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백신 공포, 이대로면 필패한다

조회수 2021. 3. 16.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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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다는 겁니다.

의료인 대상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 중이다. 한편 전국 응급실에는 예기치 못한 폭탄이 떨궈졌는데,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로 응급실이 마비되기 직전이다. 정보를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방역에 도움이 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 발생 빈도가 상당히 높다. 고열, 통증, 근육통 등 경미한 부작용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듯하다. 좋지 않은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며, 이는 기존 AZ의 논란과 결부되어 향후 백신 접종률을 떨어트릴까 우려된다. (화이자, 모더나 등도 부작용이 적지는 않을 거 같다.)


약물에는 주작용과 부작용이 있다. 약물 사용에서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효과를 주작용이라 하며, 그 외 부수적인 모든 효과를 부작용이라고 한다. 부작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부정적인 효과를 떠올리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작용은 side effect라고 하는데,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일컫는다.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의 주작용과 함께, 항응고의 부작용이 있다. 이 부작용은 심혈관 환자에게 유용한 쓰임이 있다. 부작용의 부를 길게 부-작용으로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차라리 부수작용이라 읽든지.

지금까지 얘기한 side effect 말고, 좀 더 문제가 되는 개념이 있다. Adverse reaction이다. 이건 그야말로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의미한다. 백신접종으로 따지자면 사망이나 아나필락시스 등이다. 우리가 주로 걱정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adverse reaction도 우리말로 옮기면 “부작용”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부작용에 예민하다. side effect를 부작용이라고 언급할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adverse reaction을 떠올린다. 같은 용어를 쓰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때문에 부작용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된다. 더구나 하필 백신 안정성 논란까지 겹쳐, 사람들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Side effect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 시간이 짧으며,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드물다. Adverse reaction은 반대로 예측 불가능하고, 오래 지속되며, 사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백신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부작용은 side effect를 얘기하는 것이지, 결코 adverse reaction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이전의 일반 인플루엔자 백신등과 비교할 때, 부작용 빈도가 꽤 많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주로 고열, 동통, 근육통 등이다. 이는 항체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쳐갈 수 있는 반응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다소의 불편함은 있지만 심각한 위해는 아니다. 비록 하루 이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겠지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해 내야 하는 불편이다.


문제는 side effect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포에 사로 잡힌다는 사실이다. 결코 adverse reaction이 아님에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응급실로 뛰어온다. 두려움 때문이다. 게다가 AZ의 높은 side effect 발생 빈도까지 더해져서, 야간 응급실이 경증의 백신 side effect 환자로 가득 찼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직후부터 전국 응급실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다.

의료인 접종이 이정도인데,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면? 상상만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의료인보다 훨씬 부작용에 예민한 일반인들이 응급실로 들이닥칠 때, 우리가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밤마다 수십 명씩 안심시켜 집으로 돌려보낼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부작용인 고열 환자를 처리할 재간이 없다. 고열 환자를 격리실이 아닌 응급실 내부로 자신 있게 들일 방법은 없다. 이미 예방접종 시기에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들 소식이 들려온 상태다. 고열의 원인이 백신접종 전의 코로나19 감염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백신의 side effect 때문인지는 검사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수많은 중증 환자 틈바구니로 고열 환자를 격리없이 받을 수는 없다. 코로나19의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전국 모든 응급실 내 격리실이 전부 백신 side effect 환자로 가득 찬다. 지금은 고열이 있더라도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고 격리 없이 진료 중인 응급실도 많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고열환자가 일단 격리대상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의 주작용을 얻기 위해, 응급실의 중환자를 포기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방역전략의 기본이 의료부담을 경감하는 것일진데, 예방접종의 시작이 의료를 붕괴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응급실은 중대한 adverse effect 이외의 경미한 side effect는 진료를 보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백신을 접종한 후 고열, 동통, 공포와 같은 증상이 있을때,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없음을 뜻한다. 기실 집에서 (해열진통제 복용하고) 참고 버티면 될 일이나, 일반인들이 그 과정을 얼마나 순응해낼지 모르겠다. 


아마도 국가 예방접종 정책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것이 발목을 잡을 것이 틀림없다.

비교적 손 쓰기 용이한 의료인부터 접종이 시작되어 다행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일반인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문제다. 대책마련이 어렵지도 않다. 충분히 가능하다. 아직 시간도 있다.


  1.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벼운 부작용을 겪을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상당히 심한 고열과 몸살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2. 대부분의 부작용은 정상적인 면역 과정, 획득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산물이다. 해열 진통제를 복용하고 휴식하면 금방 좋아진다. 병원에 와도 치료는 해열 진통제밖에 없다. 과도한 걱정으로 응급실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3. 응급실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 이상반응은 의식변화, 경련, 혼수, 아나필락시스, 심정지다. 그 외에는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일반 응급환자의 치료 기회를 빼앗게 된다.
  4. 예방접종 후 하루이틀 정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억지로 일 시켜도 생산성이 떨어진다. 만만한 증상이 아니다.
  5. Side effect는 adverse reaction이 아니다. 과도한 공포는 금물이다. 언론과 인플루언서는 공포를 유발하는 발언을 지양해야 한다.
  6. 정부는 경미한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이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를 비롯한 의료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진료받지 못한 불만은 백신 접종의 순응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이 응급실로 밀려들면 1년 고생이 도로아미타불 된다.
  7. 과거에 만들어진 의료인의 백신 부작용 신고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행정적인 업무로 응급실이 마비된다. 신고대상을 중증이상반응으로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원문: 조용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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