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를 4억이나 주고 산 이유

조회수 2021. 5. 1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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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이 'NFT토큰'입니다.

크게 2가지 이유에서 이 글을 씁니다. 요즘 미디어 곳곳에서 NFT 열풍을 보도하는데 왜 이렇게 뜨거운지, 왜 열풍이 불 수밖에 없는지 정리하고자 함입니다.


왜 NFT 코인 열풍이 불었을까요? 당연히 수익률이 좋기 때문입니다. 최근 3달 기준으로 적게는 10배, 크게는 2~30배까지 큰 수익률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불었던 테슬라 주식 열풍이나 작년 말 국내 우량주 열풍을 생각해 봐도 NFT 코인의 수익률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고, 블록체인 기술은 지나치게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글은 없습니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역시 불친절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NFT에 대해 쉽고 흥미로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1. 뱅크시의 작품이 4억에 팔렸다

2010년대 이후 최고의 아티스트가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뱅크시를 꼽고 싶습니다. 벽화들에 숨겨진 스토리를 듣다 보면 뱅크시라는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뱅크시는 반전, 평화, 친환경, 진보, 사회주의적인 시각으로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풍자하는 벽화로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왼쪽의 사진은 뱅크시가 탄광촌 벽에 그린 그림입니다. 인류 발전을 위해 행해지는 수많은 개발이 모순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인해 생긴 분리벽 앞에 건물을 매입하여 호텔을 차렸습니다. 분리장벽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이기 때문에 햇빛도 들지도 않습니다. 반전과 평화를 지향하는 뱅크시는 가장 아늑한 호텔을 가장 불안한 분리장벽 앞에 세우면서 역설적으로 평화를 강조합니다.


가장 최근의 이슈는 아마도,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 리모트 콘트롤로 자신의 작품을 분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주의에 천착하는 순수문화예술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분쇄까지 하나의 예술로 인정되며 경매 낙찰자가 구매를 결정하였고, 더 높은 가격을 자랑하게 되었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런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장에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디지털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작품이 4억에 낙찰되자 뱅크시는 실물 작품을 현장에서 불태웠고, 낙찰자에게는 해당 그림의 디지털 원본이 담긴 USB를 전달했습니다.

해당 USB 안에 든 원본 파일에는 진본을 확인해줄 수 있는 NFT 토큰이 존재합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기는 복잡하므로 ‘표딱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이 그림의 복제물은 ctrl+c, ctrl+v를 통해 발견되겠지만, 이 표딱지가 없다면 디지털 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해당 디지털작품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거나, 이를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원본 소유주가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TV 진품명품〉에서 작품의 진위를 가려냈다면, 이제는 디지털 문화 자산에 붙어있는 표딱지가 생성과 동시에 전 세계에 같이 공유됩니다. 어느 누구도 몰래 변형할 수 없는 것이죠.


2. 780억, 32억… ‘억억억’

‘NFT대박’ 열풍은 비플의 작품이 780억에 팔리면서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아티스트 비플은 기괴한 캐릭터를 실제 혹은 다른 작품과 섞으면서 매일매일 하나의 작품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가 이번에는 그동안 발행했던 그림들을 모두 모은 포트폴리오를 디지털 자산으로 경매에 올렸습니다. 이 원본에 대한 가격이 780억으로 확정되었죠.

이렇게 팔려나간 건 비단 그림뿐만이 아닙니다. 트위터가 처음 만들어진 2006년, 잭 도시는 ‘just setting up my twttr’라는 첫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 한 줄에 대한 원본 자산 가치가 32억으로 인정받아 팔렸습니다. 


