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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선수가 다시 코트로 복귀한 '기적'의 비결

조회수 2021. 1. 29.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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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4년 후 다시 배구장으로 돌아온, 놀라운 이력의 배구선수가 있다?

“나한테 왜 기적이 일어나지?”

저곳에 갈 거예요! 제 목표죠. 근데 어떤 길로도 저곳에 갈 수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목표로 갈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출처: unsplash

​2012년 프로 배구 선수로 데뷔. 2015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후 2시즌 만에 은퇴. 2019년 외국인 선수 통역가 시작. 2020년 프로 선수 복귀와 함께 컵 대회 우승.


​데뷔 2년 후 은퇴. 은퇴 4년 후 외국인 선수 통역가로 활동. 1년 후 선수 복귀와 컵 대회 우승. 국내 프로 배구 선수로 뛰고 있는 안요한 선수의 이야기다. 안요한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왜 기적이 일어나지?

특급 유망주의 선수 생활은 짧았다

12년 9월, 안요한은 프로선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인터뷰에 참가했다.

Q.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후보다. 기분은 어떤가?
A. (1순위 후보) 당연히 기분이 좋다. 누구나 첫 번째 올랐다는데 굉장히 기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최대어’ 안요한, 프로답게 재미있는 배구 보여 주겠다」(MK, 2012.09.17)

그러나 ​드래프트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안요한은 1순위로 드래프트되지 않았다. 모든 팀에 1번씩 드래프트 기회가 주어지는 1라운드 드래프트에서도 안요한을 선택한 팀은 없었다. 2라운드 드래프트에서야 안요한은 한국전력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 시절 특급 유망주로 랭킹 1위, 2위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계속된 부상으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안요한의 프로 생활은 짧았다. 2시즌 동안 총 12경기에 출전해서 13득점을 기록했다. 프로배구는 25점을 따낸 팀이 1세트를 가져오고, 3개의 세트를 가져온 팀이 승리한다.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한 안요한은 2015년 은퇴한다.

"'왜 그만뒀어’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결론은 늘 하나였어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죠. 실력이 있었다면 어디서든 잡으려고 했겠죠.

그때 생각하면 마음 아파요. 그래도 나름 고등학교서 대학으로 진학할 땐 랭킹 1, 2위 선수라는 이야기도 듣고 했든요."

「통역으로 새 배구인생, 안요한 한국전력 코치&통역」 (THE SPIKE, 2019.11.01)

2라운드 드래프트와 빠른 은퇴. 최고의 유망주였던 안요한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졌다. 단 몇 문장으로 표현되는 일들이 안요한에겐 짧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기까지 느꼈을 좌절감은 가늠하기 힘들다.


알파벳에서 시작해, 4년 후 통역가로 배구팀에 복귀한다

안요한은 은퇴 후 입대를 선택한다. 197cm의 큰 키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친형의 조언에 따라 퇴근 후 여유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한다. 초보자였던 그는 a, b, c 알파벳부터 시작했다.


여건이 된다고 모두 꾸준히 공부하지는 않는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안다. 큰 실패 후 새로운 도전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안요한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어를 배우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한다.

"사실 그전에는 영어를 전혀 몰랐어요. 처음 시작할 때 개인 과외로 외국어를 배웠는데, 정말 A, B, C 알파벳부터 배웠어요(웃음).

쉽진 않았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새로운 것이니까요.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관점이 넓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영어로 된 칼럼도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 한국어로 된 것과 비교도 하고요. 언어 외에 다른 지식들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즐기는 마음과 꾸준한 태도는 안요한에게 새로운 기회를 선물했다. 전역 후 안요한은 트레이너로 일할 것을 권유받았다. 마침 피트니스센터의 위치가 미군 기지 근처였다. 그동안 공부한 영어를 바탕으로 센터에 찾아온 미국인들과 대화했다. 이후 2년간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며 꾸준히 코칭 능력과 영어 실력을 키웠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약 4년 만에 안요한은 19-20시즌에 외국인 용병 가빈 슈미트 선수의 통역 및 코치 역할을 맡는다. 은퇴한 후 친정 팀에 선수가 아닌 코치 및 외국인 선수 전문 통역사로 돌아간 것이다.


​영어를 4년 동안 배운 사람은 많다. 그중 통역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심지어 안요한은 통역가를 목표로 영어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통역가가 된 안요한은 자신의 심정을 아래같이 밝혔다.

"저도 제가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제겐 너무나도 과분한 자리예요.

코치와 통역이 되기 위해 준비한 건 아니었네요. 운이 좋았어요. 꼭 이걸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되는 대로 이것저것 최선을 다했더니 길이 열린 거죠."

「[인터뷰] 통역으로 새 배구인생, 안요한 한국전력 코치 & 통역」(THE SPIKE, 2019.11.01)

안요한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어떤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성실함이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안요한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히 여겼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통역가 겸 프로선수로 뛰며 우승을 이뤄낸다

팀의 센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감독이 안요한에게 센터 복귀를 제의했다. 운동을 오래 쉬었으니 오히려 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여전히 배구를 좋아하던 안요한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식단 조절로 7주 만에 17kg을 감량했다. 그렇게 안요한은 프로 선수가 될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복귀 후에는 1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블로킹 2위라는 기록을 만들어 낸다. 우승 인터뷰 영상을 보면 여전히 안요한 선수는 러셀 선수의 통역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왜 한국전력에는 통역이 없는지, 또 안요한은 왜 영어를 잘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도 나를 못 믿었다. ‘과연 내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 코치님께서 자주 격려해 주셨다. 내가 진짜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감사드린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은퇴 후 다시 코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출처: 한국배구연맹

선수로 복귀한 안요한은 누구보다 과하게 세리머니를 한다. 하지만 안요한의 특별한 과거를 아는 동료들은 안요한을 이해한다.

배구장이 너무 그리웠고, 다시 돌아오니 마음이 너무 좋아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선수가 우리나라에 현재 뛰고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다. 앞으로 오랫동안 안요한 선수의 과한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전력은 새로운 통역가를 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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