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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어린 시절 우상을 만나다

조회수 2021. 3. 2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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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 만난 마이클 조던의 리즈 시절

친구들이 운동장 한쪽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다. 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구경을 했다. 고작 6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넓은 농구 코트를 시끄럽게 뛴다.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그러자 친구 하나가 가방을 둘러멘다.

“야, 나 집에 갈게. 학원 가야 해.”

“야, 너 빠지면 누가 해?”

“그냥 쟤 시켜.”

생전 처음 농구공을 잡아봤다. 묵직한 농구공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운동장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주 멋지게 슛을 날렸다. 그물이 흔들렸다. 허공을 가르는 내 슛은 농구 골대(rim)를 닿지도 못하고 라인을 넘어갔다. 그 뒤로 농구에 관심이 생겼다.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짬을 내어 친구들과 중독이라도 된 듯 농구를 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해설이었지만 NBA 농구 경기를 즐겨보기도 했다. 귀에 박히는 소리는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와 마이클 조던이었다. 이제 막 ‘농알못’을 벗어난 내게 마이클 조던의 신들린 플레이는 마치 판타지 같았고 농구 코트 위를 날아다니는 그는 자유자재로 마법을 발휘하는 히어로 같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이든 농구 역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마이클 조던(Micheal Jordan)’이라는 이름이 늘 회자된다. 그가 은퇴한 이후에도 마이클 조던의 현역 시절 영상 기록들이 SNS에서 꾸준히 조회되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브랜드 역시 지금까지 사랑받는 문화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새가 되어 코트를 누비는 그를 보노라면 가슴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정도다.


환상적인 덩크슛부터 드라마틱한 버저비터까지 수많은 장면이 있지만 정작 코트 뒤의 그들을 보긴 어려웠다. 온 동네 떠나갈듯한 환호성 뒤에 땀범벅이 된 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전 세계 수많은 팬에게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한 선물 같은 콘텐츠가 바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다.

출처: Netflix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늘 선택 장애가 온다. 차라리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검색도 해보고 골라보기도 해 보며 겨우겨우 선택한 콘텐츠가 수십 개이고 미처 다 보지 못한 콘텐츠는 그보다 더 많다. 지난 4월,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이 넷플릭스 콘텐츠에 올라왔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마이클 조던 그리고 시카고 불스의 이야기가 10개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것저것 볼 것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지난날의 함성이 크게 들려온다. 


현역 시절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전체를 뒤흔든다. 양손에 공을 쥐고 슛을 던지는 그에게서 조던이라는 이름과 23번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출처: si.com
시카고 불스의 붉은색 저지 그리고 조던의 이름과 등 번호 23번.

코트 위를 누비는 마이클 조던의 영상은 사실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마치 숨겨진 상자를 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과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그간 아카이빙 되었던 관련 영상들을 모두 풀어 넣어 하나의 패키지 상품처럼 구성했다.


더구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섞어 미처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듯한 영상을 통해 그들의 숨소리, 그들의 땀, 열정까지 오롯이 전해진다. 팬들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마치 선물 같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하는 추억여행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이 작품은 철저하게 마이클 조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카메라는 그 주변까지, 아니 그보다 넓은 범위를 충분히 담아낸다. 마이클 조던과 콤비를 이루었던 스코티 피펜이나 악동 데니스 로드맨, 스티브 커, 시카고 불스의 감독이었던 필 잭슨에 이르기까지 시카고 불스의 처음과 활활 타올랐던 전성기는 물론이고 그들의 고군분투와 (깊게는) 가정사까지 다루기도 한다.


굵은 시가를 태우며 골프를 치는 모습이나 팀 멤버들과 농담을 나누거나 무서울 만큼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마이클 조던 역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악의적인 미디어들의 행태 또한 ‘날것’으로 보여준다.


마이클 조던이 던지는 슛이 모두 들어가진 않는다. 시카고 불스가 늘 우승했던 것도 아니다. 트로피를 거머쥐며 기뻐하는 순간도 있지만 고개를 숙이며 코트 밖을 떠나는 경우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팬들의 성원과 환호성 그리고 기쁨과 환희라는 이면 뒤에 야유와 패배 그리고 좌절의 쓴 아픔이라는 기록도 공존한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고 왕좌에 앉을 수 없다.


천부적인 능력을 갖춘 천재라 하더라도 노력 없이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 더구나 코트 위 존재하는 5명, 그리고 벤치에 앉아 있는 이들이 없으면 아무리 날고뛰는 히어로가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각인시켜준다.

출처: summertimechi.com
33번 스코티 피펜과 23번 마이클 조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상 속에서 생각에 잠긴 마이클 조던은 사뭇 진지하다. 그는 과거를 곱씹으며 지난날을 반추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추억에 잠긴다. 무려 500시간이 넘는 그간의 영상들을 하나씩 쪼개 10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나갈 때마다 다시금 귓가에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다. 에어 조던이라는 브랜드는 알아도 조던의 존재를 몰랐던 세대들에게도 마이클 조던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작품이다.


슛을 던진 후 시간은 멈췄다. 조던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한다. 그물이 흔들린다. 깔끔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간 버저비터 후 하늘 높이 승리를 외친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하는 팬들 역시 그 승리에 흠뻑 취한다. 각본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원문: Pen 잡은 루이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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