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은 남자 대장 색깔?
놀이터는 작은 사회
빨간색은 대장 색이야, 남자가 입는 거야.
후레쉬맨에 빠져있던 초등학생 시절, 나는 동네에서 레드 후레쉬였다. 그때도 여자가 무슨 빨간색이냐며 반발한 친구가 있었으나, 그 친구를 가볍게 제압하고 나서 내가 이겼으니 대장 한다며 당당히 말했던 그때의 내가 생각났다. 그래서 우리 아가도 빨간색을 좋아하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너도 참 인생이 호락호락하진 않겠다.
성별로 구분된 장난감과 색깔
평소에 아가가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것을 눈여겨봤다가 그것 종류를 사러 가끔 마트에 간다. 직접 보고 아가한테 고르라고 하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우리 아가가 원하는 장난감은 어김없이 “남자 완구” 쪽에 있다. 그냥 종류별로 “공, 자동차, 인형” 등으로 구분하면 될 것을 왜 성별로 구분하는지 모르겠다. “여자 완구” 쪽에 가보면 더 가관이다. 딸들을 모두 공주로 양성하려고 하는지 온통 핑크 공주 일색이라서 눈이 아플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의 카테고리를 보면, 성별로 구분해 놓은 경우를 본다. 카테고리로 구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세 검색을 통해 성별로 고를 수 있다. 블록, 인형, 공 등 상품으로 구분하면 되는 것을 왜 성별로 구분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성별로 구분된 장난감은 확연히 구분된다. 남자아이의 장난감은 무기, 블록, 로봇 등이고, 여자아이의 장난감은 인형, 주방놀이, 꾸밈놀이 등인 것이다.
우리 아가의 옷 중에 옅은 분홍색 옷은 모두 선물 받은 거다. 내가 산 것 중에서는 그 색이 없다. 대부분 한 색의 선물을 받으니, 굳이 나까지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살 경우에는 다른 색을 산다.
선물해주신 감사한 마음 때문에 다른 디자인이나 색깔로 바꾸지도 않으며, 선물 받은 옷은 사이즈 교환만 해봤다. 아가에게 입혀서 잘 입는다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아가에게 선물 받은 옷을 입히면 꼭 한마디 하는 사람이 있다.
핑크색 입히네, 뭐.
핑크색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이런 색으로 입혀.
다양함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세상에는 다양한 놀잇감이 있고, 다양한 색깔이 있다. 아이들마다 성향도 다르다. 그런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자동차를 타며 신나게 놀아도, 분홍색 옷을 입은 남자아이가 인형을 꼭 끌어안고 가만히 앉아서 놀아도, 빨간색을 입지 않은 어느 누가 대장을 하더라도,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가득한 사회를 꿈꾼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뛰놀았으면 좋겠다.
원문: 고양이상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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