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영어책을 낭독해 보았다

조회수 2021. 2. 16.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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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한 북클럽의 2년, 그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영어책 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다닌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 본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다. 원서 리딩을 시도해보지만 삽화도 없고, 심지어 종이 질도 나쁜 데다, 깨알 같은 알파벳에 압도돼, 페이지 한 장 넘기기도 쉽지 않다. 


대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에 집착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단어를 꼭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면, 그새 마우스 클릭은 자연스럽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터넷 가십 기사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구석에 쌓인 책이 몇 권이던가.


어린이들의 어휘력 증진을 위해 독서를 권장하듯이, 영어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어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영어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런 욕구는 나만이 있는 게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영어 원서 읽기 스터디를 만들어서 함께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학창 시절의 두 장면이 떠올랐다.


먼저, 체력장의 오래달리기를 떠올려보자. 10여 명씩 조를 짜서 오래달리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달리다 보면, 종종 뒤처지긴 해도 발맞추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운동장 몇 바퀴를 휙휙 돌아 목적지까지 완주하게 된다.

혼자 달리면 멀고 힘들지만, 같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까지 와 있게 된다.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음으로, 영어 수업 시간, 본문 리딩 시간을 떠올려보자.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한 명씩 지명해서 본문 읽기를 시킨다. 대개 그날 주번이 있는 줄은 100%다. 한 명이 일어나서 본문을 낭독하는 동안 반 친구들은 눈으로 따라가면서 문장을 같이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면 한 챕터를 다 같이 읽게 된다.


기존 독서 모임은, 책을 미리 읽어오고 읽은 내용을 토론한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 열정은 금세 시들어 버리고, 독서 토론은 가십 토론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영어 원서를 혼자 읽어오기보다는, 스터디 시간에 돌아가면서 낭독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스터디가 어느덧 6개월. 그 놀라운 변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엄청난 발음으로 주변을 제압하는 친구들. 꼭 있다.

원서 읽기 스터디 방법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온라인 영어 원서 읽기 모임 스터디를 모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중 멤버를 추려 6명을 한 그룹으로 만들었다. 


온라인 북클럽 진행 방법은 간단하다. 스카이프를 통해, 매일 (월–금요일), 저녁 10시부터 1시간씩 읽는 것이다. 자! 준비가 됐으면, 아래 순서대로 진행하면 된다.

준비물은 스카이프 앱, 마이크 지원되는 이어폰, 다 같이 읽을 책 한 권 만 있으면 된다. 커피는 옵션^^ 참 쉽죠?

1. 스카이프 그룹 콜에 조인한다.


개인적으로 스카이프가 단체 통화 음질이 깔끔하고 성능이 좋은 것 같다. 요즘 다른 앱도 그룹 콜 기능을 많이 지원하니 선택하기 나름이다. 


온라인 콜의 좋은 점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잠옷 입고 반쯤 누워서 책을 읽어도 괜찮은 것이다. 경험상, 인원수는 5–6명 정도가 적당하다. 혹, 멤버들이 결석할 경우를 위해 3–4명은 조금 타이트하고, 인원수가 너무 많아도 혼잡스럽다. 그날 참석자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1시간 동안 본인 낭독 순서는 대략 4–5번 정도 돌아온다.


2. 리딩은 매일(월–금),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우리 방은 저녁 10–11시에 진행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나는 이때가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꿀 타임이다. 


스터디 시간은 멤버들과 정하기 나름이지만, 매일 할 것을 권장하다. 리딩을 습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 연속적 리딩도 가능하다. 최소 2명만 로그인해도 스킵 없이 리딩을 진행한다.


3. 미리 읽어오지 않아도 된다. 그날 출석한 멤버끼리 순서를 정해 소리 내서 읽는다.


이 독서 모임의 특징은 사전에 읽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같이 읽는다. 미리 예습해 와도 괜찮지만, 그건 본인 자유다. 초기엔 한 단락씩 돌아가며 읽다가, 나중엔 두 단락씩, 지금은 익숙해져 한 페이지씩 읽는다. 그날 참석만 한다면, 어쨌든 하루 10–15페이지의 원서를 읽게 된다.


앞에서 말했지만 단체로 오래달리기하듯이 멤버들 사이에 묻혀 달리기만 하면 된다. 리딩 순서는 그날 랜덤하게 정한다. 이게 귀찮으면 순서를 한번 정해놓고, 다음 날에는 전날 끊긴 차례부터 읽어도 좋다.


4. 모르는 단어, 발음 상관없다. 술술 읽어나가자. 목표는 완독이다!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책을 읽을 때도,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중간에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듯이, 리딩 하는 동안 모르는 단어는 일단 그냥 넘어간다. 팔로업은 사전/사후에 개인의 몫이다.


발음도 자신이 아는 선에서 자신 있게 크게 읽는다. 대개 내가 모르는 단어는 상대방도 모른다. 어차피 얼굴도 안 보이니, 오버해서 신나게 읽어보자. 온라인 스터디의 장점이 이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가 혼자 떠드는 동안 누군가 집중해서 들어준 적이 언제였던가. 은근 긴장되고 재밌다.

출처: 매일경제
리딩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오디오북이 되어준다.

