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입 기자가 꼽은 '20대 국회' 최악의 모습들

조회수 2020. 5. 2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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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경찰이 출동한 국회, 역대 최저치 법안을 처리한 국회

20대 국회가 5월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10년 넘게 정치 기사를 쓰면서 이 꼴 저 꼴 다 봤지만, 20대 국회는 정말 최악이라고 할 만큼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다칠 위험도 있었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고,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봤습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법안 처리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대 국회

국회는 입법 기관입니다. 법을 만들고 처리하는 기관이지만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을 보면 형편없습니다. 5월 19일 기준 20대 국회에는 2만 4081개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중에서 8819개의 법안만 처리됐습니다. 법안처리율만 보면 37%입니다.


법안을 많이 통과시킨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숫자가 아니라 질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국회 법안 처리율이 대체로 40%가 넘은 것과 비교하면 20대 국회는 너무 낮습니다. 쓸데없는 법안을 많이 만들었거나 발의만 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를 의식한 듯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법안 처리율 36.6%를 기록하며 마무리에 들어서고 있다”며 “본회의에서 단 한건의 법안이라도 더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이 통 크게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동물 국회를 재연한 미래통합당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이 낮은 이유는 야당의 책임이 큽니다. 상임위원회 특히 법사위, 인사청문회, 본회의까지 조용히 넘어가는 날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야당, 특히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사무처 문을 뜯고, 국회의장을 때리고 국회의장실까지 찾아가 경호원이 총을 가졌다고 난리를 치고, 본회의 단상을 점거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안 처리 당시 이은재 의원이 단상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엘보우로 가격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당시 촬영한 영상을 자세히 보면 이를 악물고 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몸싸움과 고성, 망치와 빠루라고 하는 쇠 지렛대까지 등장했습니다. 2011년 한·미 FTA 이후 8년 만이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폭력 사태라 국회 출입기자들도 황당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패스트트랙을 옆에서 계속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제 개편안’이나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자의 눈으로 볼 때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한 야당의 정치적 액션에 불과했습니다.


가까이에서 의원들을 보면 지도부가 모이라고 하니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고 앉아 있다가 몸싸움하고 끝나면 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직장인들과도 같았습니다.


가장 많은 경찰이 출동했던 20대 국회

20대 국회는 유독 경찰들을 국회의사당에서 자주 봤습니다. 소소하게는 극우유튜버와 진보유튜버들 서로 싸우다가 112로 신고하면서 순찰차가 빈번하게 출동하는 경우입니다.


극우유튜버와 진보유튜버가 만나면 조용히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상대방을 향해 시비조로 말을 하고, ‘빨갱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 뒤는 멱살을 잡으며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유튜버들을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매번 국회에서 싸움을 벌이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란이 벌어져 엉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순찰차가 아니라 대규모 경찰 병력이 국회에 출동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공화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식 집회가 끝난 뒤에 당원과 지지자들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본청 정문 앞에 있었는데, 이들이 유리문을 두드리고 피켓을 휘두르는 모습을 앞에서 목격하니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국회에서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조치 때문에 간담회나 공청회, 국회 견학을 하려는 시민들이 출입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독재 정권 이후에 국회의사당에 경찰들이 가장 많이 출동한 사례로 20대 국회가 기록될 것 같습니다.

국회 본청 뒷편에 위치한 ‘국민의문’라고 적혀있는 해태상. 왜 국민의 문이 정문이 아니라 뒷문에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회에서는 별로 바꿀 마음이 없어 보인다.

20대 국회가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일을 잘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할 의원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만큼 20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신뢰도 잃고 ‘월급 도둑’이라는 비판만 받았습니다.


21대를 이끌고 갈 당선인들은 앞다퉈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들도 당선인 시절에는 모두들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5월 30일부터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는 국회의원들이 4년 뒤에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원문: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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