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시간도, 커피 한 잔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조회수 2021. 5.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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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타이밍을 고려해야 합니다.

회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타이밍을 고려해야 한다

여러분은 회사 중역으로 사내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루는 분기 임원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회의에선 각 사업부별 실적 발표와 더불어 향후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예상과 신규사업 진출 및 사업환경에 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그 어떤 회의보다 중요한 만큼 여러분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회의에 참석하려 합니다.


이때 여러분은 언제 회의가 열리는 것이 여러분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참석자들에게 설득하고 전반적인 회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바루크 레브 교수를 비롯한 3명의 연구진들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미국 내 상장된 2,113개 회사의 26,585건의 회의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분석한 회의는 ‘컨퍼런스 콜’이라 불리는 사내 중역들뿐만 아니라 투자자, 경제 관련 기자, 애널리스트들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였습니다.


그런데 분석 결과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언제 회의가 열렸는가에 따라 회사 주가의 향방까지 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회의가 다른 일정보다 앞서 가장 먼저 열릴 때 매우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반면, 회의를 여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참석자들의 말투는 부정적으로 변하고 결단력도 부족해졌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에 다소 회복되긴 했으나 오후에 접어들수록 부정적인 상황은 급히 심화되었습니다. 늦은 오후에 회의를 개최한 회사의 회의 내용을 분석해 보니 아침에 회의를 개최한 회사에 비해 확실히 더 부정적이며 비판적인 어조도 많았으며 심지어 시비조의 말도 쉽게 관찰되었습니다.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CEO나 임원들도 오후 시간이 될수록 답변은 더 어정쩡했으며 설명하는 어휘도 적절치 못했고 태도의 확신은 더 떨어져 보였습니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늦은 오후에 컨퍼런스 콜을 한 회사의 주가는 오전 컨퍼런스 콜 회사에 비해 15거래일 동안 더 떨어졌으며, 50 거래일이 지나서도 원상태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집중력이 좋은 시간대가 서로 다르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더 좋은 시간대가 있다는 사실에 관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표현은 아마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침형 인간인가요, 저녁형 인간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제가 드리는 다른 문제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Q. ‘린다’라는 인물에 관한 아래의 진술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체크해 주십시오.

린다는 31세의 활달하고 영리한 독신 여성이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으며 항상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대학 시절에는 사회 정의와 특히 여성의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반핵운동 단체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린다는 어떤 쪽에 더 가까울까?

a) 린다는 은행원이다.
b) 린다는 여성운동에 적극적인 은행원이다.

사실 이 문제는 단순한 논리 문제입니다. 어떤 부분 집합도 전체 집합보다 클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은행원은 전체 집합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인 은행원은 부분 집합입니다. 따라서 a)가 맞는 답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b)가 더 린다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린다에 대해 읽는 동안 린다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고정관념은 논리적 사고보다 빠르게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을 고안한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이러한 생각의 오류를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 혹은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재현하던 또 다른 실험자들은 흥미롭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실험에 참여한 시간대에 따라 정답률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에 참가한 실험 대상자들은 늦은 시간대에 참가한 사람들보다 정답을 더 잘 맞혔습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는 덴마크 학생 200만 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학생들의 시험 결과와 시험 시간을 대조해 보았습니다.


연구 결과를 확인해 보니 대개 오전에 시험을 본 학생들의 성적이 오후에 본 아이들의 성적보다 높았습니다. 시험 시간이 늦어질수록 성적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시간대 즉 타이밍은 성과에 분명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에 비해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은 조직과 사회, 교육 시스템 등이 아침형 인간에 맞춰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침형·저녁형 인간을 노력으로 바꾸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타고납니다.


게다가 아침형·저녁형 인간을 가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나이입니다. 유아기의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잠든 이른 아침 시간에 홀로 일찍 일어나 노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랬던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수록 점점 저녁형으로 바뀌고 스무 살 즈음에 저녁형의 극단을 보입니다. 


그래서 스무 살 시절 잠 못 이루던 젊은 날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입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저녁형의 모습이 약해지고 50대 이후로 넘어가면 젊은 시절 지독한 저녁형 인간도 어느새 아침형 인간으로 변모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아침형·저녁형 인간이 정해지고, 나이대의 영향도 크다 보니 노력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보면 아침형도 저녁형도 아닌 중간형이라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확고한 아침형이 15%, 확고한 저녁형은 20% 정도이지만 중간형은 무려 65%로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확고한 저녁형인 사람들은 조직 생활을 대개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대부분 아침형과 중간형들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침형과 중간형 사람들은 분석적, 논리적 업무나 회의를 오전에 진행하는 것이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저녁에 나온다

그러나 모든 업무가 오전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통찰이나 창의성은 분석이나 논리의 수준이 낮아질 때 서서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침형이나 중간형들에게 정보들이 무의식적으로 조합되고 통합되어 아이디어로 발전되는 시간대는 대개 늦은 오후나 초저녁 시간대입니다. 저녁형 인간들은 밤을 새고 새벽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만, 아침·중간형이 아침부터 혁신적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아이디어가 더 잘 생각나기도 합니다. 에너지가 빠져 지쳐 있다가 다소 이완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현상을 영감의 역설(inspiration paradox)이라고 부릅니다.


마레이케 위스(Mareike Wieth)와 로즈 잭스(Rose Zacks)와 같은 연구자들은 수학과 같은 분석이 필요한 과목은 아침에, 예술이나 창의적 글쓰기와 같은 창의성이 필요한 과목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커피 한 잔에도 타이밍이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커피 타임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사막의 오아이스입니다. 오전 바쁜 업무에 말 한마디 나누기도 힘들었는데 동료들과 짧게 담소를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커피 한 잔이 오후 업무의 나른함을 깨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기분을 고양시키고 정신을 깨우고 신체적으로 활기를 줍니다. 커피뿐 아니라 홍차, 녹차, 콜라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다 그렇습니다. 커피는 지나치지만 않으면 유익한 기호식품입니다.


그런데, 점심 직후의 커피는 해롭습니다. 에너지 효용 측면에서는 카페인의 양보다 ‘언제 마셨는가’라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간형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9~11시의 피크 타임을 지나면 에너지 수준은 다운 상태로 접어들고 식후 잠깐 반등했다가, 오후 2~4시경에 최저점을 찍고 다시 올라갑니다.


그런데 점심 식사 후 1시쯤 섭취한 카페인의 효과는 3시 이후에 발현되기 때문에 다운 상태로 접어드는 신체 리듬을 억지로 흥분상태로 끌어올립니다. 실제 신체 에너지는 떨어져 가는데 자극제에 의해 가동되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신체 기능이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면 회복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입니다. 카페인으로 버티며 밤을 새서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신체적 에너지 회복이 얼마나 더딘지 잘 아실 겁니다.


또한, 음용한 카페인 효과의 반감기는 대략 6시간이기 때문에 9시 전의 모닝커피는 에너지 고조기에 효능을 높이고 오후 2시가 지나면 약한 각성 효과를 발현하지만 오후 4시의 커피는 밤 10시까지 남아서 잠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아침엔 커피를, 그리고 점심엔 식사량을 조금 줄이고 과일 음료와 같은 당분을 섭취하는 편이 신체 리듬을 깨치지 않고 활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오후에 나른한 시간대에는 오히려 차가운 물이나 탄산수, 스트레칭, 간단한 통화, 다른 부서를 방문하거나 잡일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커피보다 낫습니다.


리더 여러분, 앞으론 오전에 모닝커피를 마시며 의사결정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회의를 하고, 오후엔 달콤한 과일 주스나 탄산수와 함께 아이디어 미팅을 시도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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