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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에너지는 너를 위해 써" 절대 사람을 피해 이직하지 마라

조회수 2020. 6. 1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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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목표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선배, 얼굴 한번 봐야죠.

며칠 전 스치듯 바람결에 날아온 후배의 안부 인사. 미세하게 떨리는 후배의 목소리는 그의 말을 흘러가게 놔둘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마주 앉아있다. 요즘 내 주머니 사정을 알았는지, 후배는 순댓국을 먹자고 했다.


광화문 일대를 워낙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만감 때문에, 주변을 헤매다 10분이나 늦어서야 순댓국집에 도착했다. 후배는 미리 와서 눈치가 보였는지 내 것까지 이미 주문을 해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순댓국이 나왔다.

무슨 일 있어?

앉자마자 무슨 일이 있는지부터 대뜸 꺼냈다. 하지만 후배는 딴청을 피웠다.

여기 순댓국집이 맛집이에요. 늦게 오면 기다려야 해요.

그랬다. 11시 40분, 이르다면 이른 점심시간이었으나 이미 좌석은 꽉 차 있었다. 작은 문밖으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순댓국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먹기부터 하자고 했다. 분위기를 보니 오래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순댓국을 먹으며 잠자코 기다리기

1920년대와 30년대의 초기 순댓국은 돼지 삶은 물에 내장을 넣고 기호에 따라 우거지와 함께 끓인 국이었다고 한다. 순댓국에 순대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순댓국이라 하는 것은 돼지 삶은 물에 기름을 건져 버리고 우거지를 넣어 끓이면 우거지가 부드럽고 맛이 좋다. 그러나 이 국물에 그냥 내장을 썰어 넣고 젓국을 처서 먹는 것은 술집에서 하는 상풍이다. 이 국물에다가 된장을 걸러 붓고 무나 우거지와 콩나물, 소고기까지 넣고 끓여야 맛이 좋다. 이 국은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난다.

- 동아일보, 1931년 10월 3일 자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31년 10월 3일 자

그러다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금과 같은 순댓국이 된 것으로 보인다.

1946년 손정규의 《우리 음식》에는 돈장탕(豚腸湯)이라 하여 돼지고기, 선지, 찹쌀이나 녹말가루, 숙주나물, 배추김치 등을 잘 섞어 양념한 뒤 돼지 창자에 넣고 끝을 묶어 삶아서 그 삶은 물에 잘라 넣어 먹는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 육경희 순대실록, 2017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한 후, 후배가 털어놓은 이야기

광화문은 커피숍이 참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딜 가나 수많은 인파로 만원이기 일쑤다. 후배를 나의 아지트인, 한적한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선배, 너무 힘들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후배는 새로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예전 회사의 좋은 부분과 지금 회사의 안 좋은 부분을 비교하며 부정적 요인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일터로 변경하고자 결심했을 당시만 해도 그는 분명 현재 회사의 안 좋은 부분과 이직할 회사의 좋은 부분을 비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직하고 나니 좋은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 부족한 부분에 더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었다.

"잘 생각해봐. 우리는 늘 더 나은 것을 소유하고자 해. 사랑도 직장도 물건도 말야.

그런데 이상하지. 늘 가지기 전에는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내 것이 되고 나면 이내 좋은 것보단 아쉬운 부분,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니 말야."

사실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조직은 없다. 그건 이상일 뿐이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란 거 들어봤지? 내 경우를 돌이켜봐도 그래. 지금 직장에서 날 괴롭히거나 꼴 보기 싫은 사람 때문에 이직하며, 이직한 곳에는 상또라이가 둘이나 있더라고. 어딜 가나 사람 때문에 힘들어.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야.

"이직은 사람이 싫어 도피하듯 하면 안 돼. 어차피 상또라이가 제곱으로 있을 테니까 말야.

만약 그곳에 또라이가 없어서 네가 너무 행복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 네가 상또라이일 수 있어. 네가 어느새 네가 그토록 싫어했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 수 있어…ㅎㅎ.

(정색하고) 지금 네가 고민하는 것도 맞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일단 너무 힘들면 다음 플랜을 짜 보자. 하지만 한 번 더 명심해야 해. 사람을 피해서 이직하면 안 돼. 네 목표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직하는 거지.

그러니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하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해 봐. 현재의 부정적 인식은 어차피 도움이 안 돼. 너를 위해 네 에너지를 쓰도록 노력해 봐."

후배와 1시간여의 진지한 상담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혼잣말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어느 순간 너도 알게 될 거야. 40대가 되어 보면, 네가 하는 게 어떤 고민인지 말야. 부디 40대가 되어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 집중해야 해, 너의 에너지를. 너를 성장시키기 위해, 너의 미래를 위해…"

원문: 신동진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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