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을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조회수 2021. 2. 2.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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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좋은 하루를 살아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요즘 들어 사람이 그저 적당히 건강한 마음으로, 적당히 알뜰살뜰하게, 적당히 곁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며, 적당히 근면 성실하게, 큰 욕심이나 피해 의식 없이 한평생 단지 ‘보통의 삶’ 같은 걸 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낀다.

대단한 부와 명예를 얻거나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저 적당히 사랑하며 평범하게 만족하며 한평생 완수해내는 게 훨씬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좋아하는 저녁들을 보내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그저 조금은 권태롭게, 그러나 평화롭게, 그렇게 인생 하나 살아내는 게 거의 가뭄에 콩 나듯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어딘가 다소 미쳐 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누군가로부터 폭력을 당하거나 스스로 폭력을 휘두르며 살아간다. 그냥 얌전히 알콩달콩, 큰마음의 시달림 없이 그렇게 잔잔하게 행복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은 스스로를 어쩌지 못해 극심한 충동들에 시달리다가 일상을 망쳐버리곤 한다.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탐욕을 부리다가 더 크게 파멸하고, 누군가를 이용하려다가 이용당하며, 중상모략을 꾸미다가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꼭 본인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생을 위협당하고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런 적당히 안전하고, 평화롭고, 사랑하는 삶을 갖추기 위한 요건들이 너무 어렵다. 일단 중요한 건 어린 시절이나 성장 과정에서 너무 큰 트라우마나 마음의 병을 겪게 되면, 인생 내내 스스로와 너무 큰 싸움을 오랫동안 이어가야 한다. 그럼 대개 하루를 어찌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갑질당하고 사기당하고 이용당해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스스로와 가족을 지킬 정도의 지위랄 것도 얻어야 한다.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보험을 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보험이 되어줄, 안전망이 되어줄 자산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안정감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어느 하나에서 실패하곤 만다.

어릴 적에는 평범한 삶은 아무나 다 사는 것인 줄 알았고, 뭔가 멋지고 특별한 삶을 살고 싶은 꿈으로 가득했다. 살아가다 보니 그 적당하고 평범한 삶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거의 최대의 난코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아도, 언젠가부터 쌓여왔던 마음의 병이 폭발하여 자기 스스로 공든 탑을 다 부숴버리는 일이야, 참으로 흔하게 본다.


서로 사랑하고 다정한 일상을 꾸려나가다가도, 돈이 없어서 크고 작게 싸우다가 파탄 난 가정도 적지 않다. 나는 아무리 애쓰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곁에 있는 사람이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이라는 건 얼마든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할 수 있는 것이고, 건강도 한순간 잃을 수 있는 것이며, 돈도 물처럼 들어왔다가 물처럼 쏟아져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거의 최상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주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말년쯤 이르렀을 때, 그저 한평생 나름 성실히 일하면서 잘 살아왔고, 가정에 큰 탈 없었고, 여생도 그저 편안하게 살아갈 정도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그런 삶이 아닐까 싶다.


대개는 거기까지 온전히 도달하기 전에 어딘가 구멍이 나고 피폐해지고 고장 나고 괴물이 되거나 침몰해 버린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이 들면 다 동화 속에 오두막 짓고 사는 호호할머니나 할아버지 부부처럼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만 해도 노인빈곤율이나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악인 걸 보면, 그게 얼마나 동화 같은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 속에서 나름대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차근차근 좋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측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남들이 온통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것들이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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