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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운영도 전문직이다,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창업하라: 여주 북카페 세런디피티78 김영화 대표 인터뷰

조회수 2020. 9. 16.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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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동네서점에게 필요한 건 열린 마음.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서점은 잘되나요?


김영화(여주 북카페 세런디피티78 대표): 개업한 지 이제 1년 반 다 되어가는데, 잘된다고는 못 해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솔직히 서점 하면서 큰돈 벌겠다는 게 욕심이죠. 그래도 1년 지나고 나니 단골손님도 좀 계시고, 책 모임, 음악 감상 같은 문화강좌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 저도 교육 사업을 하는데, 왜 사람이 많은 서울이 아닌 여주에서 여셨죠?


김영화: 제가 여주에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정말 문화적 갈증이 컸어요. 책 한 권 사러 가기도 힘들고, 전시나 공연은 더더욱 생각하기 힘들죠. 우리 부부도 인문학 강좌 들으러 서울, 판교까지 차 타고 갔죠.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농사도 짓고 있는데, 소소하게 문화공간을 만들자. 여주에서 문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출처: 문화일보
그렇게 남편과 함께 서점을 열었다.

리: 그래도 수많은 일 중 서점을 선택하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김영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돈 많이 벌어도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제 저도 50대 후반이니까 좀 의미를 남기고 싶었어요.


리: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잘되고 있나요?


김영화: 제가 장사를 해본 사람도 아니고 도서관 사서 출신이거든요. 당연히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오픈하니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게 되고, 그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세요. 기증도 많이 해주며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게 됐죠. 힘들기도 하지만 그분들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리: 매출은 주로 어디서 나나요?


김영화: 모임에서요. 독서 모임이 3개, 월 1회 작가와의 만남까지 1달에 4번 모임을 열어요. 그러면 그분들이 책만 읽는 게 아니라, 같이 공유하고 정말 끈끈해지더라고요. 1만 원만 내면 다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을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충만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세요. 현실에서 막 부대끼며 살다가 책 한 권으로 위로받고, 수원에서 오시는 분도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지는 독서 모임.

리: 잠깐, 참가비가 꼴랑 1만 원이요? 그래서 수익이 나요? 서울은 최소 3만 원이고 10만 원 가까이 가는 모임도 있는데…


김영화: 네. 1만 원의 행복이니까요. 남들은 너무 싸게 받는 거 아니냐 하는데… 저희는 문턱을 낮추고 싶었어요. 보통 문화를 누리는 분들은 생활에 여유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1만 원만 내면, 음악도 맘껏 듣고 사람들과 함께 향유하게 하자. 앞으로도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어요.


리: 수익성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김영화: 그래서 저희 서점의 모토는 나눔과 실천이에요. 한 달에 1번씩 갖는 작가와의 만남도 작가님을 무료로 모셔요. 서울도 아니고 여주에서 가능할까 했는데, 작가님들이 도와주시더라고요.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기반해요. 돈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재능을 나누는 거죠. 작가님들께 미안한 것도 있지만 여주 사람들이 이렇게 문화에 목말라 있다, 또 우리 서점도 어디 지원받는 것도 없고 돈을 드리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니 흔쾌히 도움 주는 작가님들이 있더라고요.


리: 경기서점학교는 좀 도움이 됐나요?


김영화: 제가 사서 출신이라 책에 관해서는 좀 알지만, 도서관과 서점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서점은 영리 추구를 안 할 수가 없으니, 세세한 부분을 많이 신경 써야 해요. 특히 마케팅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예를 들면 손글씨로 책 소개를 써서 감성을 움직이는 거나, 출판사와 연계해서 매출을 올리는 법, 연말 블라인드 북 이벤트, 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영화 세런디피티78 대표도 경기서점학교에서 서점 창업을 배웠다.

리: 그밖에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김영화: 서점, 출판 관련 전문가들과 상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서점을 창업하는 분들께 경기서점학교가 주는 든든함이 있어요.


리: 서점을 창업하려는 분들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다면?


김영화: 사실 서점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창업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윤 추구를 첫 번째로 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그런데 본인이 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책을 통해서 뭔가 연대하며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정말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해요.


리: 서점을 창업하려면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 이런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영화: 서점 운영도 나름 전문직입니다. 누가 어떤 책에 관해 물어볼 때 답할 수 있어야 하죠. 수시로 책을 읽고, 어떤 책을 들일지 정하고, 고객에게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어떤 서점을 열어도 반짝하고 끝이니까요.

멋진 디자인의 세런디피티78.

리: 지역서점, 동네서점으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김영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울적해서 혼자 오는 분들도 꽤 많거든요. 답답하고 말벗이 필요한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될 때 정말 행복해요. 의미 없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제가 건넨 책을 가지고 행복한 표정으로 서점을 나설 때 뿌듯함을 느끼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1년 정도 하면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것 같아요. 모임에 참여하며, 이런 공간이 없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희에게 기부도 해주시고 서점도 꾸며주시고 그러시죠. 그래서 항상 감사하단 생각으로 서점을 운영해요.


※ 해당 기사는 경기서점학교에서 후원하여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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