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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원나블”과 “주술회전”의 차이를 만드는 것: 일본 만화와 미디어 변화의 상관관계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미디어가 변하면서 일본만화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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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만화 퀄리티가 점점 내려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한 문제인 것 같다.


90년대: 영화의 영향을 받은 소년만화의 등장

다 아는 얼굴들이구먼

90년대는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 그리고 <타이의 대모험>처럼 직선적이되 몰입갚 높은 이야기들이 잘 먹혔다. 복선-반전-회수보다는 계단식으로 쌓아가는 어드벤처식 스토리라인에 가까웠다. 한 세계관 안에서 단순하게 강한 적을 쓰러뜨리면 더 강한 적이 나오고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점점 강해지는 식이다.


복선과 반전이 거의 없고, 설령 있어도 힌트를 강하게 주며 그 장치 역시 평면적이다. 기본적으로 몰입감을 중시하는 영화와 TV의 영향이라고 본다. 


참고로 <드래곤볼>은 55년생, <슬램덩크>는 67년생, <타이의 대모험>은 64년생 작가가 그렸다. 이래저래 카메라 세대(영화-TV)인 것이다. 실제로 초창기의 <드래곤볼>이 성룡영화를 오마주했다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이야기도 있었다.


2000년대: RPG 비디오 게임 형식의 스토리텔링

그런데 2000년대에는 90년대와 같은 어드벤처식 스토리라인 위에, 계속되는 복선과 반전을 쌓아올리면서 독자들을 한 곳으로 밀어가는 호흡들이 주류가 되었다. 거대한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작은 에피소드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접붙는 식이다. 액자식 구조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굳이 표현하자면 나무의 형태를 한 구조이다.


대표적으로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이 있고, 이걸 제일 잘한 게 <원피스>다. 오다 에이치로는 <원피스>에서 각 에피소드의 핵심 인물들의 과거를 끄집어내서 루피가 있는 현재와 만나게 하는 전개를 보여주고, 이게 기본적으로 <원피스> 재미의 90%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그중에서도 퀘스트를 깨며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는 RPG형 비디오 게임과 똑같다.

그 유명한 3대장

‘원나블’보다 조금 더 나간 것이, <헌터X헌터>다. 만화 덕후들은 알겠지만 <헌터X헌터>는 능력자 배틀물인 <죠죠의 기묘한 모험>시리즈를 세련되게 벤치마킹했다. ‘세련되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죠죠>가 턴제 보드게임 설정을 만화로 옮겨놓는 방식이면, <헌터X헌터>는 턴제 RPG 게임을 만화로 구현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나블’은 작가들이 전부 75~77년생이고,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RPG 게임들을 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헌터X헌터> 작가인 토가시 요시히로는 비록 66년생이지만 유명 RPG게임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광팬이며, 새 타이틀이 출시되면 거기에 빠져사느라 무기한 휴재를 하곤 했다는 사실은 꽤 유명하다. (본인 왈, 만화가 막히면 게임을 한다고.)


‘포스트 원나블’의 그림자가 드리운 세대

이렇게 복선과 반전을 쌓아 올리면서 독자들을 한 곳으로 밀어가는 호흡을 가진 ‘원나블헌(원나블+헌터헌터)’ 4대장이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를 휩쓸었다. 거진 20년 가까이 일본만화의 중심에 있었고, 수많은 ‘신-원나블헌’ 후보가 나왔다가 사라졌다. 


나왔다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어쨌든 편집부도 작가도 ‘원나블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원나블헌’이 일본만화의 스토리 텔링에 미친 영향은 지대한 것이다.


이러한 ‘ RPG게임식 스토리텔링’에 살짝 금을 낸 것이 <원펀맨>이다. <원펀맨>은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뒤집어서 쓰는데, 여기서 ‘소년만화의 클리셰’란 초기엔 미약했던 주인공의 성장이다. 


<원펀맨>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압도적인 세계관 최강자이며, 최강을 자부하며 점점 강해지는 적들을 원펀치로 너무나 손쉽게 물리친다. 그 결과 식상해져버린 소년만화식 전개들에 지쳐있었던 만화 팬들은 <원펀맨>에 열광하게 된다.

