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토니 스타크가 피터 파커에게 선사한 선물, 그리고 증강현실

조회수 2019. 7. 16.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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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이후의 피터 파커와 토니의 부재
※ 이 글에는 많든 적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2019년 4월 24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국내 박스오피스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이후 영화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누적 관객 수(2019년 7월 기준 약 1,121만 명)를 뛰어넘었으며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마저도 침몰시키며 엄청난 기록을 써 내려갔다.


〈엔드게임〉의 누적 관객 수는 2019년 7월 5일 기준으로 약 1,392만 명이었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또 다른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엔드게임〉으로부터 이어진 마블의 바통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파 프롬 홈)에 전해졌다.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의 솔로 무비 2번째이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3번째 영화다.



〈엔드게임〉 이후의 세상을 맞이한 피터 파커, 그리고 토니의 부재

거두절미하고 작품으로 들어가 보자. 스파이더맨이자 피터 파커(톰 홀랜드)에게 타노스(조시 브롤린)는 무시무시한 존재였을 것이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리며 괴력을 발휘한 것이니 이는 스파이더맨을 포함해 어벤져스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노스의 절대적인 파워 앞에서 그 누구보다 진중했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에도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거움이 있었다.


피터 파커에게 토니 스타크는 어쩌면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둘을 잇는 관계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만큼 끈끈하고 탄탄했다. (유일하게) 나노 슈트를 선물하거나 어벤져스의 합류를 권하는 장면, 언제나 뒤에서 보듬어 주고 때론 잔소리하지만 진심에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주는 장면 등을 보면 스파이더맨의 강한 면모를 분명히 인정하지만 10대 소년의 서툴고 미숙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호해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이번 작품 〈파 프롬 홈〉에 토니 스타크는 없다. 그의 잔향과 잔상만 남았을 뿐. 피터에게도 토니의 팬들에게도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강력한 빌런들과 맞서는 슈퍼히어로보다 이웃을 위한 평범한 친구로 남기 원하는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슈트를 벗어던진 채 짐을 챙겨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베니스. 온전히 학생의 신분이자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16살 소년으로 돌아가 버린 피터는 MJ(젠다야 콜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한다.


평범하면서도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던 여행이지만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엘리멘탈 크리쳐스라는 빌런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위험에 빠진다. 위기에 처한 베니스 일대와 피터 파커의 친구들 앞에 이 빌런을 가로막는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가 등장하며 종횡무진 활약한다.


한편 엘리멘탈 크리쳐스가 다시 한번 나타날 것이라며 쉴드의 퓨리 국장과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의 합류를 적극 권한다. 지구의 핵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엘리멘탈 크리쳐스, 과연 스파이더맨과 미스테리오는 이를 무찌를 수 있을까?

미스테리오와 스파이더맨

지난 작품의 부제는 ‘홈커밍’이었고 이번 작품의 부제는 ‘파 프롬 홈’인 것처럼, 지금까지 스파이더맨이 활약했던 뉴욕이라는 주요 배경을 벗어나 이탈리아 베니스부터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론 뉴욕의 마천루를 자유롭게, 역동적으로 날아다녔던 기존의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이 마치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듯 액션과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 이번 작품은 다소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럼에도 기존과 색다른 유러피안 느낌이 곳곳에 존재했고 스파이디의 유연한 활약과 조연들의 재치는 여전했기에 ‘역시 마블’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피터에게 토니는 매우 큰 존재다. 포스트 아이언맨에 대한 질문도, 차세대 (마블) 히어로라는 부담도 피터의 어깨를 지속적으로 짓누른다. 쉴드의 퓨리 국장(사무엘 L 잭슨) 역시 “우주에도 다녀오지 않았느냐”며 마치 자기 아들에게 채찍질하듯 다그친다.

퓨리 국장과 마리아 힐

앞서 토니의 잔향이 남았다고 한 것처럼 피터에게 토니는 각별하다. 토니에게 피터의 존재 또한 그랬을 터. 이번 작품에서도 토니의 모습을 짙게 겹쳐 피터가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욱 강하게 표현했다. 


아이언맨이 마블 역사의 기록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존재했던 해피(존 파브로)는 피터의 마음을 뼛속까지 이해하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만큼 토니와 오래 했던 파트너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단 두 편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스파이더맨〉에 얼굴을 비췄던 건지도 모르겠다.


