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카롱은 한과다

조회수 2019. 4. 19. 13: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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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카롱 가게보다 한국 뚱카롱 가게가 많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뚱카롱은 한과다. 중국의 뭐시기 국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라멘이 되고 중국의 뭐시기 면 요리가 한국에 와서 짜장면이 된 것과 같다.

차례상에 올려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프랑스에서 건너온 마카롱이 현지화 과정을 거쳐 한과로 거듭나는 드라마틱한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증인이다. 나중에 우리는 마카롱이 뚱카롱으로 변화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37년 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뚱카롱의 역사’ 편을 다룰 때 할매 할배가 된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 홀홀 웃으며 “아이고 말도 마 그땐 저건 마카롱이 아니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그런데 자꾸 가게가 많아지는 거야 뭔가 자꾸 희한한 마카롱이 나오기 시작한 거지”(화면전환) 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인터뷰를 하게 될 것이다.


아마 프랑스에서 마카롱을 파는 가게보다 한국에서 뚱카롱을 파는 가게가 훨씬 많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마카롱은 도심지만 벗어나도 구경하기 어려운 고급 과자지만 한국 전국 방방곡곡엔 뚱카롱 가게가 있고 새롭게 생겨난다. 그리고 자리를 잘 잡은 가게는 매일매일 솔드아웃 판넬을 걸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발 빠른 한식 연구가라면 어서 빨리 뚱카롱을 한과라 선언하고 이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변화하는 중인지 기록해야 한다. 발 빠른 관광상품개발자라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과자인 뚱카롱을 소개하는 섹션을 추가해야 한다. 뚱카롱은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과기 때문이다


표기법도 마련해야 한다. 된소리를 발음하기 어려운 언어가 많다. 드운카롱 혹은 툰카롱 혹은 th쑨카롱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뚱카롱의 진화는 계속된다

뚱카롱의 열기가 식기는커녕 점점 더 퍼져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그동안 우리 모두에게 한국식 디저트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크게 잠재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떡, 유과, 약과의 뒤를 잇는 넥스트제너레이션 한과를 우리 모두 애타게 기다렸던 것이다.


뚱카롱의 가장 큰 특징은 과감한 필링에 있다. 버터크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필링을 굉장히 두껍게 올린다. 크림에 추가되는 재료, 또는 크림 사이에 들어가는 고명은 지금도 치열하고 빠르게 추가되고 발전한다. 조만간 지역특산물도 들어갈 것이라 예상된다. 아니 이미 그런 것이 있다.


프랑스식 양과자를 만들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은 굳이 애써 시간을 내 ‘으이씨 저게 뭐야…’할 필요가 없다. 다른 장르이기 때문이다. 무스케익을 만드는 사람이 떡집의 떡이 너무 쫀쫀하다고 욕할 이유는 없다. 다른 거니까. 뚱카롱도 마찬가지다. 이건 한과니까.


꼬끄를 만드는 건 상당히 섬세한 작업이다. 조금만 아다리가 안 맞아도 판매할 수 없는 퀄리티의 꼬끄가 나온다. 이렇게 섬세한 과정이 필요한 과자가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를 잡는다는 게 신기하다. 한국은 역시 손기술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가.


그 특유의 과격함이 내 취향이 아니라 이제 관심은 접었지만 뚱카롱의 진화과정을 보는 것은 아주 즐겁다. 신기하다 기발하다 와 씨 저걸 저렇게 넣냐 싶은 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몇 년 사이 한국 음식 중 가장 다이나믹하게 진화하는 것 중 하나가 뚱카롱이라 단언해도 구라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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