우리가 함께 읽어온 것들

2018년 9월. 우리 그룹의 첫 리딩 책은 『그릿(Grit)』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니, 일명 ‘존버’ 정신이 있더라는 자기 계발서다. 베스트셀러로 대중서라 책 내용 및 영단어도 많이 어렵지 않고, 두께도 적당해서 시작하는 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출처: TED
저자인 앤절라 더크워스는 테드에서도 멋진 강연을 했다. 『그릿』이 궁금하다면 시청하면 좋을 듯!

『그릿』을 시작으로 우리는 매일 책을 읽었고, 2019년 3월. 놀랍게도 지금 우리는 7번째 원서 책을 읽고 있다. 책 한 권을 끝날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과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멤버들과의 끈끈해진 단결력과 동지애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혼자라면 절대 읽지 못했을 『사피엔스』 같은 두꺼운 책도 같이 읽고, 저자의 매력에 빠져 『호모 데우스』까지 함께 읽어갔다. 이렇게 매일 달리면, 3–4주 정도면 한 권이 끝나 있다. 아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책의 리스트다.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 GRIT / 그릿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Grit)
  • Post Truth
  • Sapiens /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 Life of Pi / 파이 이야기
  • Homo Deus /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 To Kill a Mockingbird / 앵무새 죽이기
  • Happiness Project / 행복 프로젝트
  • Silent Spring / 침묵의 봄
  • The Giver / 기억전달자
  • Prisoners of Geography / 지리의 힘
  • Betting on Famine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The Alchemist / 연금술사
  •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 Where the Red Fern Grows / 나의 올드 댄 나의 리틀 앤 (주인을 위해 목숨 바친 두 마리 개 이야기)
  • Factfulness /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 Hidden Figures / 히든 피겨스 (여성이었고, 흑인이었고, 영웅이었다)
  • Nudge /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 The Story of Art / 서양 미술사
우리가 읽은 영어원서를 모아봤다.
차곡차곡 책이 쌓일 때마다 기쁨은 배가 된다.

모든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끝낸 경우도 있고, 결석이 잦아서 많이 놓친 책도 있다. 하지만 혼자라면 시작도 못 했을 영어 원서 책 읽기를 했고,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저녁 시간을 값지게 보낼 수 있었다.


매일 영어 원서를 낭독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약 2년 동안 읽은 책이 벌써 20권이 되어간다. 혼자 시작했더라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북클럽 멤버들과 서로 격려와 응원해주면서 달려온 덕분이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2년 남짓 체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1. 일단 쫄지 않는다


예전엔 두껍고, 깨알 문자 가득한 원서를 보면, 감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한 권 한 권 완독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벌써 20번째 책을 읽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처럼 두꺼운 책도 완독했다. 마친 후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막상 읽어보면 오히려 두꺼운 책들이 친절하고 쉽게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오히려 읽기 수월했다. 덕분에 이제 영어 원서를 보면, 일단 쫄지 않고 맞닥뜨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무리 작고 빽빽하게 가득 찬 영어 페이지도 쫄지 않게 된다.

2. 리딩이 빨라졌다


한눈에 들어오는 문장 폭이 커져서 리딩 속도가 빨라진 게 느껴진다. 어떤 분은 TV 하단에 빠르게 지나가던 자막이 한눈에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셨다고 공유 주셨다.


매일 낭독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단어 단위로 호흡을 짧게 가져가지만, 오래 하면 의미 단위로 끊어지는 부분에 대한 감이 온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긴 문장도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전반적으로 문장을 훑는 속도가 빨라져서 한눈에 들어오는 문장 폭이 커진 게 느껴진다.

화면 하단에 순식간에 지나가던 자막이, 어느새 한눈에 들어온다.

3. 모르는 단어도 뜻을 유추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당연히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단어 찾다가 1–2장도 못 읽고 책을 덮어두곤 했다. 뭔가 완전하게 이해되지 못한 찝찝한 느낌이 싫어서였다. 하지만 낭독을 통해, 멤버들과 쭉쭉 읽어나가면서, 전체 맥락 속에서 단어를 파악하려고 했다. 앞에 나왔던 단어가 뒤에 반복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큰 걸음으로 읽다 보면, 단어 뜻을 찾지 않아도, 문맥상으로 부정적/긍정적인 단어인지, 어떤 느낌의 단어인지 유추가 가능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낭독하면서 모르는 단어는 표시해두고, 리딩 후 따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나만의 독서 단어장 노트가 생기는 셈이다.


  • 팁: 원서 단어장 작성


원서 낭독 시,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단 밑줄 긋고 쭉쭉 읽어 나간다. 낭독 완료 후, 단어 정리 시간을 갖는다(약 20분 내외). 단어만 적지 말고, 그 단어가 나와 있던 문장을 적는다. 문맥상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한다. 간격을 조밀하게 적어두면, 다시 보기 싫어진다. 시원하게 2–3 문장 띄어쓰기한다는 마음으로 여백을 남겨두고 적는다.


한번 정리했다고 외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계속 모르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게 된다. 그때마다, 다시 정리하고, 기존에 정리했던 부분을 찾아보고 온다. 그렇게 하면, 2–3번 복습 효과가 있다.

아직도 나의 영어 원서 낭독은 현재 진행 중

읽어야 할 책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점점 자신감과 재미가 붙는다. 나중에 노안이 돼서 글이 잘 안 보이더라도, 그때까지 함께 읽어나가자는 북클럽 멤버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난다. 혹, 영어 원서 낭독을 망설이는 분들이 계신다면, 용기 내서 망설이지 말고 도전할 것을 권장한다. Start Now! Get Perfect Later!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1부/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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