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억 까먹던 세탁특공대, 어떻게 흑자 전환하며 업계 1위가 됐나: 세탁특공대 예상욱·남궁진아 대표 인터뷰

조회수 2020. 9. 16.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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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으로 2억 적자 메꾸고 흑자 달성한 방법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연인 관계로 아는데, 두 분 헤어지시면 회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예상욱(세탁특공대 男대표): 그래서 주주 간 계약서가 곧 혼인신고서로 업데이트됩니다…


남궁진아(세탁특공대 女대표): 지분과 함께 무덤까지 함께해…

둘의 풋풋한 5년 전 모습
지금은 둘 다 스타트업 5년에 개찌들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리: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습니까?


예상욱: 제가 아는 형이 하는 ‘와라와라’라는 술집에서 일했어요. 근데 사장님 입장에서 가장 매출을 높이는 테이블이, 헌팅해서 합석하는 테이블이에요. 보통 “음식 치워주시고요, 메뉴판 주세요!”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남녀를 엮는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술집에 팔자, 할인 쿠폰 뿌리자…! 이렇게 생각한 거죠. 그렇게 광고 하나 없이 회원 2,000명을 금방 모았어요.


리: 와… 엄청 잘됐네요.


예상욱: 아니오. 바로 접었어요. 남자가 99%였거든요.


리: ……


예상욱: 여자 회원 모으려고 앱 마케팅도 하고, 길에서 탈 쓰고 춤추고… 하지만 진성 유저는 없었죠. 그래서 ‘이제 잘하는 팀에 가서 배우자’고 생각했고, ‘나인플라바’라는 회사에 조인했어요. 그 회사가 당시 다음, 오렌지팜 등에서 투자도 받았거든요. 이 돈을 쓰면서 어떻게 사업을 잘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궁진아: 저희가 ‘T아카데미’라는 모바일 기획자 과정에서 만났어요. 그때 나인플라바 대표님이 저희를 되게 좋게 봐주셨어요. 오퍼를 주셔서 상욱이가 먼저 들어갔고, 저는 나중에 합류했어요.


리: 님은 왜 늦게 갔어요?


남궁진아: 제가 그때 게임회사에 다녔는데… 아무튼 그냥 이상했어요. 월급도 현금봉투에 담아주고… 그 월급이 20만 원이었고…


예상욱: 웃겼던 게, 그 대표가 20만 원에 5만 원 더 얹어줬다고 주는데, 얘가 그걸 “감사합니다” 이러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

이력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설레는 시기였다(물론 이 풋풋한 취준생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까지 지켰던 회사가 무너지다


리: …… 거기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었나요?


예상욱: 위패스라는 서비스였는데 ‘스마트폰으로 적립 카드를 만든다’는 개념이었죠. 커피숍에 가면 영수증이 출력되잖아요. 그 영수증에 QR코드를 같이 내보내고, 그걸 찍으면 적립이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리: QR코드 한국인들 엄청 안 쓰잖아요.


남궁진아: 저희도 똑같았어요. 그 QR을 찍게 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보통 카드 긁으면 “영수증 버려주세요” 이러잖아요. 점주님들도 매번 “이거 적립되니까 영수증 받아가세요” 하기도 피곤하고…


예상욱: 게다가 사장님들한테도 이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사장님. 위패스 쓰면 DB도 쌓을 수 있고 리텐션이 높아져요!” 그러면 사장님은 “DB는 뭐고 리텐션이 뭐야?” 거기서부터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 하는 거죠. 더군다나 적립은 고객 니즈잖아요. 사장님들이 열심히 앱 깔라고 할 의지를 불러일으키기엔 부족했어요.

아이디어는 기가 막혔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리: 그래서 망했나요(…)


예상욱: 망했습니다. 돈 10억을 태웠죠.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이벤트, 영업 대행사 관리, 20대에 안 해본 게 없었죠.


남궁진아: 제가 처음에 들어갈 때 30명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장님 밑에 저랑 상욱이, 이렇게 셋이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다 찢어지게 됐죠.


리: 그래도 충성심 대단했네요. 끝까지 남아 있고…


남궁진아: 막판에 월급 못 받으면서도 계속 일했어요. 그러니까… 그때 게임회사에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도 계속 일하던 친구들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애정을 가지고 뭔가 서비스를 만든 거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쓰는 걸 봤고… 정말 뽕 맞은 것처럼 일했죠.


