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의 불투명한 수익구조, 플랫폼의 몫은 과연 어디까지?

조회수 2020. 12. 22.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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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성장한 웹툰 산업, 그 명과 암

급속히 성장한 웹툰 산업, 그 명과 암

웹툰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밤 10시, 그리고 11시,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 웹툰이 나오는 시간.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웹툰 페이지에 들어가, 스크롤을 넘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웹툰과 웹소설 분야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10년간 무려 10배가 커지면서 2020년 글로벌 거래액이 1조를 돌파했으며,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웹툰 플랫폼의 거래액은 6,000억, 4,000억에 달한다. 


네이버 웹툰은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이 30억 원에 이르며, 카카오의 픽코마는 일본 양대 앱마켓에서 모두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카카오의 ‘픽코마’는 일본 최고의 만화 앱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웹툰 산업의 구조는 더 고도화되고 공고해진다. 말이야 좋지만, ‘산업’으로서 공고해진다는 것은 작가의 창작의 자율성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권력이 강해지고 에이전시를 낀 계약 형태가 기본이 되면서 이런 변화는 더욱 급격해졌다.


이는 작가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결과로도 나타나지만, 그 이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다. 최근 웹툰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게 바로 이 수수료 문제다.


에이전시의 등장, 창작자의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과 웹툰 작가가 직접 계약하고, 플랫폼에서 작품 편집 역할까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웹툰을 기획하고 작가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기업들이 증가하며, 플랫폼이 작가가 아닌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형태가 일반적으로 자리잡았다.


에이전시 자체는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커지는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작품이 시장을 노크하고, 작가와 작품, 지적재산권(IP) 관리 역시 점점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조 단위로 거대해진 시장에 여전히 과거와 같은 계약 형태가 유지될 수는 없다.

에이전트라고 하면 어쩐지 이런 이미지 (아님)

하지만 한겨레 등, 이런 에이전시의 등장을 못미덥게 바라보는 축도 분명히 있다. 심지어 한겨레는 「재주는 웹툰 작가가 부리고… 매출 90% ‘통행세’로 뜯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작가 – 에이전시 – 플랫폼 구조를 착취 구조로 묘사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수수료 문제다. 에이전시가 낀 만큼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대적으로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은 통상 매출의 30–50% 수준. 특히 카카오 등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는 상당히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에이전시가 끼게 되면, 네이버, 카카오 등이 수수료를 떼어가고 남은 돈에서 다시 에이전시가 30% 정도를 가져가게 된다. 그만큼 작가의 몫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겨레의 이런 주장은 일방적인 측면이 있다. 


에이전시를 끼고 일하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며, 차기작 구상과 시장 진출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전반적으로 작품과 IP 관리가 용이해진다. 


특히 오늘날에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며 경쟁이 어마어마하게 치열해지고, 여기에 글로벌 경쟁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늘어났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적어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작품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작품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암이 있다면 당연히 명도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주장하는 두 번째 문제는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일종의 수직 구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특히 한겨레는 플랫폼이 스스로 에이전시를 인수하거나 아예 자회사에서 웹툰을 제작하면서 완전한 ‘수직 계열화’까지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의 자회사, 리코.

‘기다리면무료’ 프로모션도 사실상 작가 부담이란 거 아시나요

치열한 경쟁은 독자 유인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낳았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무료’ 서비스다. 말 그대로 24시간을 기다리면 한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한 회씩’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가 카카오페이지의 비즈니스 규모를 크게 늘렸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독자들이 24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뭉텅이로 유료 결제를 시작했기 때문(…)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무료’ 프로모션은 카카오페이지의 급성장을 낳은 주역이다 (짤은 그냥 귀여워서 넣음).

이런 카카오페이지의 대성공으로 경쟁업체들 역시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를 줄이어 도입했다. 네이버 시리즈의 ‘너에게만무료’, 리디북스의 ‘기다리면무료’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급격히 성장시킨 이 ‘기다리면무료’류 서비스들이, 사실 플랫폼이 아니라 작가가 감당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머니투데이의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플랫폼은 ‘기다리면무료’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제공된 회차의 경우, 작가에게 수익금을 정산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기다리면무료’ 등 프로모션을 통해 작가의 작품이 그만큼 홍보된다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 측의 주장처럼 ‘기다리면무료’로 작가의 작품도 홍보되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 홍보의 효과를 보는 건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에게 그 이상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구글의 통행세 논란, 웹툰업계의 통행세 논란

최근 구글이 인앱 결제에 30% 수수료를 징수키로 하면서 카카오, 네이버 등 콘텐츠 플랫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해 콘텐츠 제공자들, 창작자들, 작가들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 콘텐츠 사업의 경쟁력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이게 웹툰 플랫폼에서 할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유지하는 대가로 가져가는 수수료가 부당하다면, 웹툰 플랫폼에서 가져가는 수수료 역시 부당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한겨레가 이미 웹툰 플랫폼의 수수료를 두고 ‘통행세’라는 딱지를 붙인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기다리면무료’ 등 프로모션의 부담은 작가가 지지 않는가.


