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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사무실의 비밀

개방형 사무실, 실제 상황에서도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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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녀석이 이직했다. 책상 간 파티션이 없고 때에 따라선 자리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의 회사였다. 사장부터 막내 사원까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


그런데 친구는 지금의 회사가 기존의 보수적이고 딱딱한 회사보다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누구나 말을 자유롭게 꺼내는 분위기 때문인지 당장 아이디어가 없어도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도 하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묻는 상황들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 친구는 조직의 부적응자일까.

낮은 높이의 하얀 책상, 누구나 일어서면 사무실의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구조, 콘크리트를 대체한 유리 벽, 파스텔 톤의 작은 의자와 자유로운 분위기,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을 유영하는 여성 리더. 영화 〈인턴〉의 한 장면이다. ‘개방형 사무실’의 대표적인 모습이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대부분의 사무실이 이를 따른다.


개방적인 문화가 업무 및 창의성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유롭게 여러 논의를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담당자들은 이런 조직문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다. 진취적인 기업들은 실제로 개방형 사무실을 채택한다.


정말 그럴까. 누구나 내 업무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 어떤 말이든 수용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관계, 자전거를 타고 내 주변을 활보하는 리더가 과연 실제 상황에서도 효과적일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서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각 개인의 피로도가 증가한다. 개방형 사무실의 부정적 효과를 추적한 세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1. 개방형 사무실의 민낯

Bernstein, E. S., & Turban, S. (2018). The impact of the ‘open’ workspace on human collaboration.

포춘 500대 기업에 해당하는 A기업의 글로벌 본사에서 한 층의 사무실을 완전히 개방적인 공간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나 경계가 없으며, 부득이 있더라도 투명한 유리다. 기술, 영업, 재무,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100여 명의 직원이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사무실의 변화에 따른 직원들의 상태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기존 사무실에서의 15일, 새로운 개방형 사무실에서의 (몇 개월간 충분히 적응한 후) 15일 동안 그들이 누구와 언제, 얼마나 이야기를 했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직원들은 소형 적외선 센서, 실제 대화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마이크, 신체 움직임과 자세를 측정할 수 가속도계, 공간을 기록하는 블루투스 센서를 착용했다. 이 기기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 상호작용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기록한다. 모든 기록은 1/1,000초 간격으로 타임스탬프가 찍힌다. 또한 각 참가자의 전자 메일, 메신저 발송 빈도 역시 조사되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들은 개방형 사무실로 이전한 후 오히려 대화시간이 줄어들었다. 기존 사무실에서는 1인당 하루 평균 6시간씩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했었지만 새로운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오히려 이 시간이 1인 하루 평균 1.5시간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서로에게 보내는 이메일 및 메신저 사용 빈도는 크게 증가했다. 이메일은 56%, 메신저는 67% 증가했는데, 특히 메신저에서 사용된 글자 수는 75%나 증가했다. 자유롭게 대화하라고 만든 공간에서 오히려 대화는 줄어들고 이메일이나 메신저 사용량이 늘어난 셈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 해당하는 B기업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사무공간 혁신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직원들의 대화 시간과 빈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심지어 아주 가까이 앉아있는 직원들과의 대화 시간도 크게 감소했다. 개방형 사무실의 민낯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임원진은 새로운 사무실로 이동한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눈에 띄게 감소되었다고 털어놨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사실 그 사무실에 있는 누군가가 되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상해보라. 다른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의 모습을. 주변의 소리, 움직임, 오고 가는 사람들,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 일에만 집중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한편으로 내 주변도 나처럼 자기 일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료와 자유롭게 대화를 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최근 출간된 저서 『개방형 사무실에서 적응하는 법(How to cope with working in an open-space lab)』에 명시된 첫 번째 조언은 그곳의 현실적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마치 도서관에 있는 듯, 조용하게, 눈에 띄지 말 것.


2. 헐렁한 커튼, 단단한 팀워크

Bernstein, E. S. (2012). The transparency paradox: A role for privacy in organizational learning and operational control.

핸드폰 및 전자 기기를 생산하는 중국 남부의 대형 공장에서 대대적인 공간 개편을 실시했다. 근로자와 감독자가 지속적으로 서로를 볼 수 있도록 개방형 공간을 구축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개방형/폐쇄형 공간의 업무 효율성을 연구하기 위해 공장의 32개 생산 라인 중 4개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큰 커튼으로 둘러쌌다. 병원 침실의 커튼처럼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몇 달간 유지했다. 생산 속도와 품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관리자의 예상과 반대로, 커튼으로 둘러싸인 4개 라인의 팀이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으며, 품질도 더 향상되었다. 그뿐 아니라 커튼 속의 직원들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더 발 빠르게 대응했다. 특정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법을 숨김없이 해당 라인의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는가 하면, 다양한 역할을 교차 학습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업무를 전환하는 태도를 나타냈다.


헐렁한 단 한 장의 커튼에 의해 단단해진 팀의 프라이버시가 상호보완성, 유동적 대응, 시도, 학습 면에서 더 훌륭한 결과를 촉진한 셈이다. 개방성에 대한 적절한 ‘제한’이 오히려 직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협업이나 토론,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지지적 환경에 더 큰 ‘자유’를 제공한 사례이다.



3.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때


그렇다면 팀이 아닌 각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톰 디마코(Tom DeMarco)와 티모디 리스터(Timothy Lister)는 업무 상황에서의 잦은 교류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코딩 워 게임스(Coding War Games)’라는 실험을 했다. 다양한 회사의 프로그래머 600명이 실험에 참가했고 평소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요청받은 프로그램을 설계 및 코딩했다.


그 결과 각 프로그래머의 경력, 연봉, 작업 시간은 결과치와 거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적인 변인보다는 오히려 어떤 회사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성과를 냈다.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의 62%는 업무 공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회사에 속해 있었다. 지식노동자 3만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유사 연구에서는 ‘단순히 방해받는 것’ 자체가 생산성의 장해 요소라는 점이 발견됐다.


개방형 사무실을 채택했던 기업 중 일부는 이런 결과들을 체감하고 사내에 별도의 다른 공간을 만들었다. 마치 ‘회사 속의 도서관’ 같은 장소인데, 이곳에선 서로에게 말을 걸거나 간섭할 수 없다.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업무 집중도 증가, 스트레스 감소, 공동 과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증가 등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직원 간 상호작용 빈도가 오히려 증가했다.

여기선 서로 터치 금지!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앞선 연구결과는 잦은 상호작용이 협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무한히 증가시키는 게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당연하게도 과한 요소(예: 상호작용 기회)는 다른 필수 요소(예: 조용하고 개인적인 생각의 시간)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공간은 한 개인이 타인과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통제력, 동기 등을 사라지게 한다고 한다. 상호작용 속에서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상호작용을 피할 수 있는’ 내 공간에서만 나오는 아이디어도 존재한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수평적인 조직, 부드러운 분위기, 자유로운 선택.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이다. 지독하게 회의실의 몰아치는 파도를 맞고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공간에 아무나 쉽게 넘나들 수 있다면 또 다른 파도를 맞게 될 뿐이다.


산책이든, 멍을 때릴 수 있는 옥상이든, 화장실 변기든, 듬직한 파티션의 뒤쪽이든, 참견을 받지 않고 오롯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때 비로소 자전거를 타고 대기권 너머를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다. 창의에 닿는다. 리더가 아닌, 내가.

원문: 『소심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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