예상욱: 저는 월급 안 나오니까 개발 외주 받으면서 일했어요. 제가 개발자 출신이거든요. 나와서 진아랑 만나니까 딱 300만 원이 있는 거예요. 그 고생하고 남은 게 300만 원이니까, 너무 억울했죠. 그러면 이제와서 또 취업해야 하나, 사업을 하자…

두 번 망하고도 정신 못 차린 두 사람의 모습

멘토의 한 마디 “이건 사업이 아니다, 자기만족이 아닌 비즈니스에 집중해라”


리: 어떤 서비스를 생각하셨나요?


예상욱: 제가 축구 좋아하거든요. 조기축구를 나가면, 시간대별로 온갖 축구팀이 다 나와요. 조기축구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팀 랭킹 매겨주고 개인 스탯까지 관리해주면 락인되지 않을까? 그걸 한 6개월 만들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300만 원을 다 썼죠.


리: 6개월간 300만 원으로 살았다고요-_-?


남궁진아: 그때 그냥 각자 다 부모님 집 살 때고, 사무실은 정부 지원으로 무료로 썼고…


예상욱: 차비랑 밥값밖에 안 들었어요.

진짜로 이렇게 6개월 동안 살았다고 한다(…)

리: 정말 헝그리하게 살았군요…


예상욱: 출시하기 직전에 권도균 대표님의 ‘창업가들과의 저녁 식사’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권 대표님 만나서 “얘는 디자이너고 전 개발자다, 우리는 2명이서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렇게 어필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주셨는데, 저희 설명 한참 들으시더니, 딱 한 마디 하셨어요. “이건 사업이 아니다”라고.


남궁진아: 이건 사업이 아니다. 니들 지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근데 그 말이 딱 맞았거든요. 저희는 이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 집중했지. 돈을 벌고 돌아가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말 그대로, 그냥 자기만족을 위한 앱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말씀이 너무 와닿더라고요.


리: 뭐라고 했어요? “아닌데요? 사업인데요?” 그랬어요? ㅋㅋㅋ


남궁진아: 아니요. 저희는 ‘빠른 인정’이 장점이라… 맞는 말이니까 “네… 그렇죠” 바로 수긍하고 한번만 더 만나주실 수 있냐고… ㅋㅋㅋ. 그랬더니 이 아이템 계속 할 거면 두 번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욱: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어떻게 버는지 좀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업을 하고 싶으면, 그걸 좀 더 낫게 할 생각을 해봐라. 새로운 걸 만들 생각하지 말고 지금 돈을 버는 방식에서 조금 더 낫게 하는 방식을 찾아봐라. 예를 들면 배달의 민족은 치킨집이 전단을 나눠주는 걸 조금 더 편하게 한 거잖아요. 그래서 아이템을 찾아서 연락 드리겠다고 했죠.

배달의민족은 전단을 뿌리지 않아도 배달점 홍보를 가능하게 했다

리: 그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남궁진아: 온갖 아이템을 다 찾아봤어요. 권도균 대표님을 뵙고 “우리 아이디어 엄청 많아요. 청소, 세탁, 배달, 다 할 수 있어요… 이거 어떠세요? 이것도 있어요…” 그러니까 권 대표님이 청소는 이미 경쟁자가 있고 퀵은 돈이 너무 든다, 근데 세탁은 별로 없으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욱: 그래서 말했죠. “대표님, 솔직히 돈이 없습니다. 땡전 한 푼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리: ……


예상욱: 그러니까 막 웃으시면서 “출시하는 데 얼마 걸릴 것 같냐” 그러시기에…


남궁진아: 한 달이면 된다고 그랬어요. “이거 한 달이면 저희 앱 만들 수 있어요, 생활비로 200만 원만 주세요.” 했더니 막 웃으시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400만 원 넣어 주신 거예요.

그렇게 순식간에 사업자금이 생겼다

리: 와… 대인배…


예상욱: 빌려줄 테니까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거죠. 나중에 프라이머 통과하면 좋고, 통과 못 하면 갚거나 지분으로 바꿔줘, 이런 거였죠.


