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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2,800km를 걸어간 소년 이야기

조회수 2021. 1. 2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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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여행 이야기

빨간색 비니에 흰색 마스크, 짐이 가득 찬 백팩. 아직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길 위에 서 있다.

출처: Triangle News

11살의 로미오 콕스는 이탈리아에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할머니는 영국에 있었고 코로나19로 비행 편이 막히자 직접 걸어가기로 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을 가로지르는 꽤 긴 여정이나, 할머니를 만나겠다는 소년의 의지는 강했다. 로미오는 93일 동안 2,800km를 걷는다. 이 동화 같은 모험에 더 깊이 몰입하게 할 7가지 이야기를 준비했다.


1. 로미오는 부모님을 50번 이상 설득했다

로미오와 할머니 사이의 거리는 약 2,800km로 이탈리아를 횡단하고 스위스, 프랑스를 지나 바다를 건너야 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위로는 러시아, 옆으로는 라오스에 도달하는 거리다.

출처: 구글 맵
(라오스에 계신)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걸어서라도 갈래요.​

한국에 사는 11살 아이가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많은 부모가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로미오의 부모 역시 아들의 무모한 의견에 반대했다. 하지만 로미오의 의지는 강했다.​ 로미오는 부모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득했다.

부모님께 여쭤보니 50번 이상 안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아냈죠.

어린아이의 말도 되지 않는 고집이라 생각하지 않고, 결국 아이의 뜻을 존중한 부모. 부모의 반대에도 삐딱하게 반응하지 않고, 꾸준히 설득한 로미오. 


50번의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존중하고 응원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로미오가 어떻게 50번의 설득을 진행했고, 끝내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2. 로미오의 아버지, 필 콕스는 길 위에서 납치된 경험이 있다

로미오의 아버지는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필 콕스는 20년 경력의 영화감독이다. 그는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그의 작품인 ‘더 벵겔리 디텍티브’는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정, 2012년 영국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출처: Native Voice Films

2016년 필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는 소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단으로 떠났다. 수단은 몇 년간 독립 언론인이 출입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단에 도착한 필은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민병대에 붙잡혔다.

출처: 필 콕스/​Native Voice Films

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쇠사슬에 묶인 발. 위는 필 콕스가 찍은 자기 발 사진이라고 한다. 이 당시 필은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던 사막 한가운데 덥고 지쳤음에도 자신을 기다릴 가족을 걱정했다. 보초에게 아들 로미오의 사진을 보여주고 안부만이라도 전하게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몇 달간 고문과 협박에 시달리는 끔찍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기사를 통해 그 당시 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필처럼 감금과 고문을 받은 사람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겪는다.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 역시 피랍 이후의 삶은 많은 부분이 달랐을 것이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문득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두렵고, 낯선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필이었기에 아들의 무모한 여행 계획은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단만큼 위험하지 않더라도 처음 떠나는 긴 길 위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오르게 할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 뻔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여행을 시작으로 자신의 아들도 자신이 겪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필은 아들의 여행을 지지하고 동참했다. 언론에 로미오의 여행을 알리고, 아들과 함께 길고 낯선 길을 걸었다.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을까?

For me it was really great for my mental health – to participate in a child’s imagination and a child’s epic journey.​

필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과 함께한 특별한 여행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도 치유받은 것이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아버지의 시점에서 다뤄도 흥미로울 것 같다.​


3. 여행보단 모험에 가까웠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50번 부모를 설득한 아들. 피랍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여행에 동참한 아버지. 두 주인공이 모험을 시작한다.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동화 같지만은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오늘도 내일도 걸어야 했다. 로미오는 2,800km를 93일 동안 걸었다. 국내에서 진행된 국토 대장정보다 약 5배 더 멀리 4배 더 긴 시간이다.​

출처: 페이스북, Romeo’s Big Journey Home

2014년에 진행된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대학생들이 참가해 587km를 21일간 걸었다. 17회 진행이 된 만큼 국토 대장정으로 코스와 일정 등이 잘 계획되어 있었을 것이다. 길을 잃거나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적었을 테지만, 144명의 참가자 중 140명이 완주했다. 국토대장정 영상을 찾아보면 오랜 여정에 발에 이상이 생겨 잘 걷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많다

로미오는 국토 대장정보다 약 5배 더 멀리 4배 더 긴 시간을 걸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처음 가는 길이어서 여러 번 길을 잃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었다. 잠을 자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말벌 둥지 아래서 잠을 청하기도 했고, 야생 들개 들과 싸움을 하기도 했다.

We got lost a few times. We slept under a wasp nest which wasn’t a good idea, got bloody feet, but we never thought about giving up.

