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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에 감염병의 유입 자체를 봉쇄하는 건 불가능, 이제 감염병은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뤄져야": 황승식 교수 인터뷰

조회수 2020. 3. 31.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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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희생을 줄이고 의료기관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승식입니다. 예방의학을 전공했습니다.


이승환: 코로나가 전세계에서 미치도록 퍼지는데, 과연 이 병은 막을 수 있는 병일까요? 전세계 40~70%가 감염된다는 기사도 떴던데…


황승식: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이므로 막을 수 있는지는 적절한 질문이 아닐 듯합니다. 유행을 종식시키려면 (1) 백신을 개발하거나, (2)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 개발은 이제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황이라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시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집단면역을 확보하기까지 상당수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므로 최대한 희생을 줄이고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말이 쉬워 집단면역이지, 사회 다수가 감염과 희생을 겪어야 한다

이승환: 중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코로나가 잡히고 있습니다. 통계를 믿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중국이 워낙 통제를 잘 한 것인지, 어느 쪽일까요?


황승식: 중국이 코로나19 환자 발생 초기에 보여준 통제 일변도의 모습을 감안하면 얼마나 정확한 통계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우한이라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조치와 전파를 차단하는 조치에 따라 신규 발생 환자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이승환: 마스크 쓸 필요 있다 없다 말이 많은데, 그냥 안 껴도 되는 건가요? 아니면, 그래도 끼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황승식: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기존 지식 체계에 기반한 대처가 무기력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시기에도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는다고 알려졌으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인 경우, 마스크 착용이 본인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적이 드문 야외 환경에서까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요에 비교하여 공급은 부족하므로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분투 중인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양보하는 사회적 연대도 필요합니다.

출처: 메디게이트뉴스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게 우선적이다

이승환: 한국의 방식이 과잉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전세계적으로 극찬할 만한 진압으로 봐야 할까요?


황승식: 입국 금지와 여행 제한 같은 봉쇄 조치를 선택하지 않고 감시체계를 이용한 지역사회 전파 차단에 노력한 한국 방역 당국의 조치를 과잉 대응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확진 환자 동선 상세 공개 등과 같이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조치는 수정됐고, 향후 팬데믹 상황과 같은 공중보건위기 시에 정보 공개의 득과 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전세계에서 한국의 방역 정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중국식 권위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라는 일종의 체제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시사IN 천관율 기자의 분석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승환: 입국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어떻게 보시나요?


황승식: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 결과를 보면 우한에서 발생한 환자가 확인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감염병 발생에 대한 국제공조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국경 폐쇄와 같은 강력한 봉쇄 조치로도 유행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른 시기에 중국발 여행객을 입국 금지한 이탈리아나 미국에서 급속한 속도로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외국인 외에 내국인 여행자 숫자도 상당하므로 여행 금지와 같은 조치로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일차 파고를 잘 넘었다고 평가받은 대만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도 내국인 여행자로 인해 이차 파고를 만나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입국금지와 무관하게 이미 전세계로 퍼져버렸다

이승환: 개학 연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건 의미 있는 반응일까요? 어차피 학교 언젠가는 가야 할 테고, 그때 되면 또 1명이 집단 감염 일으키기 딱 좋을 느낌도 듭니다만…


황승식: 감염병 유행을 종식시킨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대한 개학을 미루는 것이 타당합니다. 개학하게 되면 어린이로부터 조부모로의 전파가 증가하고, 학교 곳곳에서 집단발생이 생겨날 것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 방역 당국이 개학 전까지 두 주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권고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습니다.


이승환: 아예 2주~1달 정도 사회적 활동을 몽땅 정지시키면 코로나 잡기 좋다는데 현명한 선택인가요? 이미 미국에선 집 나가지 말라 하고… 


황승식: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는 현실에서 가능만 하다면 가구 당 100만원 정도를 지급하면서 1달 정도 사회적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이 유행 중단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지의 시뮬레이션 기사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승환: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등 코로나가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국가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의 입국은 금지하는 게 좋을까요? 전세계 공조는 어떻게 이뤄가야 할까요?


황승식: 일본처럼 먼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먼저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보다 이차 파고를 막기 위해 내국인 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격리를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전세계 각국이 국제 공조보다 빗장을 거는 조치는 내부 여론 관리용으로 감염병 관리에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2002년 사스 유행 후 개정한 ‘국제보건규칙’을 가입국이 잘 지키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유발 하라리 선생이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논평처럼 Δ정보 공유 Δ의료진 파견 Δ경제 협력 Δ여행제한조치 조정 등을 전세계가 협력해야 하고, 미국 정부가 글로벌 리더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환: 묘- 하게 이런 전염병 유행이 잦아지는 느낌인데, 앞으로 이에 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요?


황승식: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한 국제정보공조가 필수적이고, 필요하다면 주요 위험 지역에 질병정보수집 전문가 파견을 해야 합니다. 이제 감염병 유행은 단순히 보건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이므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정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글로벌 시대에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응급실에서 증후군감시체계를 강화하고, 두 곳 밖에 없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확대하며, 공공의료기관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혁신해야 합니다.

이제 감염병은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이승환: 대체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제압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황승식: 저는 인구집단 내에서 질병의 빈도와 분포의 결정요인을 연구하는 역학(疫學)을 전공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제압될 것인지는 역학(易學; 주역이나 점성술 등)을 전공한 분이 답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앞으로 2주-1달 동안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유행지역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상반기 중에 유행을 관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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