남궁진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돈을 묻어주신 거죠. 바로 그날부터 시작했어요. 1주일 만에 앱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1개월만에 출시했어요. 어쨌든 약속한 걸 지켰죠. 그걸 보시고서는, 정식으로 프라이머에 연결해 주셨고, 이기하 대표님 통해서 투자를 진행해 주셨어요.



출시 후 30억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다


리: 첫 투자는 얼마였어요?


남궁진아: 6,000만 원요. 그때부터 이기하 대표님이 저희를 엄청 트레이닝 시켰어요. 일단 매일 세탁소 수십 군데씩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라… 매일매일 숙제하듯 보고 드렸죠.


예상욱: 그러면서 대한민국 세탁의 문제점이 뭔지 계속 공부했죠. 세탁소 갈 시간이 없다 보니, 세탁물은 쌓이고, 정작 맡긴 다음에도 필요할 때 찾아오지 못해서 입지 못한다… 그러면 주문하면 바로 달려가서 세탁물을 받고, 다음 날 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자… 그게 세탁특공대의 시작이에요.

시작은 400만 원 빌린 것이었지만…

리: 세탁소 사장님들은 뭐래요?


남궁진아: 일단 젊은 사람들이 우리 업에 관심을 가져주네, 그거 자체가 쇼킹했대요. “젊은 애들이 세탁을 왜 해? 나는 자식한테도 안 물려주고 싶은데…” 그리고 이미 세탁소에 영업해주시는 분이 따로 있더라고요. 아파트에서 “세~~탁~~~” 하시는 분들 있죠? 저희가 하는 게 뭔가 새로운 액션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설득할 것도 없이 사장님들께서는 오히려 엄청 응원 많이 해주셨어요.


리: 그렇게 해서 대망의 출시…


남궁진아: 네. 그때 진짜 죽는 줄… 백오피스가 있었나? 주문 접수받으면 메일로 왔던 것 같은데…


예상욱: 아예 없었어요. 낮에 세탁물 수거 배달하고, 밤에 백오피스 만들고, 막 이랬던 거 같아요.


리: 직접 수거 배달하셨어요?


예상욱: 네. 그 49만 원짜리 50cc 오토바이 타고서 수거 배달했죠. 차로 하니까 사이즈가 안 나오더라고요. 강남만 엄청 돌았죠. 전단을 미친 듯이 뿌렸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오픈 2달 만에 프라이머랑 파트너분들이랑 3억을 추가로 꽂아주시더라고요.

3억 추가로 받고…

리: 이제 좀 살만해졌겠네요.


예상욱: 네, 근데 저희가 전단에 1만 원 할인 쿠폰 같은 걸 뿌리다 보니까 돈이 엄청 나갔죠. 온라인으로는 강남구 타깃팅이 쉽지 않았거든요.


리: 전단 효과는 좀 있었어요?


예상욱: 전단 업계도 되게 좁아요. 거의 독점이에요. 전단 업계의 큰손 분들께 맡기지 않으면, 이 큰손들이 자기들한테 맡기지 않은 건 돌면서 다 떼어내요. 나중에 친해져서 저희가 스타트업 업계에 다 소개시켜드렸죠. 항상 저희가 가진 리소스보다 주문이 더 많이 들어왔었고, 그걸 쳐내기 바빴죠.


리: 그래도 주문이 엄청나게 들어오다니, 신났겠네요.


예상욱: 덕택에 작년 1월에, 애드벤처라는 유럽펀드에서 30억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투자받는 과정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법적인 부분에서 한국회사에 투자하는 게 리스크가 크니 해외로 본사를 옮기라는 거예요. 서류 작업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렸어요.

30억까지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월 2억씩 적자 보는 회사가 되어 있었다


리: 왜 한국에서 투자 안 받으셨어요?


예상욱: 한국에서 투자하겠다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요.


남궁진아: 그때 없었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왜냐면 “O2O는 돈이 안 돼”란 생각이 팽배했고, 실제로 우리도 까먹고 있었으니까요.

출처: 세계파이낸스
O2O는 엄청나게 각광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홈조이는 450억 투자를 받고도 파산했다.

리: 그래도 돈 꽂히니까 신나셨겠군요.


