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책임자가 관두고 후임도 없던 정부, 트럼프는 3년 동안 미국을 어떻게 망가뜨렸나: 김낙호 교수 인터뷰

조회수 2020. 3. 30.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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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주립대 김낙호 교수 "진화한 포퓰리즘? 퇴화한 포퓰리즘이겠죠."

방역 예산을 계속해서 깎으려 했던 트럼프 정부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김낙호 교수 (이하 김낙호): 미국에서 외노자 교수 생활 중인 김낙호입니다. capcold라는 닉으로 활동 중이지요.


이승환: 대체 미국은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겁니까?


김낙호: 안일했던 거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퍼질 때, 들어오는 트래픽만 막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입국 금지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안일했던 겁니다. 트럼프 취임 후 백악관전염병 방역 책임자가 못해먹겠다 관두기까지 했습니다. (참조 링크)

진짜다…

이승환: 네???


김낙호: 이후 트럼프가 후임을 뽑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방역방제 예산을 공화당에서 축소하는 걸(참조 링크), 민주당에서 보전해서 그나마 버텼죠. 아무튼 책임자가 사라지고 없으니 방역 대책 능력이 떨어져 있던 상황입니다. 민간 의료 병원 위주의 미국이라 물량을 대량으로 비축하지도 않습니다. (참조 링크)


이승환: 너무 엉망인데요?


김낙호: 모든 게 잘 돌아간다는 전제 하에 잘 돌아가는 나라지, 큰 위기에 대책 없는 나라입니다.


이승환: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낳은 위기인가요?


김낙호: 그리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시장 기능에 모든 것을 맡겼죠. 사회적 컨트롤이 없어도, 시장이 잘 굴러가는 시기에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정부도 시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죠.


셧다운을 꺼리고 예산도 자의적으로 집행하려는 트럼프

이승환: 지금 트럼프가 셧다운 때리고 돈도 막 뿌리지 않습니까?


김낙호: 아닙니다. 국가 단위에서의 셧다운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참조 링크) 실제 미국 내의 대부분 결정권, 특히 생활밀접 정책은 주 정부 단위에서 이뤄집니다. 주 정부도 공화당 주지사와 민주당 주지사 간의 대처 정도와 속도 차이가 큽니다. 민주당 쪽이 훨씬 적극적이죠.

출처: MBC
뭐라는지 알 수 없지만…

이승환: 양당 간 어떤 차이가 있죠?


김낙호: 공화당은 셧다운을 꺼리는 쪽입니다. 단기적으로 경제가 망가지니까요. 특히 트럼프는 주가에 민감하니 실물경기 죽이길 더욱 꺼리겠지요. 물론 공화당에도 메릴랜드 주지사처럼 대처가 빠른 이도 있지만, 빠릿하게 움직인 곳은 대부분 민주당입니다. 물론 민주당 주들이 대도시 위주라 그렇기도 합니다. 뉴욕, 시카고, 엘에이 같은 큰 도시가 빠르게 번지니까요.


이승환: 트럼프가 크게 쐈는데 좋은 일 아닌가요?


김낙호: 황당한 일이 많았습니다. 지난주 긴급구호예산 편성이 나왔을 때는 1조 달러 규모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에 공화당 측에서 먼저 안을 짰지요. 그런데, 그 안이 1조 중 5천억 달러는 감독받지 않고 맘대로 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트럼프가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분야, 회사에 꽂아 넣어도 아무도 뭐라 토 달 수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6개월 간 어디 썼는지 비공개고요. (참조 링크)

2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끔찍했다

이승환: 국가예산이 블라인드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_-???


김낙호: 민주당이 그냥 놔둘 리 없죠. 금융 관련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퇴짜를 놨습니다. 그러니까 공화당은 “민주당이 긴급구호예산 막고 장난친다”고 선동하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건 공화당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여기에 병원 예산, 소상공인 대출 등의 공적 기능을 많이 넣으며 예산이 늘어났죠. 또한 5천억 달러에도 공익 감사 기능을 넣고, 트럼프를 비롯한 선출 공직자와 이해관계있는 곳에 쓸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미 최종 통과됐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잘 막은 듯합니다. (참조 링크)


정치혐오에 기댄 퇴화한 포퓰리즘

이승환: 그래도 최종적으로 견제에 성공했다는 건, 미국 민주주의가 그럭저럭 돌아간다는 거 아닌가요?


김낙호: 이렇게 견제해야 한다는 게 큰 문제죠. 애초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안은 내지 말았어야 합니다. 연방 차원에서의 민주주의 체계는 3권 분립을 전제하고 만든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공화당에서 100% 지지하죠. 연방 판사 등 사법부도 점점 갈수록 우익 친화적인 인사를 몰아넣고 있습니다. 다음 재선이 불투명하니 더욱 심해집니다. 그러니까 견제 장치가 점점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환: 아베, 또는 이명박근혜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김낙호: 맞습니다. 일본도 일본 시스템 작동의 근간이 있었는데, 기본 전제를 뒤집으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그래도 한국은 좀 낫습니다. 마치 오래된 IT 서비스는 레거시가 쌓이는 것처럼, 미국은 250년 된 오랜 민주제의 장치들 일부가 지금은 적폐로 쌓여 있습니다.

