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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따라 세계일주] 런던 몬마우스 커피, 커피의 '캐릭터'를 설명하다

조회수 2020. 11.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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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티커 한 장에서 느껴지던 친절함이 매력적이었던 카페

몇 년 전, 친구 2명과 함께 약 30일의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그 이전에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명하다고 하는 카페를 많이 다녀보면서 혼자만의 카페 투어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며 슬금슬금 나만의 카페 투어를 끼워 넣었다.


카페 투어를 다니면서 종종 SNS에만 사진을 올리고 그 기억을 묶어두었지만, 이 글을 통해서 그때의 느낌과 기억을 풀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당시에 느꼈던 커피의 맛이나 카페의 분위기,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생생하게 전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기억이라, 현실보다 더 아름답게 미화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시길 부탁한다.


긴 서론은 빠르게 접어두고, 런던을 시작으로 첫 여행을 시작해보자.


몬마우스 커피 (Monmouth Coffee Company)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방문했던 카페가 런던의 ‘몬마우스 커피’이다.

(c)만얼 | Monmouth Coffee Company

몬마우스 커피는 1978년부터 직접 커피 로스팅을 하고 원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매장이 당시 오픈한 본점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약 30년 후인 2007년, 런던의 유명 마켓인 Borough Market 매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c)만얼 | Monmouth Coffee in Borough Market

버로우 마켓에 있는 매장은 있는지도 몰랐다가 본점을 방문하고 며칠 뒤에 우연히 발견했는데, 같이 여행을 간 친구들과 함께 본점에 갔을 때 먹었던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다시 방문했다. 역시나 그 명성에 맞게 더운 날씨에도 긴 대기줄이 있을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여행을 갔을 때가 2017년이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는 유럽에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무려 런던에서 섭씨 40도가 넘었으니 알 만하다. 처음 본점 매장을 갔을 때에도 찌는 듯이 더운 날씨였지만, 그날도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히 가장 안쪽 자리가 하나 남아있어서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다.

(c)만얼 | 안쪽 자리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

정말 다행히도 카페 안쪽에는 에어컨이 있었다. 런던은 1년 중에 더운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구경하기 어렵다고 한다. 덕분에 섭씨 37도가 넘어가는 날씨에도 에어컨 없는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했다. 


런던에 도착하고 숙소에 체크인했을 때, 숙소의 호스트가 선풍기를 힘들게 구했다고 생색 댔던 이유를 그때서야 깨달았다.


함께 갔던 친구들과 에어컨에 감탄하며 기쁜 마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더위를 한 김 식히고 나서야 카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커피를 가져가고 있었고, 바리스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벽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을 보고 잠깐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

Mobile Free Area
(c)만얼 | 좌석 옆, 붙어있던 작은 안내 문구
"이곳은 함께 사용하는 테이블입니다. 이 공간을 사용할 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해주세요. 가게가 많이 붐빌 때에는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 큰 짐들은 옆으로 옮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매장이 미친 듯이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미리 안내해 놓은 것이겠지만, 덕분에 잠시라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놓자고 생각했다. 잠깐이라도 앉아있는 이 소중한 시간에 함께 있는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c)만얼 | 에스프레소(위), 카페라떼(오른쪽), 아이스 필터 커피(왼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가 주문했던 커피가 나왔다.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 그리고 아이스 필터 커피(핸드드립 커피) 총 세 잔을 주문했다. 


특이하게 아이스 필터 커피에는 유리컵에 스티커 한 장이 붙어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커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전에 본 적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에 감탄이 먼저 흘러나왔다.

(c)만얼 | 커피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스티커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에서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커피를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수단을 사용한다. 메뉴판에만 커피를 간단하게 설명해놓거나, 아니면 명함 정도 크기의 작고 예쁜 카드를 함께 주기도 한다.


보통 커피의 이름과 산지, 커피가 생산된 농장,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위에 있는 스티커는 이렇게 읽을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시다모 지역에서 생산된 Aroresa 농장의 커피

Aroresa, Ethiopia, Gedio-Sidamo, Aroresa Washing Station

Aroresa는 지역 이름이다. 보통 지역 이름을 따서 농장이나 공장의 이름을 짓는다. 커피의 특성상 재배되는 나라 또는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쌀을 예로 들어보자면, 한국 쌀은 둥글둥글하고 찰기가 있는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의 쌀은 길쭉하고 고슬고슬하지 않은가? 그처럼 커피도 국가나 지역별로 차이가 명확하다.


요즘에는 커피의 이름 외에도 커피가 생산된 지역에 대한 이야기나, 그 커피를 재배한 농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 그리고 그 커피를 가져오기까지의 과정과 가격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까지 제공하곤 한다. 


몬마우스 커피가 그랬던 것처럼, 커피에 대한 설명이 있는 카드를 접하게 된다면 자세히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손에 있는 커피 한 잔이 어떤 길을 지나쳐 왔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알고 나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런던으로 ‘커피 여행’을 떠나며

커피를 마셔보면서 세상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런던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방문한 카페에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잔잔한 웃음이 피어났다.


에스프레소는 단맛이 정말 좋았고, 라떼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아이스 필터 커피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캐릭터와 단맛과 산미가 기분 좋게 스며들어왔다. 심지어 30도가 넘어가는 날씨에, 안쪽 자리에서, 희귀한 영국의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마시는 시원한 음료였던 것이다.

(c)만얼 | 카페 리스트를 적어주었던 바리스타(왼쪽)

맛있는 커피에 흥분해서 친구들에게 실컷 떠들다 보니, 어느새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곳이든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 가장 믿을만하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나면 그 카페의 바리스타에게 추천해줄 만한 카페를 물어본다. 이때에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리스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먼저 정말 고마워요. 런던에 와서 처음 들른 카페인데 오자마자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운이 정말 좋네요. 혹시 이렇게 맛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카페를 추천해줄 수 있나요?”

“와우, 고마워요! 혹시 런던에만 있을 건가요? 가까운 곳에도 좋은 카페들이 있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킹스크로스역에도 있거든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꽤 놀란 눈치에도 바리스타는 매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다른 손님들이 원두를 사 가거나 계산을 하는 와중에도,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눈빛을 보내여 영수증 종이에다 직접 카페 이름을 적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더 인사를 나누고 카페를 나섰다.


이 카페 이후로도 많은 곳을 방문했다. 지금처럼 기억을 더듬어가며 조금씩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려운 커피 용어에도 고민할 필요 없이 가볍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필요하다면 쉬운 예시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려고 할 테니.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마음 편히 놀러 가지도 못하는 이때 여러분들이 글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문: 만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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