남궁진아: 사실 그때부터가 진짜 지옥이었어요. 적자가 5천, 6천, 7천… 점차 늘더니 1억이 1억 5,000되고 작년 봄 성수기 되니까 막 2억? 정신 차리고 나니 이미 비상 상황이 된 거죠.


리: 왜 그렇게 갑자기 돈을 많이 쓰셔서;;;


예상욱: 품질은 지키고 싶었고, 시스템은 없었어요. 당시 일 세탁량이 1,500벌 정도 되는데, 그러면 정말 이걸 잘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죠. 근데 우리는 성장에 집착하다 보니, 다 사람이 몸빵해야 했어요. 파트타임까지 합치면 직원 수만 120명 정도였죠.


리: 네에에? 120명? 뭐가 그리 많이 필요해요?


예상욱: 세탁소에 파견된 인원만 30명 정도 됐어요. 익일배송을 하려면, 세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게 짧아요. 아침 6시 입고를 시키면, 오후 1시에는 물건이 나와야, 저희가 5시부터 배송할 수가 있거든요. 세탁하는 시간이 7시간 밖에 안 되는 거죠.


남궁진아: 세탁 자체는 가능한데, 검수하고 패킹이 안 되더라고요. 사장님도 바쁘시니까, 결국에는 저희가 세탁소에 직원을 파견하고, 직원들이 다 직접 검수하고 포장했어요. 근데 사장님께 드리는 돈은 그대로고, 우리 인건비만 늘어나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세탁소마다 파견되는 인력이, 최소 파트 타임 4명인데… 이 사람들은 종일 세탁소에 붙어 있고…

지옥을 회상하는 남궁진아 대표

리: 1명도 아니고 4명이나…


남궁진아: 세탁 품질이라는 게 사람이 들여다보면서 정성을 쏟아야 나오는 건데, 물량은 점점 늘고 당장 오늘 저녁에 배송해야 하고… 답답하니까 직접 나간 거예요. 나가서 “사장님, 이 바지 앞 주름 잡아주셔야 돼요!” “사장님, 이 얼룩 진짜 안 빠지나요…” 그러다 결국 포장까지 저희가 직접 다 하게 됐죠. 역대 매출을 계속 경신하는데, 적자 폭만 더 커지는 거예요. 사장님은 벤츠로 차 바꾸고(…) 우리는 월 2억씩 적자 보고…


예상욱: 그리고 우리는 고객 만족을 위해서, 세탁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무조건 우리가 책임졌어요. 사장님한테 빌고 싸우고 사정하고… 그걸 다 돈으로 때웠던 거죠.


리: 그렇게 해서 돈이 남아요?


예상욱: 안 남죠. 비즈니스 자체를 아예 몰랐던 것 같아요. 올해 5월이면 세탁특공대 시작한 지 딱 4년 채우는 건데요, 올해 3월 처음으로 흑자를 만들었어요. 4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죠.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70%였어요. 그때 당시 월 거래량이 한 4억 정도였는데, 매달 쓰는 돈이 2억을 넘었던 거죠. 돈을 땅바닥에 계속 버리던 상황이었어요.


남궁진아: 그때도 막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이런 쪽은 묻어놓고 갔던 거죠. 매년 2배 성장에 취해 있기도 했고…

고객들의 만족과 품질에 집착한 결과는 월 2억 적자였다

주주들에게 최후의 편지를 쓰다 “우리가 빚 보증 설 테니, 한 번만 돈을 빌려달라”


리: 자선사업도 아니고, 회사가 휘청거리는데…


예상욱: 돈보다 문제는 품질이었어요. 주문이 너무 늘어나니 품질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세탁소를 더 늘리자. 그러니까 또 품질은 좋아지는데, 세탁특공대의 접점도 끝없이 늘어나는 거예요. 100% 다음 날 배송하려 하니…


리: 그럴 땐 보통, 규모의 경제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공장 같은 데로 다 몰아버리는 것밖에 없지 않나요?


예상욱: 우선 공장은 저희랑 품질 기준치가 맞는 곳을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희도 거래량 늘면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충격 먹었던 게 작년 3~5월 거래량이 전년 대비 2배가 뛰었는데도 적자만 더 커졌어요. 비용구조 문제였던 거죠.


남궁진아: 그때 회사 상황에서 9월이면 현금이 바닥나게 됐어요. 그것도 겨우 3개월 전, 6월에서야 알게 됐죠. 그래서 주주분들에게 메일을 썼죠.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주주분들이 다 난리가 났죠.

