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야매 감사보고서: 쿠팡은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4. 22.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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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으로 승승장구한 쿠팡, 그러나..

사실 쓸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숫자로 보이는 내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그런다고 안 하진 않을 거고. 알고, 보이고, 대충 추정 가능한 수준에서 써보련다(이거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쪽 비즈니스는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감사 보고서 외 시장 이야기도 첨부한다. 그쪽이 왜 쿠팡이 이렇게까지 몰렸는지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간에 다소 틀린 내용이 있더라도 이해 바란다.


쿠팡은 김범석 대표가 2010년 창업한 회사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소셜 커머스가 그대로 넘어왔다. 티켓 세일즈 비즈니스로 시작해 쿠팡, 티몬, 위메프 3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그러다 3사 중 쿠팡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은 모두가 아는 ‘로켓배송‘ 덕분이다. 초기에 전업주부가 많은 일산, 파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매우 좋았다.

커머스 비즈니스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자는 라스트 마일인 택배 배송에서 상품을 받으며 소비자 경험을 쌓는다. 공통된 불만 사항은 ‘상품은 만족스러운데 택배가 불친절해요, 늦었어요, 아무 데나 놓고 갔어요’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커머스의 판매 과정에서 배송은 셀러(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자)가 이용하는 택배사의 몫인데 소비자는 커머스를 판매원으로 인식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커머스 비즈니스는 통신 3사처럼 옥션, 지마켓, 11번가로 시장 정리가 끝난 걸로 보이던 상황에서 소셜 커머스 3사까지 끼어들어 과열 양상으로 번진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2만 원만 사도 5,000원을 쓸 수 있는 쿠폰, 4만 원에 1만 원 쿠폰 등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손실 전략이 이어졌다. 쿠폰이 없으면 안 팔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찍어라 쿠폰, 내놔라 할인!


마켓 쉐어만 먹으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처럼 쏟아부었다. ‘미래는 모른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 정신이었다. 신규회사는 생존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고, 기존 업체는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고 성장률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동참했다. 커머스 비즈니스는 전 영역이 매일매일 전쟁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배송비 무료는 너무도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판매 관리자인 MD는 셀러들을 종용해 ‘사장님 실적 올리시려면 배송비는 무료로 하세요’ 같은 말들로 말이다. 주변의 다른 셀러도 줄어드는 판매량에 배송비를 스스로 감수할 밖에 없었다. 기존 배송비 2,500원에서 소폭 남기던 번외 소득은 이제 마이너스로 감수하면서…


모든 커머스가 눈에 불을 켠 공격적인 세일즈에 판매량은 연일 급증하고 물류는 병목으로 이어졌다. 그간 택배업의 단가가 문제가 되어왔지만, 실상 단가 문제보다 밥 먹고 쉴 시간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량이 더 큰 문제였다. 소비자 접점인 라스트 마일이 망가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택배 언제 오냐고 빗발치는 성화를 받아가며, 물품 하나하나 친절하게 배달한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출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쿠팡은 바로 그 지점을 노렸다. 일산-파주 지역을 대상으로 택배원을 직접 고용하고 자체 물류 차량으로 배송을 시작했다. 늦어지면 고객에게 연락하고, 고객이 없으면 물품이 놓인 곳에 사진을 찍어 친절한 안내까지 곁들였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맘카페 등을 통해 쿠팡 택배원의 친절함을 칭송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밤에 주문한 기저귀·분유가 다음 날 오전에 왔어요!’라는 기적의 리뷰들이 쏟아졌다. 맘들의 쿠팡 충성은 하늘을 찔렀다. ‘우리 동네도 로켓배송 서비스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부러움을 받으며…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라고! 그간 이걸 왜 안 했담 바보들! 지역 확대를 위해 2014년 말 블랙록을 위시한 미국의 대형 VC들로부터 3억 달러의 대형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뒤늦게 터진다. 유상운송 인가도 안 된 법인 차량으로 물류 배송을 하는 것에 대해 물류협회의 고발을 받으면서다. 검경의 지속 조사가 이어졌고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기존 물류협회의 ‘불법 유상운송’ 논란으로 인해 배송비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차단되고 말았다. 쿠팡의 구조적 불행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물류를 그것도 제비용을 받지 못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다들 아는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제 감사보고서를 보자. 2015년 매출 1조1,337억, 16년 1조9,159억, 2017년 2조6,814억, 18년 4조4,147억이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연평균 60%가량의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어떨까. 2015년 손실 5,470억(매출 대비 손실률 48.2%), 2016년 -5,653억(29.5%), 2017년 -6,228억(23.2%), 2018년 -1조1,074억(25.1%)이다.


