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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갈등은 팀장의 자산(?)

조회수 2020. 10. 13. 15: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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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좋은 상황이 어디 있겠어요? 팀장은 그냥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Question

2년 차 팀장입니다. 팀원 중 일 잘하는 친구가 두 명 있는데 둘 간 의견 충돌이 잦습니다. 서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에요. 회식 자리에서는 잘 지내거든요. 그런데 팀 회의만 하면 사사건건 부딪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글쎄요. 제가 보기에 별로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팀 내 갈등은 막내 사원의 입장에서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팀장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5년쯤 전인가요. 저는 10명 정도로 구성된 TFT(태스크포스팀)의 팀장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팀에는 두 명의 에이스 팀원이 있었는데요. 두 분 모두 좋은 학교를 졸업한 유학파였고, 일도 잘하시는 것으로 정평이 났고, 직급도 넉넉하게 차장이신 에이스 팀원들이었죠. 두 분 모두 인품도 훌륭하셨고요.


그런데 성격은 많이 달랐죠. 한 분은 아주 외향적인 분이었고 또 다른 분은 조금 내향적인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으니… 두 분 모두 ‘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회의뿐 아니라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업무 얘기가 나올라치면 두 분은 설전을 벌이셨습니다.


만약 한 분이라도 양보했으면 쉽게 끝났을 수도 있었을 토론이 설전으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분 모두 지지 않으려고 논리와 경험을 동원해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두 분 모두 인품이 훌륭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서로 인신공격은 하지 않고 상대편의 인격은 존중해 줬습니다.


팀장인 저는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요?

팀원아 한번만 봐주자 그냥 봐주자

…… 힘 하나도 안 들었습니다. 과장 하나도 안 하고,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쉬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식은 죽 먹기. 누워서 떡 먹기. Piece of cake.


생각해 보세요. 에이스 팀원이 두 분이나 계시고. 두 분 모두 경쟁심이 강하세요. 그런데 두 분이 항상 의견이 달라요.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허점도 지적해주세요. 그것도 논리적으로. 더 이상 좋은 상황이 어디 있겠어요? 팀장인 저는 그냥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먼저 제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두 분이 서로 다른 제안을 내놓습니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제안에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면 저는 두 분의 설전을 한동안 감상하다가… 두 분의 제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분의 제안을 적당히 버무려 더 좋은 제안으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죠.


짜잔! 정말 쉬운 것 같지 않으세요? 물론 두 분 간의 설전이 갈등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잘 조정하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훌륭한 두 분 차장님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질문하신 팀장님도 저랑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3가지만 기억하시면 팀 내 갈등을 훌륭한 성과로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1. 팀원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해라

팀장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두 팀원 간 균형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아직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따라서 선의의 경쟁은 계속 진행됩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이 일시적으로 밀려도 언젠가 다시 반격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여력은 보유해 경쟁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게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다른 한쪽은 기운이 빠져 반격을 할 여력마저 잃게 됩니다. 그러면 그동안의 경쟁 관계는 깨지고, 따라서 좋은 제안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팀장은 팀원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팀을 운영해야 합니다.


  1. 웬만하면 팀원들의 의견을 번갈아 가면서 채택해라.
  2. 어느 한 팀원이 계속 우세하다면, 다른 팀원을 추켜세워줘서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라.
  3. 채택되지 않은 팀원의 의견에 칭찬을 해줘서, 한쪽이 완패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도록 해라.

2. 팀원들의 공로를 팀원들에게 돌려라

일반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아이디어 제안 → 지지 및 동의 → 허점 지적 및 반대 → 아이디어 수정 보완 → 최종 방안 결정


그런데 이를 업무 기여도 순서대로 줄 세우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디어 제안 → 아이디어 수정 보완 → 지지 및 동의 → 허점 지적 및 반대 → 최종 방안 결정


제대로 된 팀장이라면 ‘최종 방안 결정’ 외에도 ‘허점 지적 및 반대’와 ‘아이디어 수정 보완’을 함께 해줘야 합니다. 팀원이 가져온 아이디어의 허점을 지적해주고 더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주는 역할은 해줘야 팀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제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팀장의 역할은 ‘최종 방안 결정’과 약간의 ‘아이디어 수정 보완’으로 제한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팀장이 한 일은 팀원들의 의견을 잘 끌어낸 것 외에는 별로 없는 거죠. 그렇다면 팀장은 그 공로를 팀원들에게 돌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만약 팀장이 그렇게 하지 않고 팀의 성과를 자기 공로로 가져간다면? 팀원들은 더 이상 좋은 제안을 하지 않겠죠.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돈은 엉뚱한 사람이 가져갔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요.

 

3. 절대로 팀원들을 이간질하지 마라

제 경우 팀 내 갈등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팀원들간 아이디어 갈등과 자존심의 갈등은 있었을지 몰라도 둘이 서로를 존중해 주며 ‘페어 플레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팀 내 경쟁 구도는 팀원들이 비록 의견은 많이 다를지 몰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줄 때입니다. JTBC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관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따라서 팀장은 이러한 긍정적인 경쟁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만약 두 팀원 간 오해가 발생해 사이가 벌어지거나, 어느 한쪽의 결례로 다른 한쪽이 마음을 상하게 된다면, 팀장은 둘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이간질해서는 안 됩니다. 둘 사이가 너무 벌어져서 신뢰의 끈이 끊어진다면, 경기는 ‘페어플레이’가 아닌 ‘파울플레이’로 변질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파인 플레이’는 기대할 수 없겠죠.


마치며

지금까지 팀 내 갈등이 왜 팀장 입장에서는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질문하신 팀장님의 상황이 부럽네요. 저도 그런 팀을 또 한번 맡고 싶네요.


……예, 아니라고요? 팀원들이 너무 드세다고요? 그래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고 있다고요?


Key Takeaways

  1. 팀 내 에이스 팀원 간의 건전한 경쟁 관계는 팀장에게는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다.
  2. 따라서 팀장은 이러한 경쟁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팀원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라.
  3. 그리고 팀원들의 공로는 팀원들에게 돌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팀원들을 이간질하지는 말아라.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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