지역이 늘어나며 잘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창업자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리: 애드벤처는 30억 꽂아준 지 6개월 만에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군요…


예상욱: 러시아에서 비행기 타고 바로 날아왔죠… 근데 애드벤처가 글로벌 청소, 세탁 서비스에 투자한 회사잖아요. 너희 이미 여러 청소, 세탁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냐, 잘된 곳에서 배우고 싶다… 그 상황에서 그런 얘길 했죠. 그렇게 도움을 받아 파이낸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남궁진아: 세탁기 사이클 수, 주문 간 이동 거리, 시간당 검수량 등 모든 부분을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예측했어요. 6억 정도만 있으면 시스템을 개선해서 BEP 맞춰서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리: 다행히 6억은 있었나 보네요.


남궁진아: 아니오. 없었죠.


예상욱: 또 빌린 거죠.


리: …..


남궁진아: 주주 분들한테 다시 요청을 드렸죠.


예상욱: 우리 가엾은 주주 분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정말 지옥 끝자락이었다

리: 빌려준 거예요? 아니면 투자로?


예상욱: 제가 주주분들께 메일을 드리면서,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다. 우리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리겠다. 당분간 성장에 집착하지 않겠다. 하지만 회사만은 망하지 않게 하겠다… 주주 분들이 6억을 빌려주시면 어떻게든 해보겠다. 아니면 죽음 뿐이다…


리: 돈 준 주주한테 협박이네(…)


예상욱: ㅋㅋ 이 6억은 나, 예상욱 연대보증을 걸어서 어떻게든 갚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러자 주주 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주셨죠. 그리고 월 단위로 엄청 빡빡하게 회사 지표를 정하고 서비스를 변화시켰어요. 다행히 목표치 채워서 올 3월에 흑자 달성을 하게 된 거죠.



1년만에 회사를 손익분기점으로 이끈 이유: 집착을 버리고 데이터를 보다


리: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월 2억 적자가 6개월만에 정상화될 수 있죠?


예상욱: 회사가 망할 게 확실했잖아요. 그때 질문을 바꿨어요.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만들까”에서, “무엇을 뺄 수 있을까”로 말이죠. 정말 익일배송이어야 해? 부르면 1시간 안에 가는 게 꼭 필요해? 조사해보니 저희가 갔을 때, 고객 부재율이 50%가 넘었어요.


리: 네, 저도 문 앞에 걸어놓고 갔으니…


예상욱: 우리가 고객이 아닌 서비스에 곤조를 부린 거죠. 1시간 수거배송은 우리의 집착이었지, 고객이 원하는 게 아니었어요.


남궁진아: 익일 배송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것 때문에 우리가 밤 새우고, 세탁소 나가서 포장했는데 배달 시간 디폴트 값을 이틀 뒤로 바꾸니까 하루아침에 80% 이상이 이틀 뒤 배달이 됐어요. 심지어 고객님들께 여쭈어보니 그냥 몰랐다는 거예요. 사실 세탁물을 다음 날 꼭 받아야 하는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깨끗하게 잘 해왔나가 중요한 거지.

덕택에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잘생긴 배송 요원들(…)

리: 뭐, 저도 모르고 대충 눌렀습니다… ㅡ,.ㅡ


남궁진아: 덜어내고 나니 모든 게 변했어요. 시간, 품질 맞추려고 동분서주하다가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생기니까 멀리 가려면 결국 직접 해야겠다,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직영공장을 준비했죠.


리: 공장 돌리다 피 본 곳도 있는데, 그 큰 리스크는 왜…


예상욱: 거래량은 계속 느는데, 사장님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다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사람 눈으로 하나하나 다 쳐다보면 지금 거래량을 처리할 수 없으니, 시스템화가 필요했던 거죠. 현재 품질을 유지하려면 이제 사장님들께 외주 맡기는 거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시스템화하려면 직영공장이 필요하고요.


리: 세탁공장 돌리는 난이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예상욱: 저희 직원 다 세탁소 나가서 엄청 일했으니까, 심지어 대표인 저희도… 그 전에 세탁소 한 곳을 위탁운영 한 경험도 있고 인맥도 있고요. 그래서 적응은 상당히 빨랐어요. 지금은 주문량의 50% 정도를 직접 처리해요. 기존 세탁소 중에서는 품질이 보증된 곳들만 엄선해서 나머지 물량을 보내고요.