매출 대비 원가율도 구하자. 2015년 원가 9,891억(87.3%), 2016년 1조5,263억(79.6%) 2017년 2조1,665억(80.8%), 2018년 3조6,727억(83.2%). 하는 김에 매출 대비 판관비의 비중도 같이 구해보자. 2015년 판관비 6,917억(61%), 2016년 9,458억(49.4%) 2017년 1조1,138억(41.5%), 2018년 1조8,495억(41.9%).

업계에서는 올해 손실을 8,000억 수준으로 내다보았다. 사업이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손실율 감소 추이를 봤을 때 매출 대비 손실을 17~18% 선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18%라고 가정했을 때 손실은 7,946억가량이 된다. 하지만 도리어 손실률이 증가하고 말았다. 어디서 비용이 빠져나간 걸까.


우선 앞서 정리해둔 대로 매출 대비 원가가 증가했다. 쿠팡의 원가는 모두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에서 발생한다. 수수료는 그대로 매출에 순입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은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매입하는 것으로 회계 처리한다(매입원에 대금 지급은 판매 이후에 하지만, 재무적으론 그렇다).


원가율이 2016년 이후로 점진 증가한 데는 간접 판매 비중 축소 즉 로켓배송 외 상품 매출 비중 축소가 그 이유로 보인다. 2015년은 로켓배송 초기라 물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유로 배제한다. 이후 2016~2017년 매출은 로켓배송 상품 판매액 + 일반 입점 상품 수수료 분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전량을 물류센터에서 내보내는 로켓배송으로 처리하면서 수수료 순입 분이 없어져 매출원가가 증가했다.


대개 기존 커머스의 판매수수료가 8~15% 선인 것으로 볼 때, 상품을 직매입하고도 17%가 채 되지 않는 매출총이익율은 물류라는 큰 부담을 지고 얻을 정도로 메리트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고객의 로켓배송 충성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원가도 원가지만, 손실이 증가한 데는 앞서 정리한 대로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이 변동이 없는 게 큰 원인이다. 사실 이건 정말 심각하다. 매출 대비 비중값이므로 65%가량 매출이 증가했으면 전액이 변동비가 아닌 한 판관비는 비중이 감소했어야 옳다. 하지만 판관비는 흡사 전액이 변동비인 것처럼 동일 비중으로 증가했다. (쪼금 더 +까지)

2018년 판관비 중 인건비는 1조 145억이다. 17년 6,455억 대비 57.2%가 증가했다. 인건비가 변동비처럼 느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65% 비중은 아니니 주범은 아니다. 그 외 도드라지는 건 광고 선전비다. 2017년 538억에서 2018년 1,537억으로 185%, 1,000억가량 증가했다. 잡았다 요놈. 


1,500억의 광고비는 예삿돈이 아니다. 아니 쿠팡이 그렇게나 광고를 많이 했다고? 초특가 야놀자로 종일 TV에 도배한 야놀자도 고작 350억을 채 안 썼는데 말이다.


어디에 나간 걸까. 투자 유치 후 하반기부터 1년여간 네이버 검색 광고에 나가지 않던 쿠팡 상품이 재노출을 시작한 것은 확인된다. 네이버 가격 비교 상품은 노출 유입 시 할인이 필수다. 네이버가 가격 비교 수수료를 모두 할인하여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혜자 아니냐고? 아냐 숨어 있는 공룡이야.)


