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허지웅쇼' 팟캐스트 표절 의혹 논란: 팟캐스트 저작권 보호가 절실하다

조회수 2020. 3. 31.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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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의 포맷은 프리 소스가 아니다

그날 나영석 PD는 “비싸지 않습니다, ‘정품’ 구매하세요”라고 말했다

게임이나 포토샵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영석PD가 2017년 자신의 프로그램 <알쓸신잡> 제작발표회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방송계는 중국의 들끓는 방송 포맷 표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나영석 PD가 제작한 유명 프로그램인 <윤식당>, <삼시세끼>는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 포함 총 3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사에게 무단으로 도용 당했다. 오죽하면 방송가에서 “이쯤되면 한국이 ‘호구’ 아니냐” 는 씁쓸한 자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나영석 PD가 저 발언을 한 <알쓸신잡> 조차 포맷 차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그 대상은 바로 인기 팟캐스트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다.


한국 방송사의 표절 의혹은 늘 그랬다. 온전히 피해자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프로그램을 베끼며 성장해 왔다.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표절 의혹 이야기를 꺼내기 전, 한국 방송이 표절하거나 표절 당했던 역사를 잠깐 훑어보자.


90년대에는 일본을 베끼다가 2010년대에는 중국에게 ‘삥 뜯기게’ 된 이유

<기쁜 우리 토요일-영파워, 가슴을 열어라>를 기억하는가. 학생들이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하고 싶은 말을 외치던 프로그램. 판유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던 이 프로그램은, 사실 일본 TBS방송국의 ‘학교에 가자-미성년의 주장’이라는 코너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특명, 아빠의 도전>은 일본 TBS의 <행복가족계획>을 그대로 표절하였으며, 일본 측에서 항의를 받자 조기종영했다.

TBS <미성년의 주장>
SBS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교묘하게 차용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베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기개(…)가 느껴진다…
출처: 중앙일보
당시 표절 논란에 대해 다룬 기사. <기쁜 우리 토요일>은 상습범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가의 표절 논란은 꽤 최근까지 계속됐다. 일례로 국민 프로그램 <무한도전> 조차 초창기 회차는 숱한 논란에 시달린 바 있으며(김태호PD는 의혹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2013년 방영된 tvN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은 일본의 만화 및 드라마 <라이어 게임>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판이 뒤집히는 건 2010년대 중반 이후다. 한류 열풍이 시작되고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의 프로그램 포맷을 원하는 나라들이 많아졌고, 이는 프로그램 판권의 해외 판매로 연결되었다. 현재 ‘방송포맷’ 저작권은 국내에서도 엄연히 인정받는 분야로, 2016년 기준 국내 방송산업 총 수출액은 4억 1,121만 달러이며 이중 방송포맷 수출액은 5,493만 달러에 달한다. 방송사의 중요한 수익모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한한령이었다. 한한령 이후 한중 문화 교류가 단절되자, 중국은 한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도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미운 우리 새끼>, <전지적 참견 시점>, <프로듀스101>, <정글의 법칙>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복제되었다. 한국이 표절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놀라운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텐센트 ‘나와 나의 매니저’ 포스터

반성 없는 방송사, 이번에는 ‘팟캐스트’ 표절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사가 표절의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고 완전히 의혹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새로운 표절 의혹의 양태는 영상 시장이 아닌 라디오 시장에서 나타난다. 바로 ‘팟캐스트 방송 포맷 표절 의혹’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인식 부족으로 진지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의식 공유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먼저 앞서 언급한 <알쓸신잡>이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먼저 앞서 언급한 <알쓸신잡>이 있다. 이 프로그램 콘셉트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서 2016년 1위를 차지했던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대넓얕>은 다양한 주제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며 지식을 전달하는 콘셉트였는데, <알쓸신잡>도 이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대넓얕>의 팬들은 이 프로그램을 공중판 <지대넓얕>이라고 부르는 촌극이 빚어진 바 있다.


관련 예시는 또 있다. KBS1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팬들에게 진행자 및 게스트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 최욱이 동일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게스트가 겹치며 의혹을 산 바 있다.

출처: SBS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허지웅쇼>가 있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생애 첫 라디오 DJ를 맡는 것으로 화제가 된 SBS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오늘인 3월 30일 아침 11시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 프로그램 내 <순간의 선택>이라는 코너에서 시작된다. 이 코너는 2020년 3월 현재 팟빵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와 출연자(배순탁, 김간지)는 물론, 콘텐츠 컨셉까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된다. 각자 음악을 선곡하여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출처: SBS
허지웅쇼의 ‘순간의 선택’ 코너 설명
출처: 팟빵
팟빵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선곡 대결’ 키워드부터 출연진 ‘배순탁, 김간지’까지 완전히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게 과연 옳은 행태인가? 어째서 표절을 하는 상황도, 표절을 받는 상황도 심각함을 모두가 인지하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내는가? 팟캐스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과 비용 투자를 통해 입증해 낸 콘텐츠 및 포맷을 메이저 방송사가 어떠한 대가도 없이 그대로 가져가서 활용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도 본인들이 당하는 피해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결론: 역지사지, 역으로 지랄해줘야 사람들이 지 일인 줄 안다

SBS는 지난 2013년 9월, tvN <SNL코리아 시즌1>의 <쨕 재소자 특집>과 <쨕 메디컬 특집>이 SBS프로그램 <짝>의 포맷을 도용하고 방송을 희화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tvN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판결문 내용은 사뭇 시사적이었다. 저작권법상 ‘창작적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어 실질적 유사성은 인정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례는 방송가가 이미 표절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실증적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팟캐스트에 대해서는 그 피해와 우려가 남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건가?

다양한 콘텐츠가 상호 경쟁과 벤치마킹을 통해 고도화되면서 시청자&청취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콘텐츠 제작 주체로서는 반드시 지향해야 할 가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핑계 삼아 약소한 ‘팟캐스트’의 저작권을 무시당하고 도용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좋은 선례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SBS라디오는 자사 PD들이 제작한 팟캐스트 <씨네타운19>를 <씨네타운S>로 변경하여 지상파에 편성한 바 있다. 팟캐스트 <골라듣는뉴스룸>은 팟캐스트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SBS뉴스 홈페이지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타 방송사가 유사한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 방송사는 소송도 불사한다. 중국 방송사가 한국 방송의 포맷을 그대로 복제하는 관행에도 분노한다. 이 도덕적 기준을 팟캐스트 시장에도 적용해야 한다. 팟캐스트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논의 끝에 정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팟캐스트의 포맷은 프리 소스가 아니다. 언급된 프로그램의 포맷을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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