매우 현대적이고 깨끗한 공장을 운영한다

리: 그밖에 수익률 개선에 도움 된 부분이 있다면?


예상욱: 결국 ‘시스템’이었어요. 이게 확립되니 확장에 별 무리가 없어지더라고요. 지역확장을 신중하게 생각했던 이유도 있지만, 3년 넘게 강남지역만 하다가 올해 11개 구를 오픈했어요. 상반기에 서울 전지역 오픈하고, 주변 위성도시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3년 내로 주요 광역시 진출 보고요. 성남시 같은 경우는 새벽 배송도 시작했어요. 앞으로는 서비스적인 확장도 이어나갈 거예요.


리: 서비스적 확장은 어떤 거예요?


예상욱: 예로 수선이 있어요. 지금은 단추 달기 같은 간단한 수선만 가능한데 그동안 고객님들 요청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LG패션 수선사분을 모셔와서 바지통이나 허리 사이즈 수선 등을 준비해요. 카시트, 유모차 세탁 같은 특수세탁 분야나 의류 보관 서비스도 있고요. 저희는 서비스, 세탁설비와 기술, 물류망을 모두 갖췄어요. 이걸 십분활용해야죠.

노련한 기술자들을 통해 퀄리티 컨트롤을 확실히 할 수 있다고 한다

리: 크린토피아도 공장 방식이잖아요. 본인들이 크린토피아보다 더 나은 강점은 뭐라 생각하세요?


남궁진아: 음… 가장 큰 차이는 고객과의 접점이죠. 프랜차이즈 모델은 고객과 편의점, 편의점과 본사, 본사와 공장… 이런 식으로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어요. 기존 공장의 엔드유저는 편의점 또는 본사이지, 고객이 아니거든요. 고객의 요청사항이 검수, 세탁, 포장, 물류 전 과정에 반영되려면 하나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저희는 처음부터 이걸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만들어왔어요.



노가다에서 시작한 근성, 대한민국 최대 세탁업체로


리: 아무튼 위기를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에 큰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면?


남궁진아: 권도균 대표님과 프라이머는 이미 이야기했고… 애드벤처 투자받은 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저희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스페인, 두바이 등 전 세계 청소, 세탁 업체에 투자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가 밖에 나가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거죠. 1년마다 한 번씩 모여서 어울리고 워크숍하고… 거기에서 많이 배우죠.

애드벤처 워크숍은 전 세계 회사들의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리: 어떤 걸 배웠나요?


남궁진아: 예를 들면, 공장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어요. 저희가 핸들링할 부분이 너무 많아지니, “우리는 배송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그들의 직영 공장을 보고, 규모가 커져도 퀄리티가 유지되려면 결국 자체 설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우리 공장이 50평 규모인데 미국, 두바이 업체는 저희의 10배에요. 설비 자동화는 물론이고 작업 동선이나 QA 과정들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에요.


리: 신규투자 계획이 있나요?


예상욱: 물론입니다. 밖에서 좋은 걸 봤으니까 이제 들여와야죠. 설비와 시스템에 투자할 자금을 모집할 거예요.


리: 아무리 시스템이 중요하다지만, 그렇게까지 커질 때도 지금처럼 잘 돌아갈까요?


남궁진아: 특공대니까 안 되면 되게 해야죠 ㅋㅋ. 어찌 보면 무식한 방법이지만 오늘의 세탁특공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손해보면서도 세탁소일 거들고, 너나 할 거 없이 배송 뛰어다니고… 한마디로 멋 없는 일들. 근성 있게 끝까지 하는 거. 결국 시스템을 굴리는 건 사람이니까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오늘도 야근에 시달리는 세탁특공대 직원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예상욱: 매일 새로운 일이 샘솟는 세탁특공대는 전 포지션에 걸쳐서 좋은 분들을 찾습니다. 근성 DNA가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david@washswat.com으로 연락주세요. 혹시 좋은 투자처 찾는 VC 여러분, 지금이 타이밍입니다.


※ 해당 기사는 WashSwat Inc.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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