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느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언어치료는 연령을 불문하고 언어발달, 발음, 음성의 문제, 말더듬 보다 중한 경우로는 뇌 손상 및 신경학적 문제로 인한 실어증을 가진 분들의 언어능력을 촉진하고 재활하는 분야입니다.특히 언어치료실에 방문하는 아동들에 대해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닐까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동의 경우엔 주로 또래에 비해 언어 능력이 늦게 발달해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성인은 교통사고 환자나 뇌졸중, 치매 노인 등 후천적인 언어능력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쉽게 측정해볼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생후 18개월이 지나도록 10개 이하의 단어만 사용하거나, 만2세 이상임에도 ‘엄마 물, 밥 주세요’와 같이 두 낱말을 연결한 문장을 말하지 못할 때는 반드시 가까운 언어치료실을 방문하셔서 상담과 진단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발음은 음소 별로 발달 시기가 다르지만 만5~6세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든 음소를 어른처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이후에도 아기처럼 말한다거나 발음이 부정확하다면 교정을 위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무엇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언어능력 전반이 또래에 비해 유난히 뒤 떨어진다고 느껴지실 때는 꼭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합니다.
아동의 언어치료를 기준으로, 주 양육자와 상담 및 치료대상 아동의 언어능력 직간접평가를 통해 종합적 결과 분석 후 치료를 진행합니다. 1대1로 연령이나 현재 수준에 적합한 방법을 적용해 치료를 진행하고 필요 시, 그룹치료도 병행합니다.
뇌 손상으로 인한 성인의 경우는 제외했을 때 통상의 경우 유창성 또는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치료 전 정확한 상담과 진단이 필요한 이유고요. 이런 분들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언어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양육자인 부모에 의한 경우인데요. 요즘 양육자들은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아동의 발달을 예민하게 지켜보기 때문에 조기중재와 개입을 통해 언어적인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부모의 의도와 달리 아동의 자연스러운 언어능력 발달을 막는 행동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스마트기기를 아이가 너무 어린 영유아기 시절부터 쥐어주는 것 역시 치명적입니다.여전히 ‘크면 자연스럽게 말을 잘 할 거다’라며 언어능력의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 발생한 언어능력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물론 치료를 통해서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에도 개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기 아동기 때의 치료 효과가 가장 큽니다. 언어 능력의 문제는 가급적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언어재활사로 지금까지 만난 아동 수만 해도 수백 명은 족히 넘는데요. ‘으라차차 언어발달시리즈’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아동이 있어요. 이 아동은 부모님, 형제 모두 지적 장애가 있는 수급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였어요. 그 아이 역시 지적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제게 언어치료를 받았고요.이 아이는 학습동기도 없었고,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한글을 몰랐지만 학교에서 부정적인 경험만 쌓여서 자포자기를 한 상태였죠. 언어치료실에 들어오면 책상 한 가득 낙서를 하거나 떼를 쓰며 치료는 모두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고민 끝에 학습보다는 아이의 의욕을 길러주기 위해서 마치 어린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듯 이 아이 나이에 적절한 위인전을 골라 읽어주고 그 내용을 글로 쓰도록 했어요.그러자 어느 날부터 ‘선생님, 어떻게 하면 저도 이렇게 될 수 있어요?’라고 위인전 속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묻기 시작했고 더뎠지만 쓰기도 시작했고요. 결국 그 해를넘기기 전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졌고 어휘력도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었어요. 놀라운 성과였죠.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최대한 많은 소통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먼저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요구할 때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해주지 말고 꼭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해줘야 합니다. 너무 길고 어려운 문장이 아니라 아동 수준에 맞는 간단한 문장으로 대화해 주고,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언어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그 동기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하루에 단 10분 만이라도 아동에게만 집중하여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놀아주셔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지금처럼 누구나 공평하게 수준 높은 언어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곧 세 번째 ‘으라차차언어발달시리즈’ <나만 알고 싶은 발달장애 언어치료 레시피>를 출간할 예정이고, <무지개샘언어치료> 유튜브 방송도 지속할 계획입니다.이후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해 무료 언어치료 프로그램도 실행하고 싶습니다. 언어치료사로서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언어치료 일을 지속해 세상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