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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과 출판의 부활: 출판사는 직원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조회수 2019. 5. 29.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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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일하는 것이 즐겁게 노는 일이다.
출처: 텀블벅
2018년에만 텀블벅을 통해 약 700권의 신간이 탄생했고, 2019년 5월까지 출판 분야 성공 프로젝트는 누적 1900건을 돌파했다. 20만 명가량이 110억 원을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에 후원했으며, 전체 프로젝트들의 평균 성사율은 63%이지만 출판 프로젝트의 평균 성사율은 70%로 좀 더 높은 편이다.

텀블벅에서 일어나는 일과 좋은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들을 들여다보면 북 펀딩이 성공하는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다. 환경과 상생에 가치를 두는 ‘마더그라운드 스니커즈’와 낙태죄 폐지를 이야기한 ‘세탁소의 여자들’ 웹 시리즈는 콘텐츠·제품 생산을 위한 실질적인 자금을 확보했고, 인문학 책방 ‘풀무질’ 살리기에 나선 두루미 출판사의 진솔한 이야기와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메시지가 확산되었다. 세월과 문화를 담아낸 ‘바람.체’ 제작 프로젝트와 같은 오래 걸어온 길의 지속가능성이 힘을 얻었고, 생리컵 초심자를 위한 ‘이브컵’ 등 세상에 꼭 필요할 것이라 여긴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텀블벅에는 단순히 가성비를 따지거나 소유를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시도를 귀하게 여기고 가치 소비와 취향 투자에 공감하는 100만 명이 모여 있다. 그렇기에 문화, 예술,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은 자연스럽게 높은 달성률을 보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1인출판과 독립출판에도 열려 있는 공평한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브랜드 이름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은 없으며, 자본이 부족해서 노출 기회를 잃거나 규모가 큰 회사가 무조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른 요소들에 비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유료광고로 운영되는 구좌 없이, 후원자들에게 주목받았거나 내부 큐레이션에 의해 선정된 프로젝트들이 우선 노출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획 의도와 스토리에 공감하면 응집력이 강해지는 경향 덕분이다.

《기획회의》 488호(2019. 5. 20)의 특집 “출판의 새로운 기회, 크라우드 펀딩”에 주소은 텀블벅 프로젝트팀 에디터가 쓴 「출판사들은 왜 텀블벅으로 모일까」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도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로 텀블벅 펀딩에 참여해보니 크라우드펀딩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이 책은 출판이 아니라 TRPG로 펀딩했지만 말이다).


텀블벅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지 않고 창작자를 지원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런 제도가 만약에 20년 전에도 있었다면 나는 바로 출판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매력적인 시스템이라는 이야기다. 출판의 관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이라는 책도 최근에 출간됐다. 저자인 김귀현은 카카오의 플랫폼 운영자라서 현장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이다.

어제 직원이 한 출판인이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한 문화센터의 1인 출판 창업 과정 수강료가 고액임에도 15명 정도의 수강생은 등록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강좌에 최근의 출판 시스템이 갖는 의미를 특강으로 제대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왜 없겠는가! 출판계에 선수는 많다. 구태여 그런 일에 나서지 않을 뿐이리라!


그 출판인은 나를 끌어들이려 했단다. 하지만 나는 2017년에 출판평론가로서는 은퇴를 결심했다. 이후 누가 나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음해해 1년 동안은 부르는 곳에는 무조건 달려가는 바람에 그 결심이 잠시 유보되었다. 하지만 올해 1월에 20년 동안 일간지에 쓴 칼럼을 모은 『책으로 만나는 21세기』를 펴내면서 책에서 은퇴를 말이 아닌 글로 공식화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이런 선언쯤은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요즘이 편하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되도록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하지만 어제는 결심을 스스로 어겼다. 3만 부쯤 발행한다는 한 매체에서 “독자와 작가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를 주제로 출판의 관점에서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마감일이 어제였다.


잊고 있다가 어제가 마감인 줄 알고 오후에 쓰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관심사니 오후에 시작해 간간히 딴짓도 해가면서 200자 원고지 32매의 원고를 완성하고 퇴근했다. 직원은 승용차로 나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속으로 다시 한번 나서봐,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접었다. 정말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 만나는 출판인마다 무엇을 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제 출판사를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그러나 나는 이제야말로 좋은 시대라고 본다.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와 작가와 출판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오랫동안 무너졌던 읽기와 쓰기의 연동 시스템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부활했다.

출처: 텀블벅
‘북 펀딩의 확장, 출판계 새로운 기회로’

이제 누구나 작가(저자)가 되고 출판사를 창업할 수 있는 시대다. 1인 출판사와 독립출판도 크게 늘어났다. 너무 늘어나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지만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는 사람에게는 신천지가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두에 인용한 주소은 에디터의 글에는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노하우가 많다. 그는 “1인출판과 독립출판에도 열려 있는 공평한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맞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아닌가! 능력 있는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지만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암흑 같은 세상이 오는 것이리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면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는 직접 글부터 써보아야 한다. 실력 있는 에디터를 고용해 노동을 착취해가면서 이익을 추구하다가는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고용되려는 능력 있는 에디터도 없다. 이미 부동산과 자식만 챙기던 출판인들이 급격하게 몰락했다.


나는 출판사가 직원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 즐겁게 노는 일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설레는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치 사육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회사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려 노력한다. 아직은 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곧 그런 일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편집자는 많은 조력자를 확보해야 한다. 저자나 스카우터(김민섭 작가 같은)와의 연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익을 공유하려는 자세부터 지녀야만 한다.

출처: 중앙일보

언젠가는 내가 조용히 빠져나가도 되는 출판사여야 한다. 내가 그런 마음을 비치면 아직은, 하고 나를 잡아채지만 머지않아 이제 놓아줄 테니 나는 당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보라고 나를 밖으로 밀어댈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죽기 전에 내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다 동백꽃처럼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이제 그림은 완전히 그려졌다. 그런데 다시 죽음의 늪에 들어가라고! 나는 정말로 그런 일이 싫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원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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