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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브라질에서 택시기사에게 사기를 당했다

내가 좀 모자란 것도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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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브라질에 가면 택시기사를 조심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웬만하면 우버를 타라고. 그래서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택시들의 유혹에도 꾸역꾸역 우버 앱을 깔아서 드라이버와 연결되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드라이버들이 거의 도착한 상태에서 취소를 해버리는 상황이 5번 연달아 발생했다(이것도 일종의 수법이 아닐까 싶다).


우버에서는 드라이버가 취소를 하면 끊임없이 자동으로 다른 드라이버와 연결이 된다. 그런데 5번 바람을 맞은 후 20분을 기다려야 도착하는 드라이버와 매칭이 되니 결국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콜 취소 버튼을 눌러 취소 수수료까지 지불한 후 우버를 내 폰에서 삭제해 버렸다. 우버 앱과 이런 씨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니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사실 택시가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할까 싶었다, 혼자 그렇게 멀리 다닐 것도 아닌데.



근데 정말 위험했다

1. (상냥한 게 뭐가 죄겠냐만은) 택시 기사가 너무 상냥했다.


리우 빵산(Sugar Loaf Mountain) 케이블카 타는 곳 앞엔 수많은 택시가 대기했다. 그중 하나에 타서 일부러 빵산과 가깝지만 걷기에는 조금 먼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최대한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내가 생각해놓은 코스였다. 택시 기사는 해맑게 인사하더니 언제 브라질에 왔냐며 친절하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찍은 리우 빵산 사진.

2. 다른 행선지를 추천했다.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택시는 군말 없이 출발했다. 그러곤 갑자기 리우에 언제 왔냐며, 처음이냐며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하더니 뜬금없이 아쿠아리움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쿠아리움에 환장한다. 어딜 가나 아쿠아리움은 필수 코스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원천이었다.


사실 포르투갈어를 잘하지 못해서 아쿠아리움에 관한 이야기인 줄 몰랐는데 핸드폰까지 꺼내서 그 아쿠아리움에 있는 여러 생물체를 보여주며 여기 지금 반값 할인한다고, 여기 가고 싶지 않냐며 나를 유혹했다. 당연히 내가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가자고 했으니 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서 추천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아쿠아리움에 가자고 행선지를 바꾸었다.


3. 예수상에는 이미 다녀왔는지 물어보았다.


아쿠아리움으로 향할 때 갑자기 예수상에는 올라가 봤는지 물어봤다. 이 질문은 이분에게만 들은 것이 아니고 리우에서 총 세 번 택시를 타면서 매번 들었던 질문이다. 단골 질문이며 기사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물어보는 것인지 모르니 무조건 가봤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리우에 놀러 간 것이 아니라 회사 연수 때문에 간 것이었고, 마지막 날이었던 그날만 관광할 시간이 생겨 예수상은 포기했던 터였다. 매우 솔직하게 안 가봤다고 했다. 그러더니 앗,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예수상은 꼭 보러 가야 한다! 며 예수상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저렇게 흔쾌히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택시가 통상 가는 곳인 줄 알고 알았다고 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4. 예수상은 절대로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는 안 된다. 트램이 다닌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예수상은 산꼭대기에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산꼭대기에 있었다. 한참을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길은 끝이 없었고 옆을 돌아보니 사람들을 태운 트램이 다녔다. 이때부터 아차 싶었다. 미터기는 계속 올라가는데 이미 중턱까지 온 마당에 갑자기 내려가자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방금 봤던 그 트램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트램인지도 알 수 없었다(나중에 찾아봤더니 산 아래에 트램 매표소와 정류장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5. 택시 기사는 온갖 주요 관광지 팸플릿과 그림을 들고 다닌다. 거의 투어 가이드 수준이다.


택시 기사가 팸플릿을 꺼내어 들더니 어떤 전망대를 가리켰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그곳으로 가겠다는 것 같아서 알았다고 했다. 나중에 전망대에 도착해서 알고 보니 예수상까지 가면 운영 시간 때문에 아쿠아리움까지 갈 시간이 되지 않으니 전망대까지만 가겠다는 뜻이었다. 끝까지 가길 원하냐고 나에게 의사를 물어보긴 했는데 이미 거기까지도 돈이 많이 들었고 예수상까지는 한참 더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전망대에서 보였던 예수상.

6. 관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당연히 미터기는 중단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빛의 속도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더니 그는 벌써 다 봤냐며 당황해했다.


7. 미터기가 고장 났다며 리셋을 시켜버린다.


전망대에서 기다리는 시간 단축 및 하산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내려와서 다행히 생각만큼 요금이 들지 않겠다 싶어 안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기사가 ‘엇 이게 왜 이러지?’라며 미터기를 리셋시켜버리는 것이다. 전망대에서부터 미터기가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미터기 숫자가 0이 된 상태에서 나한테 산꼭대기에서 요금이 얼마였는지 물어보았다. 대충 기억했던 요금을 말했는데 그럼 그 금액에서 두 배를 하면 최종 요금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하산은 더 빨리 했어서 그렇게 하면 원래 미터기에 찍혀있었던 요금보다 커지니까 어이가 없었지만 큰 소리내기 두려워서 수긍했다.


8. 카드 리더기에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 결국 불안해서 현금으로 결제했다.


알고 보니 아쿠아리움은 코파카바나와 정반대, 즉 오히려 내가 묵던 숙소와 가까운 시내 쪽에 있었다. 애당초 그는 나의 원래 행선지와 가까웠던 곳에 가려고 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쿠아리움 앞에서 내릴 때쯤 카드로 결제할 건지 현금으로 결제할 건지 물어봤다.


카드로 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리더기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하더니 0을 하나 더 붙인 금액으로 결제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한국 카드사에서도 전화가 왔고, 택시기사에게 얼른 결제 취소 요청을 하고 불안해서 결국 그냥 현금으로 결제했다. 내려서 보니 택시를 탄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덧붙이자면 아쿠아리움 입장료는 어느 나라 국민인지에 따라 상이한데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금액은 할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엔 또 다른 택시기사들이 대기했다.

그 와중에도 아쿠아리움 관람은 정말 즐거웠다(…)



내가 좀 모자란 것도 사실이나

이쯤 되면 ‘글쓴이가 어디가 좀 모자라는구나’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좀 모자란 것도 사실이나


  1. 관광을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어서 정말 알아봤던 정보가 없었고,
  2. 이렇게까지 사태가 진행될 줄 상상도 못 했으며,
  3. 덩치 큰 원주민 남자와 단둘이 택시 안에 있어 보니 나중엔 그저 해코지당하지 않고 무사히 상황을 넘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저 사람에게 항의하면 머나먼 타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억울한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사실 지금도 저 정도로만 끝나서 정말 다행이지 싶다.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내 일이 되어 정말 한 순간에 훅 들어왔다. 아마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이없게도 지금까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그냥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갈 거라고 처음부터 단호하게 말할걸’이 아니라 ‘전망대까지 올라간 김에 예수상까지 가보자고 할걸’이다. 멀리서만 바라본 예수상의 위용에 매료되어서였을까. 어느새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 상황을 즐기고 있었나 보다.


원문: 상추꽃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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