플랫폼의 수수료 자체가 부당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플랫폼은 산업이 성장하고 고도화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며, 그런 기반을 닦은 데 대한 경제적 보상도 당연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수수료 체계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창작자들의 몫을 충분히 보상하는 형태여야 한다.

많은 작가가 기안84와 같은 성공을 꿈꾸며 진출하지만, 실상 대부분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대가만을 지불받는다.

한편 또 지난 17일,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 의무화’를 이른바 ‘구글 통행세’라 이름 붙이고, 이에 대한 방지 법안을 국회에 조속히 통과되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남용해 수수료를 30% 강제적으로 떼어 간다면 창작자들의 피와 땀이 스민 노력의 대가가 고스란히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에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성명서에서 협회는 “작가는 앱 수수료를 뗀 매출에서 플랫폼, 출판사나 에이전시와 수익을 나눠 가진다”고도 설명한다는 점이다. 구글의 수수료는 부당하지만 플랫폼이나 출판사, 에이전시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정당한 것일까?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 ‘통행세’라는 비유다. 협회는 구글의 수수료를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의 통행세’라고 표현하지만, 이런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산업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있어 플랫폼의 기여도 마땅히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통행세가 아니다

사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에이전시가 떼가는 수수료도, 웹툰 플랫폼 스스로 떼가는 수수료도 모두 ‘하는 일도 없으면서’ 떼가는 수수료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서는 웹툰 플랫폼의 수수료를 저격하면서도 똑같이 ‘통행세’ 비유를 사용했다. 이는 창작자의 몫을 플랫폼이 억지로 빼앗는다는 식의 논리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에 계속 딴지를 거는 플랫폼 업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네이버나 카카오는 작가로부터 무려 30–50% 수준의 수수료를 징수하는가? 정작 작품을 만드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역량이거늘. 이건 결국 ‘플랫폼’이라는 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웹툰 플랫폼들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웹툰 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한 건 근본적으로 어느 플랫폼의 힘인가? 카카오페이지인가? 네이버 시리즈인가? 레진코믹스인가? 물론 이런 플랫폼 사업자들의 힘도 정말 컸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 그 자체야말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플랫폼이 웹툰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그만큼의 수수료가 정당하다면,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 자체는 어떤가? 웹툰 산업의 가장 중요한 전제 그 자체인 스마트폰, 그리고 앱 마켓이라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왜 수수료가 부당한 통행료로 취급되는가? 


결국 구글의 수수료가 통행세라면, 웹툰 플랫폼의 수수료도 통행세일 수밖에 없다. 웹툰 플랫폼의 수수료가 정당하다면, 구글의 수수료도 정당한 것이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통행세’라는 식의 프레임은 너무 비판 없이 남용된다.

그리고 자꾸 구글이 ‘새로운’ 약관을 적용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아니다. 원래 인앱 결제에 대해서는 30% 수수료가 약관 상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2013년에도 같은 논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지금처럼 지배적인 운영체제가 아니었을 때부터 이상의 약관 내용은 동일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마치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없던 통행료를 만든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구글로서는 좀 억울한 이야기일 것이다.


또, 구글의 수수료는 회피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앱 내에서만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글은 굳이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제는 웹에서 이루어지고, 콘텐츠 이용만 앱에서 하는 방식이라면 굳이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징수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플레이스토어 등 구글의 인프라는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어느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서, 어느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부당한 통행세 취급을 받는 것은 모순적이다. 특히나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건 매우 이상하다. 이건 그저 자기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지 않나.


이게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이 무조건 옳다거나 하는 얘기는 아니다.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가’ 하는 건 물론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그 수수료 내역과 사용 내역 등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통행세’로 빗대는 프레임 위에서는 이런 건설적인 논의조차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통행세가 아니다. 수수료 자체는 플랫폼이 당연히 가져가야 할 몫이다. 다만 그 수수료가 얼마나 투명하게 걷히고 사용되는지, 창작자의 몫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부분은 없는지 계속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따름이다. 웹툰 플랫폼은 지금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가. 더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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