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번의 거짓말을 한 트럼프의 심리

조회수 2020. 11. 10. 15:1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애초에 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한 걸까?

이 글을 쓰던 11월 1일 밤에 들려온 소식. 트럼프가 자신이 조금이라도 앞서는 듯하면 서둘러 우편투표 집계를 못 하도록 막을 계획이라는 보도. 이렇듯 트럼프는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믿어지지 않는 기행을 보였다.

내가 뉴욕 5번가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총으로 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에 실제로 했던 말이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무려 1만 1,000번의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면 일일이 팩트체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는 트럼프를 ‘병적 거짓말쟁이(pathological liar)’라고 부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말 바꾸기와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을 냉소, 비꼬는 말이라며 극구 두둔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 지지자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


트럼프는 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폭풍 트윗을 하는 거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왜 미국 대통령으로는 유례없이 자기가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으면 무조건 부정 선거라며 투표를 하기도 전부터 자신의 부하와 지지자를 모조리 동원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걸까? 


트럼프의 지인, 전기작가,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자.

트럼프 가족. 맨 오른쪽이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먼저 트럼프의 성장 과정을 보자. 트럼프는 흑인, 유대인, 여성을 고용인으로 부리고 하대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경쟁하고 이기고 킬러가 돼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친 냉혈한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큰아들을 가차 없이 내치고 차남인 도널드에게 재산을 물려줬다. 재산을 물려주고 난 후에도 도널드를 쉽사리 믿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3살 때 어머니가 아팠는데 인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점에 어머니의 부재가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는 10대 때 입학한 군사학교에서 ‘남을 위협하는 사람(bully)’이 되는 방법을 배웠다. 기합이 일상적인 곳에서 줄을 똑바로 안 섰다고 한번 뺨을 얻어맞은 트럼프는 그 이후 학교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빗자루를 휘둘러 친구들을 제압하는 등 윽박지르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졸업할 때에는 모두를 호령하는 리더 역할을 하게 됐다.

트럼프의 정치적 멘토 로이 콘. 매카시즘 열풍을 획책한 정치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영향을 준 뉴욕 정치인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조언했다.

상대를 공격하라. 절대 사과하지 말라. (현실과 다르더라도)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척하라.

거짓말이라도 지속적으로 주장해 ‘또 다른 진실(alternative truth)’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지지자를 모으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지난 4년간의 대통령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어제 한 거짓말을 오늘 다른 거짓말로 덮으면 되고, 지지자들은 ‘냉소적인 거였다’고 말하면 그만이니. 유명 강연가이며 작가인 노먼 빈센트 필의 극강 낙관주의도 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쳤다.

성공적이라고 주장하라. 실패를 인정하지 마라. 내가 하는 게 옳다고 주장하라.

자기 자신과 자기가 하는 일은 초 긍정적으로 보고, 세상은 항상 비관적이며 어둡게 보았다.

닥터 노먼 빈센트 필의 『긍정적인 생각의 힘』.

전처 이바나 트럼프에게 부동산 개발 일을 맡겼다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자 가차 없이 내쳤다. ‘절대 권력을 나누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


트럼프는 ‘분노와 불만 있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분열을 획책’하는 것의 힘을 잘 안다. 1989년 뉴욕에서 유색인종 청년들이 센트럴파크에서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기사가 나자 백인 여성의 편에 서서 전면광고를 하면서 정치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해 나갔다. 


나중에 이 청년들은 무죄로 풀려났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비즈니스맨인 트럼프가 정치란 무엇인지 맛을 보게 되었고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분열과 분노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언론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트럼프는 이런 황금율을 삶을 통해 증명해 나갔다. 불황이 덮친 뉴욕시로부터 헐값에 부동산을 인수해서 부동산에서 성공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나중에 사업이 크게 망했음에도 절대로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자신은 성공적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트럼프는 정서가 불안하다. 사랑받기를 몹시 원한다. 흡사 상처 난 자리(open wound)와 같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절대로 참지 못한다. 실제로 2016년 대통령 선거 전에 메건 켈리와의 TV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에게 비난받으면 그 아픔을 덜어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비난해요.

그러나 의외로 면대면으로 싸우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키보드 워리어다. 트위터로 해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 앞에서도 최대한 차밍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밥 우드워드에게 수 시간 동안 자기 속내를 털어놓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PBS 프론트라인에 출연한 앤써니 스카라무치. 트럼프에게 해고된 전 공보 담당.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공보담당으로 일하다가 (정부 초기에 해고된) 앤써니 스카라무치는 트럼프가 매우 스마트하지만 집중력 부족 장애 또는 학습장애가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어린 시절 어떤 순간 사랑을 받지 못한 영향으로 스스로를 증명할 강박관념을 갖게 됐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높은 위치에서조차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사람들을 굳이 비난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가 무분별하게 사업확장을 하다가 여러 사업을 말아먹은 데에는 이런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일이 잘될 때는 잔뜩 흥분해 주변의 잘나가고 똑똑한 사람에게 자기가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마구잡이로 확장을 하는데, 정작 꼼꼼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서전인 ‘아트 오브 더 딜’ 저자는, 트럼프가 성인이 되어 전체를 읽은 책은 아마 자신에게 대필을 맡긴 자서진 1권이 전부일 것이라며 이렇게 일갈한다. 

He is a sociopath.

그는 트럼프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실패라고 말한다. 책이 나올 때쯤 트럼프가 확장해놓은 거의 모든 사업(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의 타지마할 카지노)이 삐그덕거리고 있었음에도 저자에게 사실을 마사지하라고 시켰고, 심지어는 숨겼다.


이를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심리는 이렇다. 어릴 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됐다. 군사학교에서 우격다짐을 배웠다. 성인이 되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갖지 못했을 때에도 갖고 있다고 우기는 법을 배웠다. 


이런 트럼프를 세상은 신기하게 지켜봤고,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라는 초대박 리얼리티 TV를 통해 소위 ‘키워줬다.’ 비즈니스맨으로는 실패했지만 특유의 스웨거로 “내가 가장 성공적이야”라고 계속 주장한 결과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의 실제 사업 실적이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를 믿게 됐다.


수십 년 동안 엘리트 정치인들이 뭐 해준 게 있나, 왜 일자리는 자꾸 줄어들고 삶이 빡빡해지나, 누군가가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을 빼앗아 가는 것 같은데 나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왜 없나. 이런 미국인 35–40%의 불만을 자극한 게 트럼프였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밋 롬니의 말대로 정치권력이란 일종의 파도타기와 같아서 타이밍과 물살이 중요한데, 트럼프는 그런 타이밍을 잡았던 셈이다. 미국인들에게 잠재된 불만과 불안의 파도에 타고 대통령까지 됐다.

‘어프렌티스’는 트럼프의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브랜딩을 공고히 했다.

이번 선거 또한 ‘트럼프의 선거’였다. 조 바이든이 상대편 후보지만, 바이든을 찍는 사람 상당수가 바이든이 맘에 들어서라기보다 “트럼프만은 안돼”라는 심정으로 찍는다. 바이든은 심지어 “어떤 심성과 성격의 후보를 고르느냐의 이슈다(The character is on the ballot)”이라고 말한다.


성격이 더럽다고 꼭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뚤어지고 왜곡된 사고방식의 리더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오는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 리더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오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여러 번 봤다. 한국에서도.


원문: 네눈박이엄마의 브런치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