로켓배송은 상품 매입 후 판매 구조기 때문에 할인액을 광고홍보비 계정으로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매출 대비 판관비는 변동비처럼 같이 껑충 뛰었다. 무엇보다 판관비 중 54.9%가 인건비이므로, 인건비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대체 얼마의 매출을 내야 쿠팡은 BEP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17%인 지금 원가율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현재 판관비가 고정된다고 해도 BEP에 닿을 수 있는 매출은 10조 9,000억에 이른다. 지금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2년 뒤다. 하지만 판관비가 유지될 리는 당연히 없고 증가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40% 증가로 가정해보자. 말도 안 되는 계산이지만 시점은 7년 뒤, 그 숫자는 당황스럽게도 매출 118조, 판관비 19조로 나온다. 그리고 그사이 누적 적자는 11조 8,000억을 더 보게 된다.

출처: 머니투데이

물론 말도 안 되는 계산이며, 의미 없는 가정이다. 지금 성장률을 100조가 넘도록 유지될 수도 없거니와, 100조까지 매출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2018년 우리나라 인터넷쇼핑 총액이 113조 7,000억이다. 시장을 독점하면…)


달리 추정해보면 48.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의 18년 택배 매출은 2조2,600억이다. 대략 전체 시장 택배 매출은 4.5조가량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 113조가 전량이 택배는 아니겠지만 80% 정도라고 가정하면 88조가 된다. 즉 4.5조 정도의 택배비면 약 90조가량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인건비가 5% 선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최대 증가할 인건비가 1.5~2조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면 물량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쿠팡의 매출 4.4조는 택배 기준 시장 전체 캐퍼의 5%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BEP까지는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 할까. 작게 봐도 20조 초중반? 사실상 추정이 어렵다. 물음표가 많아지는 가정은 좋은 게 아니니 여기까지 하자. 많은 이가 갖는 의구심처럼 이 회사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긍정보다 부정 요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비용 나갈 곳은 줄 섰는데 이익이 들어올 창구는 텅텅 비었다.


물론 쿠팡은 생존을 위해 유료 가입 모델인 쿠팡 로켓와우를 적극 홍보한다. 월회비 2,900원(연 환산 시 약 3만 5,000원)인 쿠팡 로켓와우는 복수의 기사에 기준하면 3월까지 누적 가입자 16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난다. 19년 긍정적으로 300만 명이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여기서 개선될 수 있는 수익은 연 1,000억이다. (단 쿠팡 로켓와우는 1만 9,800원이란 최저주문금액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손실을 일부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존 커머스처럼 순위 노출 광고 도입도 준비한다. 지마켓-옥션이 2018년 광고로 얻은 수익은 4,000억 전후로 추정된다(2016년 3,600억의 증가분 고려). 그러나 쿠팡은 기존 커머스처럼 공격적인 광고 수익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 센터에서 물류 처리 등으로 인해 물류 및 인건비가 줄어든다고 해도 상품 매입 시 10% 전후 수수료보다 높은 17%를 내기 때문이다. 거기에 광고비까지 내게 부담시킨다면 셀러들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4.4조의 매출을 낸다고 해도 사실상 이건 여타 커머스의 거래액에 가깝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2018년 전체 거래액이 114조가량이므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의 공룡인 이베이코리아(옥션+지마켓)가 복수의 기사 기준 15조가량의 거래액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로 이런 비율을 감안해 광고 수익을 받는다 해도 최대 1,000억을 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거론 합산해야 최대 2,000억 남짓이다. 1조 1,000억의 손실을 일부분밖에 줄이지 못한다.


그 때문일까, 이미 소프트뱅크는 1조 1,000억(10억 달러)의 기존 투자에 대한 손실을 확정하고 7억 달러로 비전펀드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현재 쿠팡의 최대 주주는 소뱅의 비전펀드다. 로봇 배송의 시대가 열릴 때까지 존버할 생각인가?… 나는 소뱅이 아니므로 잘 모르겠다. 사실 투자금, 재무상태, 현금흐름 등으로도 할 얘기도 많은데 손익만 대충 훑어도 이만큼이다. 재무상태에서 남은 현금 등을 보면 벌써 올해부터 녹록치 않다… 여기까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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