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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저 진짜 하나만 물어볼게요, 도대체 왜 스포일러를 하시는 거예요?”

재미있지 않으면 저런 경고문도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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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침묵을 부탁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편지

출처스타뉴스

프랑스 칸에 도착한 각국의 기자들에게 봉준호 감독의 편지가 도착했다.

여러분께서 영화 〈기생충〉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 영화감독 봉준호

그렇다. 그 편지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기사 내에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부탁하고자 보낸 것이었다.


아마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1999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식스 센스〉 상영관 앞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를 외치고 도망간 놈관객이 대한민국 영화 관객의 뇌리에 얼마나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말이다.

스포일러는 관객을 향한 테러 행위에 가깝다(…)

관객들은 초입에 스포일러 포함 여부를 기재하지 않은 영화 평론은 읽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서 영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소재나 키워드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관도 아니고 TV에서 방영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스포일러 주의’를 붙이기를 요구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감독도 편지를 보냈지만…

 저걸 보고서도 사람들은 스포일러를 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벤저스 #엔드게임 #결말ㅠㅠ 태그를 붙이고 스포일러를 올린다.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스포일러를 큰 소리로 말한다.



남극에서 살인사건까지 부른 스포일러


심지어 스포일러를 퍼뜨리는 수단조차 다양해지고 있다. 카톡은 애교다. 에어드랍 앱으로 같은 칸 지하철에 탄 아이폰 유저들에게 무작위로 스포일러를 뿌리는 사람들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제는 식당에서도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하고

애인 인성 수준을 스포일러 여부로 판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폰 유저들은 에어드랍 앱을 꼭 꺼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태에 놓일 수도 있다. 실제 〈어벤저스: 엔드게임〉 상영 당시 한 홍콩 극장 앞에서 일어난 일.

2018년에는 스포일러 때문에 살인미수 사건(!) 이 일어나기도 했다. 남극의 한 과학기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던 과학자는, 동료가 책을 읽으면 옆에서 결말을 줄줄 불어버리는 악취미가 있었다.


남극은 무척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독서를 무척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학자가 스포일러를 말하고 다니자, 다른 과학자가 부엌칼로 그를 찔러버리고 만 것이다.

뉴스까지 난 진짜다(…)

스포일러가 더 짜증 나는 이유: 재밌는 영화와 소설을 보는 맛을 다 망치기 때문


도대체, 왜, 사람들은 스포일러를 하는 걸까. 엄청난 스포일러 테러로 주변을 초토화한 적 있는 친구에게 최후변론스포일러를 하는 심리적 기제를 들어봤다.

재밌잖아요^^

그는 그렇게 죽었다고 한다…(아님) 하지만 스포일러 테러를 일삼는 심리가 저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 스포일러가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1. 기대작이다.

2. 강렬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을 가지고 있다.

3. 촘촘하게 쌓아 놓은 예리하고 정교한 이야기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은 1, 2번은 잘 안다. 하지만 종종 3번은 간과하고 만다. 왜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어하는가? 그것은 그 작품이 매우 재미있고 훌륭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아무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도 관객들이 주목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당신이 스포일러에 대해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작품일수록, 그 작품의 재미는 거의 보증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최근 영미권에서는 새로운 ‘스포일러 주의’ 작품이 떠오르고 있다. 스릴러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에 맞먹는 엔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마존 16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소설 『사일런트 페이션트』다.

이 작품을 다루는 외국 기사에서는 아예 대문짝만 하게 ‘스포일러 주의’라고 걸어 놓았다(…)

첫 소설로 아마존 1위, 브래드 피트의 영화화를 이끈 엄청난 반전


『사일런트 페이션트』에 등장하는 아내는 남편을 죽인다. 5발의 총을 얼굴에 쏴서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영화 속 커플처럼 관계가 좋은 부부였다. 남편은 보그 사진작가, 아내는 유명 화가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을 죽인 후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단순한 묵비권 행사를 넘어, 누구에게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무려 6년이나.

그녀의 마음을 열게 한 이는 심리상담사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여자에게 말 대신 붓을 내민다. 그리고 그녀는 말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 안에 모든 진실이 담겨있다는 듯. 하지만 모두에게 미친년 취급을 받던 그녀의 그림에, 다른 환자는 페인트로 “쌍년”이라고 써버린다. 그리고 그녀는 환자의 눈에 붓을 꽂아버리며 보복한다.


남편을 죽인 데다가 이제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제야 그녀는 심리상담사에게 입을 연다. 자신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좇을수록 진실은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심리상담사의 추적 이후 이어지는 충격적 반전은 이 소설을 아마존 16주 1위,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영화 판권을 사도록 만들었다.

그 제작사는 전 부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 만들었다(…) 대표작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노예 12년〉.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지만, 사실 그는 15년간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한 베테랑이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슬럼프에 빠진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꿈꾸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정교한 스릴러 소설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다음부터는 당신도 아는 이야기다. 출간과 동시에 16주 연속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PEOPLE지와 TIME지의 주목을 받으며 전 세계 42개국에 판권 팔아 치우기,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제작 예정. 하지만 이 화려한 수식어만큼 이 소설의 재미를 보증해주는 커다란 경고문이 있다.

스포일러 주의.

‘사일런트 페이션트’만 쳐도 구글에 스포일러가 쏟아져 나온다.

생각해 보라. 재미있지 않은 소설에는 저런 경고문도 붙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결말을 궁금해하지 않을 테니까.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한 번 더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


〈식스 센스〉는 스포일러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져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는 문장 하나로 평가절하 당하는 영화이지만, 귀신인 걸 알고 보면 첫 번째 관람에서 놓쳤던 새로운 매력이 보인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복선을 쌓았는지,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어떻게 이중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웰메이드 호러 영화로서 얼마나 아름답고 온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그럼에도, 가장 각별하게 ‘스포일러 주의’가 필요한 스토리 장치는 뭐니 뭐니 해도 반전이다. 한 번 더 보면 충격은 어쩔 수 없이 반절, 혹은 그 이하 정도로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보자. 다시 한번 극장에 들어가고, 다시 한번 책장을 펼쳐 읽어보자. 그때 다가오는 것은 충격에 가려져 있던 새로운 매력이다. 충격을 충격적으로 만들기 위해 쌓아 올린 소설적 디테일, 등장인물 마음속을 휘젓는 드라마, 그리고 감독 혹은 작가가 꼭 전하고 싶어 하던 인간적 메시지가 거기에 있다.


이 책 『사일런트 페이션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2번 읽어 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한 번은 손에 땀을 쥐며 누가 죽였는지 판단하는 추리게임으로, 한 번은 각 등장인물의 마음속 지옥을 찾아내는 문학적 독서로. 어느 쪽이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인물소개
  • by. 쩡찌
    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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