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 10주년을 축하하며: 좋은 희극인은 언제나 투명하다

조회수 2020. 7. 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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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성기를 맞기 전에도 김신영은 늘 '둘째이모 김다비'였다

7월 1일 김신영이 10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람에게 주는 MBC 브론즈마우스상을 수상했다. 그는 정오의 희망곡 DJ로 10년을 근속했다. 요새는 라디오를 그렇게 많이 듣지 못하지만, 정오의 희망곡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함께 나의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이라 할 만했다. 한때는 정말 매일매일 들었다.

브론즈마우스 상을 수상하는 김신영의 모습

그리고 성별을 떠나서, 이 프로를 진행하는 김신영은 내가(박명수와 함께) 가장 우러르는 희극인이다. 그녀는 2010년대 중반 즈음엔 몸도 아프고 이래저래 힘도 빠진 채 약간의 휴식기와 조정기를 거쳤지만, 나는 그가 주로 라디오에 집중했던 지난 몇 년 동안 그에게 거의 매료되다시피 했다. 차에서 혼자 끅끅거리던 게 몇번인지.


그런 그녀가 셀럽파이브를 거쳐 둘째이모 김다비로 두 번째 커다란 전성기를 맞게 됐다. 김신영의 찐팬으로서 정말 뜻깊은 감회에 젖을 수밖에 없다. 또 김신영이 그의 첫 번째 전성기 때처럼 다시 예능 트렌드의 중심에 서는 게 가능할까, 라고 의문을 품었던 일이 무색해져 새삼 통쾌하기도 하다. 거기엔 역시 송은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대성공 후에 <그는 성공할 만했지>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쉽나. 결과적으로는 성공할 수밖에 없던 누군가를 성공시키는 게 프로듀서의 역할이니까. 

출처: 송은이 인스타그램
송은이는 최근 소속사 '미디어랩시소'를 설립하여 김신영의 활동을 서포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김신영은 언제나 둘째이모 김다비였다. 김신영은 흥이 철철 넘치고, 노래 강습 코너를 진행할 만큼 노래도 잘하고, 사람을 비평하고 조언하는 역할에 능숙하고, 이젠 술도 거의 안 먹고 직장회식 같은 걸 싫어하면서도,


그는 무엇보다도 지극히 가족주의적인 사람이니까. 김신영은 자기 가족에 돈을 쏟는 데 지쳐버린 K-큰딸이자 <가족 이전의 개인>으로 무장한 요즘 사람이지만, 동시에 그의 개그 에피소드 대부분은 가족/친족 혹은 가족적/친족적인 관계 양상으로부터 비롯됐으니까. 또 그는 '내 편', '우리 편'을 가르며 자기 사람을 챙기는 일이 아주 뼛속까지 체화된 사람이어서 나도 가끔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아서 그의 한계이기도 하고, 그의 강점이기도 할 것이다. 이모와 고모는 자기 조카를 챙긴다. 부모만큼 맹목적이지 않더라도, 적당히 편안한 거리감으로 우쮸쮸를 반복해주며 그의 곁을 지킨다. 


이제는 부모/형제 관계도 지긋지긋하게 여겨지는 것이 한국에선 어떤 거스를 수 없는 문화적 흐름이라고 할지라도, 좋은 이모와 좋은 고모가 줄 수 있는 작고 애틋한 추억, 같은 건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지 않나.


나와 거의 동년배인 김신영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고 있었고, 그러면서 고통도 받고, 또 그 에너지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뛰어난 예술가들 모두가 그러하듯) 그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에 두툼하게 겹쳐 입체적으로 진행된다. 김다비가 김신영이고, 김신영이 김다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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