만화 <원펀맨>. (대머리가 인상적인) 주인공이 모든 적을 단 한 번의 펀치로 때려눕히는 부조리가 인상적인 소년만화다.

하지만 <원펀맨>은 ‘주인공이 처음부터 압도적인 세계관 최강자이다’라는 설정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그 강렬한 설정을 벤치마킹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설정의 만화인 <모브사이코 100>은 같은 작가가 그린 것이다. 


두 만화 모두 설정이 작품의 전부이고 이야기 자체는 <크라잉 프리맨>을 그린 이케가미 료이치식 단순한 먼치킨류 성인극화의 반복에 불과해서, 스타일을 베끼면 표절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펀맨> 전후에도 여전히 ‘신-원나블헌’ 후보들은 계속 올라왔고, 적당히 조명받는 웰메이드 작품들 사이에서 하나의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안티플롯으로 무장한 <도로헤도로>가 재발견되었고, 거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하는 <파이어 펀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 적응한 스토리텔링이 등장하다

두 만화 모두 철저하게 안티 플롯으로 무장했고 그래서 각광받았다. 그 와중에 <도로헤도로>와 <파이어펀치>같은 극렬한 안티플롯은 아니지만, RPG식 스토리텔링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극대화한 작품도 등장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바로 <귀멸의 칼날>이다.

<귀멸의 칼날>은 명실상부 2010년대 소년점프 최고의 인기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귀멸의 칼날>의 서사구조는 기본적으로 <드래곤볼>식 성장스토리 안에 <원피스>식 삽화들이 박혀 있는데, 삽화들은 물론이고 메인 스토리 자체도 이미지적이고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작은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감정선을 건드리며 이야기의 덩치를 키워가는 <원피스>와는 달리, <귀멸의 칼날>은 작은 에피소드들이 치고 빠지면서 메인 스토리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귀멸의 칼날>의 분절된 스토리텔링 호흡은 ‘원나블’ 시리즈보다는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각광받는 빠른 전개의 이세계물이나 현대판타지 쪽에 가깝다. 점프의 왕도를 잇는 동시에, 젊은 친구들의 스토리텔링 감각을 수혈하는 데 성공한 작품인 것이다. 


나는 <귀멸의 칼날> 스토리텔링의 스타일에서 유튜브(정확히는 니코동)와 인스타그램 등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의 스토리텔링 흔적을 많이 느꼈다. 정확히는 그러한 미디어의 사용방식.


<귀멸의 칼날>이 성공했으니, 그와 유사한 스타일들이 당연히 각광받기 시작했다. 현재 또 ‘신-원나블’로 주목받고 있는 <지고쿠라쿠>, <주술회전>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에 2010년대 중반 이후에 시작해서 지금도 연재되고 있는 소년만화들은 대부분 스토리의 호흡이 빠르고, 최근 작품일수록 점점 더 가차 없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주술회전>. 13권 발매 이후 1000만 부 판매를 돌파며 인기작 반열에 올라왔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세계물과 현대판타지물에 이르면 사정이 더욱 심각한데, 설정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설정에 대한 설명조차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한 빌런이 스토리를 오래 끌고 가는 경우도 잘 없다.


문제는 이렇게 급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대개 메인 스토리의 부실함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세계물과 현대판타지물을 정통성에서 압도적인 <귀멸의 칼날> 역시 기존 복선들을 회수하지 못한 용두사미식 결말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세계물이나 현대판타지물은 해당 장르에서 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 아니면 읽다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미니플롯들에 질려서 하차해버리게 된다. 심지어 애초에 스토리에 공을 크게 들이지 않으니, 그림도 개성이 없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치며

그래서 점점 볼 게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자연스럽게 해당 장르에서 졸업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추측하기로는 나가이 고와 데즈카 오사무로 대표되는 문학 기반의 6~70년대 일본 만화들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내일의 죠> 즈음에서, 그리고 남아있던 소수도 ‘원나블헌’ 즈음에서 하차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4~50년대생이 TV와 영화까지는 참아줘도, 비디오 게임부터는 못 참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모바일까지는 참아줘도, 그 다음은 못 참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그다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쉽다는 이야기다. 


원문: 유성호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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