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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Vs. 쌕쌕, 특이점이 온 알맹이 음료들

조회수 2019. 8. 1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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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도 있어! 알알이를 기억해줘!

콜라에 코크와 펩시가 있다면 한국음료에는 해태와 롯데가 있다

숙명의 라이벌이 역사를 만든다. 해태음료와 롯데칠성은 음료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붙은 그룹이다. 음료에서도, 과자에서도, 야구에서도 해태와 롯데는 명승부를 벌였다. 심지어 IMF의 직격을 맞고 부도가 난 해태는 그 와중에서도 롯데가 행사를 하면 사은품을 뿌리기도 했다고 하니까.


해태와 롯데의 명승부 중에 가장 오랫동안 치열하게 붙은 음료가 무엇일까? 바로 알맹이 음료 ‘봉봉’과 ‘쌕쌕’이다. 음료 안에 과육을 넣은 두 음료는 한국 주스의 특이점을 만든다. 오늘 마시즘은 알맹이 음료의 역사를 만든 봉봉과 쌕쌕의 이야기다. 근데 나는 뭐를 더 좋아했더라?



봉봉과 쌕쌕, 알맹이 음료의 원조는?

음료를 씹는 맛으로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논쟁이 있다. 알맹이 음료의 양대 산맥인 봉봉과 쌕쌕 중 무엇이 원조냐는 것이다. 1980년 출시된 롯데칠성의 ‘쌕쌕 오렌지’가 먼저다. ‘쌕(Sac)’은 오렌지 안에 든 세그먼트(Segment)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알맹이의 이름이다. 롯데칠성은 벼에서 이삭을 털듯 1,700여 개의 쌕을 수확해 오렌지 주스에 넣었다(가장 최근에 세어본 기사에서는 478개였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로 승부한다.

1981년에 출시된 ‘포도 봉봉’은 포도알을 모아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는 수고를 더했다(진짜 포도알이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몽글몽글한 식감과 봉봉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 출시는 늦었지만 상표등록은 ‘쌕쌕 오렌지’보다 빨랐다고.


하지만 따져보면 1978년에 펭귄 종합식품(줄여서 펭귄)에서 나온 ‘알알이’가 최초의 알맹이 음료라는 것. 하지만 펭귄은 통조림을 주력으로 만들던 회사라서 그런지. 당시 브랜딩이나 광고보다 당장의 영업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기록에 남은 것이 많지 않다. 그렇다. 흑역사가 될지언정 열심히 기록하고 널리 알려야 우리 존재를 기억해준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오렌지 봉봉과 쌕쌕 포도의 고충

1980년, 1981년 연년생 터울로 세상에 나온 쌕쌕과 봉봉은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다. 두 음료는 알맹이 음료의 일반명사였다. 오렌지 과육이 든 음료는 그냥 ‘쌕쌕’으로 불렸고, 포도 알맹이가 들어 있으면 ‘봉봉’이라고 불렸다. 문제는 ‘쌕쌕’이라고 불리는 ‘오렌지 봉봉’과 ‘봉봉’이라고 불리는 ‘쌕쌕 포도’가 있다는 것.
오렌지 봉봉의 경우는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한국음료가 되었다.

특히 후발주자였던 봉봉은 오렌지 계에서 ‘쌕쌕 오렌지’를 제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먼저 미국물을 먹은(?) 오렌지임을 강조하기 위해 ‘썬키스트 오렌지’로 오렌지 봉봉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파인애플 봉봉과 함께 3개의 봉봉 세트를 함께 홍보하기도 했다. 쌕을 3,000개나 넣었다고 홍보를 했지만 경고를 먹기도 했다. 그 정도는 셀 수가 없다고(…)


쌕쌕 포도는 거의 사이드킥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사실 음료의 구성이 봉봉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서로를 카피하던 두 음료는 서로의 영역을 대체하진 못한다(쌕쌕 포도는 여전히 판매된다고). 특히 오렌지 봉봉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템으로 남았다.



이것이 씹는 맛이다 코코팜의 탄생

1995년 3월, 봉봉과 쌕쌕의 어깨를 나란히 할 음료가 출시된다. 해태음료의 ‘코코팜’이다. 코코넛 젤리를 과일주스에 담은 코코팜은 출시와 함께 독특한 인기를 얻었다. 알맹이가 망가지지 않고 탱글탱글한 것. 그리고 컵에 따르면 적당한 곳에 떠있는 놀라운 무게 균형까지.


당시 코코팜은 천연 코코넛 수분과 섬유질, 미네랄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홍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코코팜은 코코넛 음료의 기준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젤리가 든 포도주스였을 텐데. 코코팜 덕분에 사람들은 무인도에서 코코넛 열매를 따 먹으면 새콤달콤할 것이라 착각을 하기도(이 기대는 지코가 박살 내줬다).


봉봉, 쌕쌕, 코코팜, 갈아만든 배, 사각사각 배, 여기에 알로에 주스나 비락식혜까지(…) 한국음료는 씹는 맛이 일품이 되었다. 때문에 캔이나 병 하단에 ‘흔들어 드세요’라는 문구가 필수처럼 들어갔(고 아무도 읽지 않았)다.



그 시절 알맹이 음료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국가대표 알맹이 음료 삼대장이다!

봉봉과 쌕쌕의 특이점은 한국에서만 멈춘 게 아니다. 한국의 과일주스에 든 과육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시장에서 독특하게 여겨졌다. 일찍이 1997년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를 비롯해 음료들을 수출했고. 쌕쌕 오렌지는 3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롯데칠성 음료들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음료가 되었다. 물론 러시아에서 밀키스와 레쓰비가 히트를 치기 전의 이야기지만.


포도 봉봉 역시 외국인들에게 미식 혹은 괴식을 달리는 독특한 음료다. ‘굳이 포도 주스에 포도 알맹이를 왜 넣냐’라는 의문이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식혜에도 쌀알 띄워 먹는다고요!


한국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CU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린 과즙음료 중 하나가 포도 봉봉이었다. 반면 쌕쌕은 지난해부터 코코넛 젤리로 전면 리뉴얼된 것이 함정. 예전의 오렌지 알이 톡톡 하는 느낌은 조만간 추억 속에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왜 쌕쌕이 코코팜이 되어버린 거니.

음료계의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 아니겠습니까

매일 같이 찾는 음료는 아니지만,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인 음료가 되었다. 한국음료에 씹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만든 봉봉, 쌕쌕, 코코팜. 오늘 우리가 마실 음료는 무엇이 될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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