려 그림을 그리거나 여행을 떠납니다. 일에서 잠시 떠나 있으면 여유도 생기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죠.


김은영: 저는 육아 스트레스는 업무로, 업무 스트레스는 육아로 풀어요.(웃음)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집에서 있었던 일이 잊혀지고, 집에 가면 회사 생각할 겨를이 없죠.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고 저 혼자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해요.


김수연: 저는 일 혹은 육아 한 쪽으로 치우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일에 너무 치우쳐 있다고 느끼면 일을 덜기 보다 그만큼 육아를 더 얹으려고 해요(웃음). 퇴근 후 아이 먹일 음식을 만든다든가, 아이와 함께 갈 여행 계획을 세운다든가…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이외 시간은 아이에게 더 집중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요. 스트레스를 풀거나 취미 활동을 못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저는 일과 육아 균형이 맞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느끼니까요.


박민경: 저는 술 한 잔 하는 게 낙이에요. 요즘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어려우니 금요일마다 집에서 가족들과 소박한 홈파티 재미에 푹 빠졌어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좋아하는 노래 부르고, 거기 맞춰 덩실덩실 (우스꽝스런) 막춤 추다 보면, 한주의 긴장감이 탁 풀리고, 또 거기서 얻은 에너지로 한 주를 살아가게 돼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은정: 먼저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둘 다 잘하고 싶은데 잠시 힘들어 그런 것인지, 혹은 일을 포기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거죠. 


그 다음엔 일, 육아 모두 늘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했다면 둘 다 100점 받으려고 하기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됩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면 여유와 안정을 찾게 되는, 기적 같은 일상이 분명히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PR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수연: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이나 브랜드도 태생적으로 타고난 가치가 있는데, PR은 결국 본연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나아가 기업과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만나는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일이에요. 엄마가 되고 나니 육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존중하고 살려주면서, 새로운 자극과 교육을 통해 가능성을 발전시켜주는 점이 그러하죠. 

PR과 헬스케어 PR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전은정: PR은 기업 또는 브랜드를 주요 공중과 의미있게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약회사를 PR 한다면, 의사/정부기관/소비자에게 이 기업이 얼마나 혁신적인 약을 개발하는지, 그 약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믿을 만한지 알리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의 명성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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