올스타…

이승환: 부시는 어땠나요?


김낙호: 부시는 그래도 전통적인 공화당 우익의 신자유주의 바람에서 당선된 인물입니다. 클린턴 때 경제 호황 속에서도,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 주장했죠.


이에 비하면 트럼프 당선은 상당 부분이 정치 혐오에 기대어 있습니다. 힐러리를 적폐의 상징처럼 포장하고, 트럼프는 썩은 기존 정치판을 때려 부수는 변화의 기수처럼 포장했죠. 부패에 있어서는 이명박과 비슷하지만, 상징하는 가치는 박근혜에 가깝습니다. 애국 정서를 잘 끌어들였죠. 기존 정치를 부숴버리겠다는 걸, 자극적이고 쉽게 이야기한 게 인기의 비결입니다.


이승환: 진화한 포퓰리즘이군요.


김낙호: 퇴화한 포퓰리즘이겠죠.


사실 오바마 시절도 경기는 충분히 좋았다

이승환: 그래도 이번 양적완화와 돈 뿌린 것에 대해서는 평이 좋지 않습니까?


김낙호: 그간 트럼프가 밀어왔던 3가지가 실업률, 경제성장률, 주가 지수입니다. 이게 다 박살 나니까 뭐라도 해야 하는 거죠. 너무 심각한 위기라 보수적인 경제학자들도, 다 큰 정부를 외치는 유사 사회주의자가 되어 있습니다. (참조 링크)

초동안 경제학자(…) 맨큐도 돈 풀자고 하고 있다

이승환: 트럼프 시기가 경제가 좋긴 하지 않았나요?


김낙호: 트럼프 하에서 경제가 좋아진 이유 중 메인은, 자국 내 소비 시장이 커진 것입니다. (참조 링크) 그리고 이는 경제적 낙관론에 기대어 있었죠. 사실 오바마 시절 주가 흐름은 금융위기가 있었음에도 트럼프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참조 링크) 하지만 공화당에서 계속해서 경제가 좋지 않다, 미국 망한다는 시그널을 주며 지갑을 닫게 했습니다. 이게 트럼프 때 풀린 건데, 코로나로 완벽하게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승환: 오바마 시기 주가가 좋았다니, 뭔가 노무현과 이명박의 교체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군요.


김낙호: 지표가 호황인데 불경기라는 이미지가 생긴 이유도 비슷합니다. 경제 과실 불평등이지요. 전체 거시 수치는 좋아졌으나, 중하위층 소득은 체감상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간층에게 그 지표들은 크게 와 닿지 않았죠. 트럼프도 그런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며 당선됐습니다.

주가 부양 탑 오바마…

트럼프의 진상질, 협치가 사라진 양당제

이승환: 미국 민주주의는 언제부터 이렇게 내려앉았다 봅니까?


김낙호: 클린턴 말년으로 봅니다. 그때부터 공화당이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극우화를 박찼죠. 사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전 세계적 현상이긴 합니다. 시기가 다들 다를 뿐.


이승환: 근데 양당제는 그래도 양당 간 어찌저찌 합의를 해나가지 않습니까?


김낙호: 서로 적대적일지라도 협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적당히 손을 잡죠. 그런데 트럼프 정권 들어 협력이 제로로 떨어졌습니다. 공화당에서 빤스 내리고 자기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는 리더를 뽑았고, 그 리더를 당에서 용납해주는 상황이 되다 보니 많은 게 틀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협력 지우고 대항하는 거죠. 


또 이런 극우적 모습에 지지층은 열광합니다. 공화당 지지자는 지금 80% 이상이 트럼프가 코로나 대처를 잘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참조 링크)

출처: PBS
극단적 팬투표가 되어가는 미국 정치

이승환: 미국도 세대 간 투표가 좀 있나요?


김낙호: 네. 젊은 층은 민주당을 좋아합니다. 정체성보다도, 젊은 세대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정책을 내세우기 때문이죠. 대학 융자금,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합니다. 반면 미국의 전통적인 우익 사고방식은 각자도생이기에, 기존 세대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죠. 덤으로 미국은 젊은 세대가 인종적으로 더 다양합니다. 공화당은 트럼프 오며 본격적으로 인종차별 낙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승환: 공화당 너무 촌스럽네요?


김낙호: 그게 정치 기반이니까요.


주 단위가 중심인 미국의 저널리즘은 망해가고 있다

이승환: 미국 언론은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김낙호: 망했죠.


이승환: 경제적 부분이 망했다는 건가요, 저널리즘 부분이 망했다는 건가요?


김낙호: 경제적으로 망하면 저널리즘도 망합니다. 한국에서 추앙하는 미국 언론은, 자금 사정도 괜찮고 퀄리티도 유지하는 한 줌의 대형 언론에 불과합니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미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건 주 내지 도시 권역 단위의 지역 언론입니다. LA 타임즈처럼 LA만 보는 뉴스죠. 지역 언론은 그냥 엉망입니다. 다 망해가고 있어요.

