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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득 책을 들고나가게 하는 마력'의 동네 서점, 밤의 서점

조회수 2020. 4. 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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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밤의 서점'이야기입니다.

가겠다는 의도가 있어야 도착할 수 있는 구석진 곳에 있다. 그리고 ‘두 손 가득 책을 들고나가게 하는 마력’도 있다. 바로 연희동 ‘밤의 서점’ 이야기다.


방문기

TV 프로그램 <같이 펀딩>에서 밤의 서점이 소개됐다. 작은 서점을 가득 채운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좋았다. 시간을 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서점은 서점이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 골목에 있었다. 멀리서 간판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서점은 생각보다 더 작았고, 가끔은 창고 냄새도 올라왔다. 점장님은 바빠 보였다. TV에서 봤던 독특한 코너들을 보니 반가웠다. 지금까지 나는 대형 서점만을 경험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서점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와 비슷해 보였던 한 커플은 금방 서점을 벗어났다.


​나는 꽤 멀리서 왔고, TV로 봤던 이곳의 특별한 문화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서점을 다시 둘러보았다. 선반과 책상에 서재같이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모두 다른 책이었고, 책의 표지에는 띠지가 둘러져 있었다. 띠지에는 점장님의 추천 문구들이 있었다. 


​작은 공간에 있는 선반들도 모두 차있지 않았지만, 대형 서점보다도 관심이 가는 책들이 많았다. 집지 않았을 것 같은 책들도 집어 들어 보게 됐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고백서가를 하며 점장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서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십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웠다.

 

작은 서점을 꽉 채운 독특한 콘텐츠

밤의 서점의 마력은 2가지 바퀴로 굴러간다.


  1. ​나와 무관한 책의 매력을 보여주는 ‘특별한 주선’
  2. 느리고 따뜻한 ‘아날로그적 소통’


여러 코너들 중에서도 ‘고백서가’가 특히 좋았다. 고백서가는 책 선물 플랫폼이다. 선물할 책을 밤의 서점에 맡긴다. 점장님은 선물 받을 사람에게 책 선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면 선물 받을 사람이 직접 서점에 찾아와 편지와 책을 받는다. 


메시지는 무기명과 기명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선물 받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야 한다. ​나는 무기명을 선택했지만, 어떻게 내가 보낸 선물인지 알았는지 전화가 왔다. 기분 좋은 김 빠짐이었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섬세한 작업이다. 그 사람에게 얼마나 서점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물물 교환하는, ‘이야기 상자’관심을 쏟았는지 고스란히 알게 된다. 밤의 서점은 기본적으로 책을 큐레이션 해주는 곳이다. 요청하면 고백서가도 책을 추천해준다.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책 취향이나 관심사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막연하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느꼈지만, 설명을 하는 내 단어들에서 관심의 수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고백서가와 같은 특별함이 밤의 서점에는 가득하다. 다만, 조금의 사전 지식과 점장과 소통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이 모든 것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물물 교환하는, ‘이야기 상자’
책을 포장한 봉투에 쓰여있는 힌트만 보고 고르는, ‘블라인드 데이트’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고를 수 있는 ‘Birthday 문고’
이어 글쓰기, ‘필사 코너’. 처음 본 형식의 책들

‘정말 좋아서’ 책을 파는 사람의 서점

나는 그날 2시간 정도 서점에 있었고, 3권의 책을 구매했다. 책을 선물하니 설렘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관심 없었던 분야의 카테고리의 책에 관심이 생겼다. 읽을 책 리스트의 목록이 늘었다. 함께 서점에 갔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

점장님의 인터뷰 ‘벌써 1년, 밤의 서점 분투기’에서처럼 밤의 서점은 나갈 때 두 손 가득 책을 들고나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 곳이었다.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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