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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에 대처하는 법

조회수 2020. 2. 3. 17: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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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 목표이다.

명절 분위기 가라앉은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니 하는 말이다. 여행 금지니 격리니 하는 마당이니 명절은커녕 내 한 몸 건사하기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 글을 쓰는 지금(1월 26일 낮) 국내에서 세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겠으나, 감염병의 속성이 있으니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고 환자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갈 걱정이 가득한데, 확산이 최소한 인원에 그치고 피해도 없기를 바란다.


다행스러운 일도 있다.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등을 거치면서 당국의 대비 태세와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미리 만들어놓은 지침과 행동요령도 어느 정도는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겉만 보고 범상하게 보아넘길 수도 있지만, 이 정도 결과가 나타나는 데도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격려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문제는 검역, 통제, 봉쇄, 금지만으로 감염병 확산을 ‘완전하게’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계를 인정하자. 움직이고 이동하며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삶이다. 꼼짝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는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노릇, 중국 우한에서 교통편을 중단했더니 많은 사람이 탈출(!)했다고 하지 않는가. 속도를 조금 늦추고 범위를 조금 줄일 수 있으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어느새 사람들의 입에 익은 ‘전수조사’도 말이 되지 않는다. 3–14일에 이른다는 잠복기 동안에는 증상이 없으니 감염된 사람을 찾기는커녕 의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누구와 만나고 이야기를 했는지 듣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지만, 감염 여부는 기껏해야 ‘그럴 수도 있다’에 그친다. ‘능동감시’라고 근본적으로 다를까. 감시라는 말이 들어가 무슨 큰 방법이나 되는 듯 들리나, 보건당국이 사람을 특정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본다는 의미 정도다.


그동안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하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타박이나 지금이라도 빨리 만들자는 촉구는 더 이상하다. 지금 당장 가용한 수단이 아닌 것은 당연지사, 미래 대비에도 한계가 있다. 에볼라는 유행이 진행 중인 때부터 시작해 온갖 노력으로 백신을 개발했지만, 이번에는 에볼라가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가. 다음에 어디서 어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지 모르는데, 예측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현재로서는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 목표이다. 갑자기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기준과 지침을 만들 수도 없으니 준비된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전보다 좋아졌겠으나, 리더십과 ‘거버넌스’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메르스 사태를 기억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 그리고 걱정하는 바를 다시 살피자.


당시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필요한 리더십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지카를 걱정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에도 원칙은 같다.


  •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할 것
  •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것
  • 대응(대안) 체계를 만들고 권한을 정해 맡길 것
  • 일관되고 지속적인 메시지와 의사소통
  • 자원을 동원하고 지원할 것
  • 조정과 통합의 중심 역할
  • 모니터링과 감독, 피드백의 주체
  • 장기적 전망과 방향을 제시할 것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몇 해가 지났으나 리더십에 대한 이런저런 오해와 잘못을 얼마나 고쳤을까 걱정이다. 시기적으로 4월 총선까지 앞뒀으니, 전시성 리더십이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냉소와 비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심으로 바란다.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여 지카에 대비하는 긴급 차관회의를 했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거의 일주일 전 일이다). 무슨 논의를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회의 준비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바쁜) 실무자만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 ‘지카’ 유행,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시민건강연구소
새로 임명된 국무총리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낫겠다 싶다. […] 시장과 보건소를 방문하고 누구누구를 위로한다는 뉴스를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뉴스를 만드는 ‘그림’의 뒤 그 번잡함과 고단함을 상상해 보라. 보고서를 만들고 의전을 챙기느라 그렇지 않아도 바쁘고 정신없는 마당에 민폐를 더할 뿐이다.
  • 메르스 사태의 ‘출구 정치’와 리더십」, 시민건강연구소

지금 작동해야 할 리더십과 거버넌스에 관한 결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이번에 따로 무슨 시스템을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그래서도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대응 체계가 최고 수준으로 작동하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리더십과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다.


한국적 리더십의 흔한 병폐, 그 누구라도 개인 의견과 상식(이라고 믿는 것), 개인 자문, 비선 따위를 동원하지 말라. 사실 이렇게 하면 리더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진짜 리더는 엉뚱한 소리를 내는 대신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권한을 위임하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 리더십을 연출하고 언론에 등장하느라 시스템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다. 권한을 위임하되 책임은 스스로 떠맡는다.


이 시기,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하는 ‘높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제발 잘 모니터링하고 기록해두라. 철저하게 배우고 과제를 정리해 두라. 그래야 사태가 마무리된 후 평가와 문제 분석을 할 수 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 어떻게 고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망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지금 해야 하는 이 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원문: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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