출처: jborden
우리가 추앙하는 건 한 줌의 중앙지다

이승환: 일전에 독지가가 자금을 대고, 언론이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시민사회가 감시하는 모델이 실험 중이라 하지 않았나요?


김낙호: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성공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제프 베조스 돈으로 성공했고, 필라델피아 인쿼러가 지역독지재단이 비영리로 돌리며 되돌리며 살아났죠. 그게 거의 다입니다. 한 줌의 성공사례고, 나머지는 대부분 실패했죠. 지역 언론 여럿 가진 곳이 체인 형식으로 각 지역에 맞게 운영하는 게 한계입니다. 이런 모델도 맥크래치라고 큰 곳도 부도내고 망했고… (참조 링크)


이승환: 왓치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건가요?


김낙호: 미국의 정치 방식은 연방입니다. 주 단위로 움직이는 걸 생각하면 뉴욕타임즈가 아무리 일리노이 상황을 이야기해도, 이는 연방 차원에서의 이야기이지, 일리노이 주의 세부 진단과 거리가 있습니다. 전국지가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한정적이란 거죠. 그런데 각 주의 언론이 망하며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미국 민주주의에 중요한 건 뉴욕타임즈가 아닌 각 주의 저널리즘이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극단적 뉴스만 횡행

이승환: 코로나의 영향도 있나요?


김낙호: 네. 지역 언론들의 돈줄은 지역 광고인데 점점 끊기고 있습니다. 지역 공장이 문을 닫고 지역 행사도 막히고 있죠. 그래도 살아남은 기업들이 뉴욕타임즈 등에 전국 단위 광고는 하겠지만, 지역 언론은 비상입니다. 가장 먼저 휘청이는 게 대안 주간지들입니다. 소지역 단위로 발간하는 지역 밀착형 주간지가, 지역의 중요 이슈를 잘 풀며 풀뿌리 저널리즘에 큰 역할을 했지요..


이승환: 이 상황에서 안 망할 언론은 어디입니까?


김낙호: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겠죠. 이미 언론도 양극화입니다. 큰 규모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를 이끌고, 세계 규모의 기사를 제공하며 구독을 이끌죠. 하지만 세밀한 지역 정치를 이야기하는 곳은 망해갑니다. 미국 언론의 위기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죠.


이승환: VICE, BUZZFEED, 이런 데는 어때요?


김낙호: 그쪽은 원래부터 지역 밀착형 이슈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인기를 끄는 것과, 언론의 건강한 산업 구조가 붕괴되는 건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핫하다고 저널리즘이 사는 건 아니다

이승환: 언론이 정부 견제 역할을 전혀 못하는 건가요?


김낙호: 일반 독자들도 정보 홍수다 보니, 자기들이 원하는 정보에 빠져들기 쉽죠. 객관적이고 좋은 분석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하는 언론만 보죠. 그러면 또 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사만 생산하는 곳이 늘어납니다. 


그 첨단이 폭스 뉴스죠. 미국 언론의 가장 큰 폐단이 이겁니다. 자본주의 첨병답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주죠. 소비자들이 쓰레기를 원하면 쓰레기를 주고, 진영 편파적 정보를 원하면 또 그걸 줍니다.


이승환: 한국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낙호: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사회적 압박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빠르게 전파되고 준 물리적인 압박으로 저항하죠. 미국은 그럴 사회적 압박이 없습니다.

출처: TV조선
저널리즘이 죽으니 이런 동력도 없다

잘못된 리더십을 택한 미국의 길, 재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승환: 그것도 있지만 트럼프의 정체성이 미국인들이 바랬던 것 아닙니까? 국제공조 없이, 차별 마음껏 하고 우리만 잘 살자?


김낙호: 그런 흐름은 항상 있었습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민낯의 사고가 주류화 되기 어려웠을 뿐이죠. 그런 게 필요 없다는 메시지로 당선된 게 트럼프입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오바마까지만 해도 미국이 세계를 규합하고 리드함으로 위대한 미국의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트럼프는 이에 반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첨예화시켰죠. 그냥 미국이 세계 각국을 물리치고 일등 하면 위대한 미국인 겁니다. 도덕적 규범으로 눌렀던 것들을 확 질러버려도 된다고 터트린 게 트럼프 정권이 드러낸 문화적 현상입니다. 백인우월주의 하면 어때? 해보니까 나한테는 별 일 없네?

미국은 전혀 위대해지지 않았다

이승환: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 재선을 어떻게 봅니까?


김낙호: 불투명합니다. 사실 지지자 수만 따지면 현재는 5:4 정도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습니다. (참조 링크) 1이 부동층이죠. 하지만 5가 결집력이 약하고, 결정적으로 미국은 주 단위라서 농촌 지역을 우익화 시키기 쉽죠. 그런 대통령 선거 제도가 아니었다면 트럼프가 당선될 일도 없었겠죠.


이승환: 미국 사는 지식인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낙호: 이러다 지나가겠죠. 그럼에도 그 후 더 나은 상황이 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촌스러운 포퓰리즘이 잘 먹히는 시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진화하는 생명체이니, 민주당도 이에 맞는 해법을 찾아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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