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최근의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조회수 2020. 10. 14.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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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상승은 무주택 내지 1주택 가구의 올라타기가 주도한 것이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 나는 사실상 체념하고 단념한 편이다. 어느 정도 비정상이어야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고 나아지기를 기대하는데, 현재의 상태는 비이성적인 진단과 처방이 3년째 쭉 누적된 데다 갈수록 더 극단적으로 틀린 수를 쏟아부으며 마치 우주를 구할 것처럼 구니, 그래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생각하며 내 살길만 챙겨 놓고 관전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주택자가 서울 요지의 집을 추가로 사서 더 채수를 늘리는 것은 2년 전부터 끝난 유행이었다. 최근의 상승은 무주택 내지 1주택 가구의 올라타기가 주도한 것이었고, 상승도 하락도 의미 없이 세법이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게 이미 까마득한 시간이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계산이 달라진 지 오래되었다. 괜히 부지런히 ‘투자’한답시고 어설픈 행동을 하면 비용은 비용대로 깨지고 스스로 묶여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는 것을, 철저하게 계산해야 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8·2로부터 지금까지 스물세 번의 대책들을 꾸준히 따라오며 공부한 사람들에게나 해당할 이야기다. 남들이 다 뭘 한다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아서 뒤늦게 뛰어들어 뭐 살 거 없나, 하는 입장에서는 규제의 구조를 도대체가 이해할 수도 없고 따라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최근 들어 하게 되었다.

출처: YTN

1주택자가 2주택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주택을 추가 취득한다는 것이 나의 지위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각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뒤에 산 집은 차라리 사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는 계산을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임대차 3법이 나오고, 수도권 전역의 전세가가 미친 듯이 폭등했다. 가뜩이나 전세는 신규 순공급이 극도로 억제된 상황에서, ‘서민 세입자’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계약갱신청구권과 재건축 실거주규제가, 전세 물량을 완전히 씨를 말렸다.


단지에 따라 다르지만 불과 두어 달 만에 2–3억 올라버린 전세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구할 수나 있으면 다행인데 이제는 임차권도 일시적이나마 기득권인 시대다. 아예 임대사업자 집주인에게 전세를 구해놨으면, 향후 6–8년간은 진짜로 기득권이 됐다.


상황이 이리되니 엉뚱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동안 남들 다 오른대도 오르지도 않고 거래조차 되지 않던 외곽의 소외된 단지들이, 전세 시세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집값이 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과거에 보아왔던 그 공식, 즉 전세가율이 오르면 매매가가 결국은 오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서울 집값, 수도권 집값이 날아가는 것을 보아만 왔던 사람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투자의 기회라고 말이다.

출처: YTN

사실 내 입장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어차피 내가 전세 구할 일도 없고, 전셋값이 뛰든 어쩌든 임사 입장이니 해당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 보증금 몇천 더 올려받는다고 대단히 달라지는 것 없으며, 오히려 나중을 생각하면 버퍼로 낮게 가져가는 게 마음은 편할 수도 있다.


당장 집을 더 살 일도 없고, 힘들게 만들어놓은 현재의 구조를 깨고 싶은 생각도 없다. 관심의 초점은 임사 종료 시점의 출구전략이지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택스유출의 최소화이고 거래 환금성의 보장이다. 잘못된 수를 두어 이를 해치면 그건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데미지다. 그걸 지난 3년 동안 매일같이 복기하며 준비하고 생각해왔다.


그러니 단순히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가격이 붙었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동네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저거라도 사서 1,000–2,000이라도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해서 때를 놓쳤으니 이제라도 잡아야 한다고.


여기에는 사실 설명이나 설득을 할 수가 없다. 쌓여온 규제가 너무 많고 경우의 수가 다양해서 일률적인 해석은 어렵지만 대개는 이득이 될 수가 별로 없는데.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왜곡된 시장은 결국은 균형점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때 가장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은 펀더멘탈에서 가장 뒤틀린 축일 것인데. 그때 가서 그런 물건들은 아예 팔고 싶어도 팔 수도 없을 가능성이 큰데.

출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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