긴 여행으로 11살 소년의 발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로미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의지가 생겨났을까?


4. 길 위에서 만난 당나귀와 동행했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동화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여행 중 당나귀가 등장한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2020년, 로미오는 길 위에서 야생 당나귀를 만나 길들였다. 야생 당나귀를 길들여 짐을 싣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마치 중세 시대에 등장할 장면 같다.

출처: 페이스북, Romeo’s Big Journey Home

당나귀 덕분에 여행은 조금 더 쉽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당나귀가 더 이상 나아가기를 거부하며 동행은 끝이 났다. 로미오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나귀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다.

출처: 페이스북, Romeo’s Big Journey Home

4. 갑자기 강남 스타일이 등장한다

Do you know 싸이?

할머니가 있는 영국에 가까워지자 로미오는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아침에 든든하게 계란을 먹어 흥이 올랐다.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에 강한 영향을 남긴 모양이다. 


이탈리아에 사는 로미오도 흥이 나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춤을 춘다. 동화였다면 생뚱맞다고 느꼈을 전개다. 우리의 용감한 우리 모험가 로미오의 춤 실력을 감상해보자.


5. 많은 사람이 로미오의 여행을 응원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로미오의 여행에 주목했다. 각국 보도국에서 인터뷰했고,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이 응원했다. 그중 몇 명은 로미오의 SNS에 방문해서 소통했다. 또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고, 자전거를 빌려주며 여행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기대했던 풍경과 명소보다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만났던 사람들이 추억이 되는 경우가 있다. 로미오에게 이 모험은 그런 추억들을 곳곳에 심어두는 시간이 되었다. 로미오의 페이스북을 보면 여행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과 사건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다양한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낯선 여행지에서도 자신을 알아보고 응원했다. 로미오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을까? 무엇이든 자기의 발로 해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하지는 않았을까? 11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


6. 로미오는 난민 친구들을 위한 펀딩을 108% 달성했다

로미오는 펀딩을 함께 진행했다. 분쟁 지역에서 태어난 자기 또래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펀딩이었다. 목표 금액은 1만 8,000파운드였고, 108% 초과 달성했다. 펀딩 받은 돈은 이주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태블릿 및 와이파이 환경 조성에 사용될 예정이다.

출처: JustGiving

처음에 펀딩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펀딩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로미오와 그 가족은 도대체 얼마나 다른 삶을 사는 것일까?​


로미오의 어머니는 리액트(RECT,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을 운영한다. 리액트는 분쟁지역을 떠나온 이주민들의 교육 등의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 로미오는 어머니를 따라 리액트 활동에 참가했고,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다.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이사한 로미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이탈리아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아 자신도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7. 그리고 더 멀리 더 오래 걷지만,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로미오는 펀딩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는 데 친구 랜돌프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랜돌프는 리액트에서 만났다. 이탈리아어 서툴던 로미오가 이탈리아에 잘 적응하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출처: 인스타 @_romeos_big_journey_home

랜돌프는 가나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보겠다는 동화 같은 목적은 아니었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 계속해서 걸어야만 했다. SNS에 자신의 여정을 공유할 수 없었고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어떤 나라도 랜돌프를 두 손 벌려 환영하지 않았다.


랜돌프의 여행은 로미오의 여정보다 더 길고 어려웠지만, 랜돌프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렵게 도착한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후의 삶도 리액트와 같은 곳의 도움이 없으면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나보다 훨씬 더 멀리 걸었지만, 음식과 물이 없었고 두려움에 떨며 걸어야 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있었다. 내가 시칠리아에 왔을 때 그는 나를 도와주었고, 그래서 나는 그와 다른 취약한 아이들을 그 대가로 돕고 싶었다.

로미오는 인터뷰에서 랜돌프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긴 여정을 마치고

로미오는 영국에 도착했다. 방역 수칙에 따라 영국에서 2주간의 격리 기간을 보낸 후야 할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93일 2,800km의 여정 끝에 할머니가 서 있었다. 로미오는 할머니가 정말 그리웠고, 격리 기간 마지막 날에는 잠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할머니를 만난다. 영화감독인 필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할머니는 자신을 보기 위해 먼 길을 걸어온 손자를 자랑스러워했다. 로미오를 안고 여러 번 칭찬해 줬다.

Dad said no more adventures for at least six months, but I am already planning one.

로미오가 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아버지 필은 로미오에게 6개월간 모험은 금지라고 말했지만, 우리의 어린 모험가는 이미 새로운 모험을 계획했다고 한다. 로미오가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기대되고, 또 멋진 이야기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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