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돈'이 된다

조회수 2020. 12. 16.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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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건축 자재들은 모아서 창고로 옮기거나 폐기물 처리한다.

1.

얼마 전에 인테리어 하려고 벽을 뜯었는데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와 기사화된 사건이 있었다. 기사를 보면서 입이 쩍 벌어졌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쓰레기를 벽에 넣었을까? (땅집GO, “이사한 집 인테리어 하려고 벽 뜯었는데…맙소사” 8월 25일)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돈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축 현장에서는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도 돈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에 맡기면 최소 30만 원(1톤 트럭 기준), 직접 폐기물업체에 실어다 주면 2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공사 규모와 관계없이 폐기물 양은 엄청나다. 기사와 같이 5톤 양이라면 최소 150만 원 정도 된다. 기타 인건비까지 합치면 200만 원 정도 세이브(?) 한 것이다. 양심은 팔고 돈은 세이브하고.


건축 현장에서 쓰레기는 돈이다.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문제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도 돈이 들고, 쓰레기를 활용하여 돈을 벌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축 현장에는 어떤 쓰레기가 나올까?


2.

건축 현장의 쓰레기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와 재활용이 불가한 폐기물로 나뉜다. 목재를 비롯해 상태가 양호한 건축 자재들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현장을 운영하며 나오는 유리, PET, 박스 종이류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 외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을 촬영한 위치 뒤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첫째, 건축 자재들은 모아서 창고로 옮기거나 폐기물 처리한다. 회사별로 운영하는 방식이 다른데, 재활용이 가능한 건축 자재들도 폐기물로 처리하기도 한다. 보관할 창고가 없거나 좁기 때문이기도 하고 깨끗한 자재여도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욕실에 붙이고 남은 몇 조각의 타일은 따로 재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딱히 보관할 이유가 없다. 되팔 수도 없다. 따라서 이왕 폐기물 차량을 부르는 김에 남은 자재들을 폐기물로 처리하기도 한다.

둘째, 가정집에서 분리수거하는 유리나 페트병, 캔과 같은 것들은 현장에서 분리수거하지 않는다. 전부 마대에 담아 폐기물로 처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활용을 하려면 집에서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의식적으로 쓰레기들을 분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들 제 일하기 바빠 음료 캔이든 과자 껍데기이든 땅바닥에 버리는 사람이 대다수다.


셋째, 박스와 고철은 재활용한다. 건축 자재 포장은 종이 박스로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한 채의 집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 박스가 나온다. 박스가 더 튼튼했다면 박스로 집을 지을 정도의 양이다. 


종이 박스는 전봇대 옆과 같은 장소에 모아두면 다음 날 사라진다. 간혹 양이 많으면 현장 관리인이 직접 고물상에 가져다주기도 한다. 무게에 따라 돈을 받는다. 고철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고철과 종이박스를 모아서 퇴근하면서 집 근처 고물상에 처분했다. 그때 삼 만 원 정도 벌었다.


나처럼 모아서 처리해주면 회사에서도 은근히 좋아한다. 폐기물 무게가 줄어듦에 따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도 돈 벌고 회사도 돈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결론적으로 박스와 고철은 돈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한다. 물론 이마저도 귀찮고 푼돈이라고 생각하는 현장에서는 모두 폐기물로 처리한다.

 

3.

현장 관리인에게 쓰레기는 돈과 시간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 때론 돈을 벌어 주기 때문이다. 다만 분류 과정에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경영상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회사들은 쓰레기를 분류하기 위한 인력을 따로 뽑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그 몫은 현장에 있는 이들이 맡게 된다.


현장에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있다. 각 공종별(미장, 타일, 금속 등)로 발생한 쓰레기들 중 폐기물로 구분될 것들은 마대에 담고 재활용품은 분리수거를 한다.


하지만 각 공정은 건물을 짓는, 실질적인 시공을 제시간 내에 해야 하다 보니 분리수거나 청소는 뒤치다꺼리로 여겨진다. 본인이 싼 똥은 각자 치워야 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현장 관리인인 나는 ‘싼 똥 좀 제발 치우고 가세요’ 하는 마음으로 “뒷정리 좀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며 부탁한다. 


각 공종별로 그 분리수거와 청소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현장 관리인의 몫이 된다. (물론 잘 정리하고 분리수거를 해주시는 팀들도 있다) 어쩔 수 없다. 총책임자는 현장 관리인이니까. 


현장 관리인은 쓰레기를 처분하며 돈을 내기도 하고 쓰레기를 건네며 돈을 받기도 한다. 현장 관리인에게 쓰레기는 돈이다.


원문: 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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