이처럼 그림뿐만 아니라 글귀·음악 등 오프라인에 실재하지 않는, 오로지 디지털로만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의 ‘원본 가치’를 하나하나 매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3.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NFT

대체 불가능한 것에 예술작품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이키 희귀 상품을 리셀하는 것은 희소한 가치 때문이죠. 출시하는 날이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희소한 신발을 사면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몇 안 갖고 있는 신발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셀 플랫폼이 흥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모습, 왠지 익숙합니다. ‘NBA카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판매하고 있는 NBA 스타들의 카드죠. 이 역시도 발행량이 적어 현재까지 온전하게 갖고 있을 경우 수천만 원의 가치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희소성의 힘이겠죠.


이런 실물 카드를 넘어서, 이제는 미국 스포츠 업계 전체에서 디지털카드를 만들어 팔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카드 원본은 그 값어치가 올라가겠죠. 수천 개의 조던 카드가 있다 해도, 원본이 되는 카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좀 더 재미있는 관점으로 접근해 볼까요? 미국 프로농구에서는 ‘탑샷’이라고 해서 선수별로 훌륭한 골의 영상을 잘라서 팔기도 합니다. 이 영상 자산에 대해서도 디지털 원본 가치를 부여할 경우, 그 값어치가 올라가게 되겠죠.

물론 이런 디지털 자산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조던의 데뷔 원년 초창기 탑샷을 모두 갖고 있다면, 탑샷 영상의 재생권한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며 수익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에 쓰일 훌륭한 영상을 많이 갖고 있다면 더더욱 그 원본 가치의 값은 올라갈 것입니다.


밈으로 알려져있는 ‘냥캣’ 이미지도 그렇습니다. 이 귀여운 캐릭터는 우연히 재미있는 음악과 합성되면서 여러 가지 밈으로 복제되었습니다. 냥캣의 원작자는 그냥 재미삼아 만든 이 영상이 전세계적으로 밈화되는 영광(?)을 안게 됐지만, 그 사용 가치는 인정받지 못해 불법 도용에 시달려야만 했죠.

그러나 얼마 전 ‘냥캣’의 디지털 원본도 경매를 통해 7억 원에 팔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더리움 300개에 팔렸다고 하죠. 이쯤되면 NFT라는 토큰은 정말 그동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던 모든 디지털 문화자산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존재하지 않은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NFT의 힘

여태까지는 ‘원래’ 존재했던 모티브를 디지털화한 자산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새로이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살펴볼 ‘크립토키티’의 사례 역시 가상세계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크립토키티는 랜덤으로 나오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교배도 할 수 있는 육서 게임입니다.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다마고치’처럼, 각자가 고유의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있었죠.

다마고치의 장점은 친구의 다마고치와 교배해서 새로운 아기 동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립토키티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고양이와의 교배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크립토키티가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더 귀엽고 희귀한 고양이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유명인사의 고양이와 교배한 자손들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했죠. 그 가치가 무려 최대 9억 원을 호가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이제는 더 이상 ‘애들 갖고 노는’ 장난감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의 사례가 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실존하는 땅의 희소성에서 옵니다. 어디에나 서울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치가 매겨지는 시대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부동산은 이런 실제 부동산을 가상 자산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디센트럴랜드’라는 VR게임 세계의 땅을 매매하는 것입니다. 이를 거래하는 토큰은 게임명인 ‘디센트럴랜드’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1년 사이에 자산 가치가 70배나 오르는 등 주가가 높아지고 있죠.

5. 가상화폐의 가시화

지금까지 NFT의 사례를 설명드렸습니다. 결국 NFT라는 토큰의 가치는 자산 자체의 좋고 나쁨에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첫 사례로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이더리움 플랫폼이 어쩌니, 적용된 기술이 어쩌니 늘어놓아도 이를 현실 세계에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그뿐인가요? 기술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소개되기 쉬운 사례도 드물죠.


반면 NFT는 ‘표딱지’라는 단어로 쉽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NFT의 장점이자, ‘제2의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더 좋은 수익률, 더 좋은 기술로 토큰을 만들 수 있겠지만 NFT만큼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토큰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쉽게 소개할 수 있으면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앞으로도 실질적으로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토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글쓰는 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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