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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뒷면: 작품이 다가 아니다

삶이란 근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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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해 배우 송강호는 반년간 쌍코피를 흘리며 영화 관계자를 만나러 다니고, 봉준호 감독은 5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다니는 유랑극단’ 같았다고도 말한다. 정확한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CJ 그룹에서 투자한 홍보비용만도 100억이 넘을 거라는 추측이 일반적인 듯하다. 영화 〈기생충〉의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창작자와 그 후원자의 이러한 투자 없이 세계적인 상을 받는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많은 경우 화려한 성공은 그 자체의 빛이 너무 강렬해 그 뒤에 들어간 무수한 종류의 잡다한 노력은 좀처럼 조명받지 못한다. 창작자들은 고고하게 그림만 그리고, 글만 쓰고, 작품만 훌륭하게 잘 만들면 될 것 같지만, 또 그게 ‘진정한 창작자’의 모습처럼 오인되기도 하지만, 대개 널리 명성을 얻는 창작자들은 결코 창작만 하지는 않는다.


문단에서 저명한 상을 받기까지에도 수많은 인맥 관리가 필요하고, 이런저런 행사에 부지런히 발로 뛰는 일도 필요하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서도, 운동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선후배, 코치, 감독 등과의 관계도 좋아야 하고, 때로는 로비 같은 것도 필요하다. 연예계는 두말할 것도 없다.


출판도 다르지 않다. 대개 저명한 베스트셀러는 글만 잘 쓰는 작가들이 혼자 방에서 만들어내기보다는 그런 작가와 출판사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만들어낸다. 출판사는 4대 온라인 서점에 몇 달간 광고를 내보내고, 북튜버들을 섭외하고, 카드 뉴스를 만들고, 서평단 이벤트를 열고, 큰 서점들에는 영업자를 보내어 매대를 구매한다. 작가 중에는 아예 한두 달은 ‘책 홍보’ 기간으로 잡고 매주 북 토크나 사인회를 몇 개씩 다니면서 독자를 만나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하고, SNS로 홍보하면서 야금야금 책을 판매궤도에 올려놓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의 과정은 거의 모든 영역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고고하고 엄숙하게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가장된 것들이다. 가장 고고하게 학문에만 열중할 것 같은 교수들이야말로, 사실은 학회 활동 등을 통해 인맥을 부지런히 쌓고 관리하지 않으면, 논문을 실을 학회지 하나 없게 된다. 늘 마라톤만 하면서 글만 쓰면서 인생을 성찰할 것 같은 작가도 사실은 문단에서 선배, 후배, 하며 서로 술 따르고, 명절에 선물 보내면서 인맥을 쌓는다. 항상 우아하게 웃는 모습만 보여주는 연예인들도 매니저나 소속사가 나서서 엄청난 물밑작업을 하고, 더 나은 프로에 더 주목받는 역할을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아부하고, 발로 뛰어다닌다.


청년 시절에야 그런 세상의 일을 잘 모르기도 했고, 그래서 오직 나의 진실만을 찾아 나가고, 나의 실력만이 전부라 믿었다. 물론 그런 믿음으로 헤쳐온 어느 시간은 내게 둘도 없는 것들을 주고 쌓게 해주었지만, 살아갈수록 그런 부분은 전체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많이 알게 된다.


이런 부분은 많은 경우 권력과 자본의 문제로 귀결되어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일들이 반드시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저 어떤 환상은 늘 깨어지기 마련이고 그다음에 알게 되는 현실은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존재하곤 할 뿐이다.


살아가는 일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고 그런 삶의 측면을 알아갈수록 겉으로 보이던 고고함이나 엄숙함, 우아함이 삶의 본질이라기보다는 그 아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를테면 우아한 백조의 겉모습보다도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 치는 물갈퀴가 더 본질에 가깝다는 걸 느끼곤 한다. 삶이란 근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더 아름답다. 땀 냄새 나는 그런 삶이 더 인간답고, 멋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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