빌런과 본격적인 대결을 준비하는 피터. 피터가 토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는 나름 강하게 이겨내려고 하지만 피터가 자신의 슈트를 맞출 땐 토니의 모습을 회상했는지 울컥하는 모습도 짧게나마 그려진다. 하이라이트로 진입하면서 BGM 하나가 등장하는데 영화 〈아이언맨〉을 봤다면 굉장히 익숙할 법하다. 개인적으론 꽤 반가웠다.

저도 레드 제플린 좋아해요.
하지만 이 BGM의 주인공은 호주의 전설적인 밴드 ‘AC/DC’이며 곡명은 ‘Back in Black’이다. 토니와 피터, 그 둘의 속마음과 감정은 동일 선상에 있지만 ‘나이(age)’에는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격차가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음악을 틀어주던 해피는 토니의 모습을 회상하며 피터에게 자신을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토니가 피터를 선택한 것에 대한 ‘확신’은 불변의 진리, 결과적으로 이를 번복할 수도 없게 된 셈. 그것은 스파이더맨의 숙명과도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첨단 테크놀로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브랜드 태그를 달고 우리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작품은 마블 팬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히어로의 놀라운 능력과 화려한 볼거리, 기상천외한 플롯 모두 흠잡을 곳 없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눈여겨봤던 것은 역시 첨단 테크놀로지. 〈파 프롬 홈〉에 등장하는 기술도 꽤 다양한 편이다.


마블의 영화들이 그랬듯 이번에도 홀로그램 입체영상이 등장한다. 더불어 드론과 증강현실, 인공지능, 나노 테크놀로지, 3D 프린팅 기술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기술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 중 가장 주목해볼 만한 기술은 바로 증강현실(AR)이다.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며 피터 파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윙 슈트의 기능을 하는 스파이더맨의 슈트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은 사실 마블 시리즈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언맨이라는 존재 자체가 토니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며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나 프라이데이, 스파이더맨의 슈트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벤져스에 공헌한 노력과 영향력은 매우 지대하다.


〈파 프롬 홈〉을 봤다면 토니 스타크가 착용했던 액세서리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다름 아닌 평범한 선글라스. 보는 이의 감성과 느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엔틱해 보일 수도 있고 멋스러울 수 있으며 달리 보면 촌스러울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평범함을 뛰어넘는 첨단 장비이며 수십억 대에 이르는 가치가 존재한다. 선글라스의 렌즈는 증강현실이 작용하는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과 소통이 가능한 첨단 장비로 서버와 연결되어 착용한 사람의 임무를 돕는다.


잘 알다시피 토니 스타크가 구축한 인공지능 자비스와 프라이데이가 등장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이디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이디스(EDITH)는 ‘Even Dead, I’m the hero(죽어도 나는 히어로)’의 머리말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토니 스타크의 재치가 돋보인다. 극 중에서는 이디스가 다른 사람이 손에 쥔 디바이스를 해킹까지 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더구나 위성과 연결되어 GPS 송수신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방어 체계를 수립하는 등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궁극적인 의미는 실존 현실에 기반해 정보를 추가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눈앞에서 목격하는 피사체 혹은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또는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정보를 원할 때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아이언맨은 이미 증강현실 기술도 슈트에 탑재했던 것이다.

2016년 7월 출시된 나이언틱(Niantic)의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는 증강현실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구글에서도 구글 글라스(Google Glasses)라는 이름의 AR 전용 안경을 발표하기도 했다. 〈파 프롬 홈〉에서는 선글라스였다면 현실에서는 일반적인 안경의 모습인 것인 셈이다. 길을 걸으면 지도가 보이며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면 날씨 정보가 노출된다는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상용화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모바일에 익숙한 수많은 사람에게 구글 글라스가 과연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만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구글 글라스가 누군가를 찍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슈도 거스를 수 없었다. 무엇보다 꽤 높은 가격이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역시 꽤 높은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산업 분야에서는 제품을 스캔하고 바코드를 읽어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AR 글라스에 대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나 웨어러블 등 개인적인 활용이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미래형 작업 도구’로 변모하고 자리한다는 것. 이처럼 일반보다 산업 분야에 접목하도록 보완한다면 증강현실의 잠재력은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이 등장했다. 셀 수도 없는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녔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가상현실과 입체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디스라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기능 역시 목소리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마블의 작품에서는 어떠한 테크놀로지가 등장할까?


늘 그렇듯 마블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숨겨진 쿠키 영상의 짧은 ‘찰나’도 굵직한 임팩트와 메시지가 담겨 마블의 팬들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유발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쿠키의 힘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토니 스타크의 빈자리는 매우 아쉽지만 포스트 아이언맨이라는 거대한 자격과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 스파이더맨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원문: Pen 잡은 루이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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